도라비린 기반 요법과 돌루테그라비르 기반 요법을 비교한 HIV 치료 연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사진=AI 생성][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를 처음 시작하는 환자에게 도라비린 기반 3제 요법을 투여하면 돌루테그라비르 기반 표준요법과 비슷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유지하면서 치료에 따른 체중 증가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8주간 체중 증가 중앙값은 도라비린 요법군 3kg,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 5kg으로 나타났다. 도라비린 요법군은 전체 체지방과 몸통 지방, 내장지방 증가 폭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반면 도라비린 요법군에서 바이러스학적 치료 실패가 발생한 환자 9명 가운데 7명에게 도라비린 고도내성이 새롭게 나타났다. 고관절과 척추 골밀도 감소 폭도 비교군보다 컸다. 체중 증가를 줄이는 이점과 내성·골밀도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위츠워터스랜드대학교(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 보건과학대학 산하 위츠 에진차(Wits Ezintsha) 연구센터의 조아나 우즈(Joana Woods) 연구팀은 7월 3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옵티도르(Opti-DOR)'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미국의학협회지 '자마(JAMA)'에 공개했다.
48주 바이러스 억제율 89.0% 대 90.7%
이번 연구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경험이 없는 성인 HIV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도시와 농촌 연구기관 두 곳에서 진행한 공개형 무작위 비열등성 임상시험이다.
도라비린 기반 요법과 돌루테그라비르 기반 요법의 연구 설계와 48주 주요 결과를 요약한 JAMA 시각초록(Visual Abstract). [자료=JAMA 논문 갈무리]참가자의 연령 중앙값은 34세였으며, 68.8%가 여성이었다. 전체 참가자의 체질량지수(BMI) 중앙값은 27.7이었고, 34.0%는 BMI가 30 이상인 비만 상태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하루 한 차례 ▲도라비린 100mg·라미부딘 300mg·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 300mg(DOR/3TC/TDF)을 투여받는 군 299명과 ▲돌루테그라비르 50mg·엠트리시타빈 200mg·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25mg(DTG/FTC/TAF)을 투여받는 군 301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주요 평가변수는 투약 48주 시점에 혈중 HIV RNA가 1mL당 50카피 미만으로 억제된 환자 비율이었다. 사전에 정한 비열등성 한계는 두 군 간 차이 -10%포인트였다.
48주 바이러스 억제율은 도라비린 요법군 89.0%(266명),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 90.7%(273명)로 집계됐다. 군 간 차이는 -1.7%포인트였으며, 95% 신뢰구간은 -6.6~3.1%포인트였다.
도라비린 기반 요법과 돌루테그라비르 기반 요법의 48주 HIV RNA 억제율 차이와 비열등성 한계를 보여주는 도표. 군 간 차이는 -1.7%포인트였고, 95% 신뢰구간은 -6.6~3.1%포인트로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했다. [자료=JAMA 논문 갈무리]신뢰구간 하한이 비열등성 한계인 -10%포인트를 웃돌면서 도라비린 요법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돌루테그라비르 요법에 비열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CD4 양성 T세포 수는 48주 동안 도라비린 요법군에서 평균 180개/μL,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에서 185개/μL 증가했다. 두 군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체중 3kg 대 5kg…체지방 증가 폭도 작아
두 요법 모두 치료 기간에 체중이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도라비린 요법군에서 더 작았다.
48주 체중 증가 중앙값은 도라비린 요법군 3.0kg,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 5.0kg이었다. 군 간 차이는 -2.0kg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기준 체중보다 5% 이상 증가한 환자는 도라비린 요법군 41.1%,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 56.8%였다. 체중이 10% 이상 증가한 환자 비율은 각각 16.4%와 26.2%였다.
이중에너지 엑스선 흡수계측법(DXA)으로 측정한 체성분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전체 체지방률 증가 중앙값은 도라비린 요법군 1.5%,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 2.2%였다. 몸통 지방은 각각 1.3kg과 2.0kg 증가했다.
내장지방 면적 증가 중앙값은 도라비린 요법군 8.4㎠,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 11.6㎠였다. 총콜레스테롤과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등 지질지표 변화도 도라비린 요법군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연구팀은 돌루테그라비르나 빅테그라비르와 같은 인테그레이스 가닥전이억제제(InSTI)를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와 함께 사용하는 요법이 상당한 체중 증가와 연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시작 후 발생한 체중 증가는 약제를 변경해도 충분히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첫 치료 단계부터 체중 증가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요법을 선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체중과 일부 연속형 지표의 자료 분포가 당초 계획한 통계모형에 적합하지 않아 중앙값 비교 방식으로 분석했다며, 일부 결과는 탐색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치료 실패 9명 중 7명 도라비린 내성
도라비린 요법의 한계도 확인됐다.
연구에서 정한 바이러스학적 치료 실패는 도라비린 요법군 9명,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 6명에게서 발생했다.
도라비린 요법군에서는 치료 실패 환자 9명 중 7명에게 도라비린 고도내성이 새롭게 나타났다. 이들은 대체로 임상시험 시작 당시 HIV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으며, 7명 중 6명에게서 'V106M' 변이가 확인됐다.
도라비린 내성이 확인된 환자 가운데 6명은 돌루테그라비르 기반 요법으로 치료를 전환했다. 추적이 중단된 1명을 제외한 5명은 바이러스 억제를 회복했다.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에서는 인테그레이스 억제제에 대한 새로운 치료 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도라비린 요법을 1차 치료로 사용하려면 바이러스학적 실패를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할 경우 인테그레이스 억제제 기반 요법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관절·척추 골밀도 감소 폭 더 커
골밀도 변화는 도라비린 요법군에 불리했다.
48주간 고관절 골밀도 변화율 중앙값은 도라비린 요법군 -2.1%,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 -0.5%였다. 척추 골밀도는 각각 -3.2%와 -1.3% 감소했다.
이는 두 요법에 포함된 테노포비르 제형 차이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도라비린 요법에는 골밀도 감소와 연관될 수 있는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TDF)이 포함됐고, 비교군에는 신장·골 안전성을 개선한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가 사용됐다.
이번 연구는 도라비린과 돌루테그라비르뿐 아니라 TDF와 TAF를 포함한 전체 요법을 비교했다. 따라서 체중과 대사지표 차이가 핵심 치료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테노포비르 제형 차이 때문인지 명확히 분리하기는 어렵다.
전체 이상반응 발생률은 도라비린 요법군 91.3%,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 89.7%로 비슷했다. 3~4등급 이상반응은 각각 8.4%와 12.3%, 중대한 이상반응은 3.7%와 2.3%였다.
치료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었다. 도라비린 요법군에서 2명이 사망했지만 연구팀은 모두 시험 치료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돌루테그라비르 요법군에서만 1명 발생했다.
연구팀은 도라비린·라미부딘·TDF 요법이 HIV 치료를 시작하는 성인에게 돌루테그라비르·엠트리시타빈·TAF 요법과 비열등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이면서 체중 증가는 적었다고 평가했다. 치료 관련 체중 증가 위험이 큰 환자에게 잠재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48주 결과만 분석해 초기 체중 증가가 장기적인 심혈관·대사질환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참가자가 대부분 남아공 흑인이고 여성 비율이 높아 다른 인구집단에 결과를 적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비는 MSD 연구자 주도 연구 프로그램과 남아프리카의학연구위원회가 지원했다. MSD는 연구 설계와 수행에 관여했으나 데이터 수집·관리·분석, 논문 작성·검토·승인 및 게재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 출처] Joana Woods 외, "Initial HIV Therapy for Adults and Treatment-Associated Weight Gain: The Opti-DOR Randomized Clinical Trial," 미국의학협회지(JAMA), 2026년 7월 31일 온라인 게재. DOI: 10.1001/jama.2026.14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