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은 중년 이후 남성의 대표적인 건강 고민 중 하나다. 최근 주목받는 저강도 체외충격파치료는 일부 연구에서 발기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지만, 임상적 효과를 확정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AI 생성][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발기부전은 중년 이후 남성의 대표적인 건강 고민 중 하나다. 성생활뿐 아니라 자신감과 삶의 질, 부부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으려는 수요가 크다.
최근에는 음경에 충격파를 전달해 혈관과 조직의 재생을 유도한다는 저강도 체외충격파치료가 발기기능 자체를 되살리는 '근본치료'로 주목받고 있다. 혈소판풍부혈장(PRP)과 줄기세포 주사 등도 비슷한 원리의 복원치료로 소개된다.
그런데 이런 치료법의 임상적 효과가 기대만큼 뚜렷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저강도 체외충격파치료는 일부 임상시험에서 위약보다 발기기능을 개선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치료 장비와 에너지 강도, 시술 횟수, 평가 방법이 연구마다 달랐고, 혈소판풍부혈장과 줄기세포 주사, 저강도 펄스초음파 등도 연구 수가 적거나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들 치료 모두를 추가 검증이 필요한 시험적 치료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저강도 체외충격파치료와 혈소판풍부혈장, 줄기세포 등 발기부전 복원치료의 근거를 분석한 논문이 게재된 '성의학저널' 홈페이지. [자료=학술지 홈페이지 갈무리]국제성의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Sexual Medicine)의 의뢰를 받은 미국 베일러의과대학 테일러 콘(Taylor Kohn)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를 6월 7일 국제학술지 '성의학저널(The Journal of Sexual Medicine)' 온라인판에 공개했다. 연구에는 전남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박광성 교수도 참여했다.
무작위시험 30건 포함 36개 연구 검토
발기부전은 성생활에 충분한 발기를 이루거나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다. 혈관과 신경, 호르몬, 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인과 중증도도 환자마다 다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치료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5 억제제(PDE5 억제제)와 음경해면체 주사, 진공발기기구, 음경보형물 등이다. 이들 치료는 주로 증상을 완화하거나 발기를 돕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복원치료(restorative therapy)'는 손상된 혈관과 신경, 음경 조직의 재생을 유도해 발기기능 자체를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강도 체외충격파치료는 음경해면체에 음향에너지를 전달해 신생혈관 형성과 조직 재생을 촉진한다는 원리다.
연구팀은 2010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발표된 비교연구를 MEDLINE과 EMBASE, 코크란 데이터베이스 등에서 검색했다. 최종 분석에는 무작위대조시험 30건과 비무작위 연구 6건 등 총 36건이 포함됐다.
평가 대상은 ▲집중형 저강도 체외충격파치료 ▲방사형 체외충격파치료 ▲저강도 펄스초음파 ▲음경해면체 내 혈소판풍부혈장 주사 ▲음경해면체 내 줄기세포 주사였다.
연구팀은 발기기능 국제지수(IIEF)와 남성 성 건강 평가척도(IIEF-5), 환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최소임상중요차이(MCID), 이상반응 등을 중심으로 각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토했다.
집중형 체외충격파치료, 일부 연구는 개선·일부는 차이 없어
가장 많은 연구가 축적된 치료는 집중형 저강도 체외충격파치료였다. 전체 36건 가운데 23건이 이 치료를 평가했고, 이 중 17건의 무작위시험은 가짜 시술을 받은 위약군과 직접 비교했다.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일부 위약대조시험에서는 체외충격파치료군의 발기기능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됐지만, 다른 시험에서는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다.
집중형 저강도 체외충격파치료와 위약을 비교한 17개 무작위시험의 추적 시점과 발기기능 평가 결과를 정리한 표. 연구마다 치료 효과가 엇갈렸다. [자료=성의학저널 논문 갈무리]발기기능 국제지수의 발기기능 영역(IIEF-EF)을 평가한 12개 무작위시험은 총 15개 추적시점의 결과를 보고했다. 이 가운데 9개 시점에서는 체외충격파치료에 유리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지만, 나머지에서는 차이가 없거나 통계 분석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치료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를 판단할 근거도 제한적이었다. 일부 연구에서는 12개월까지 효과가 유지됐지만, 장기 결과를 보고한 연구 자체가 많지 않았다.
치료 횟수를 늘리거나 일정을 달리한다고 효과가 더 좋아지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주 1회 6주, 주 2회 6주, 주 3회 4주, 주 5회 1주 등 서로 다른 일정을 비교한 세 건의 무작위시험에서는 6개월 시점 발기기능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발기부전 치료제와 비교한 연구에서도 체외충격파치료의 우월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타다라필 또는 실데나필과 비교한 두 연구에서는 발기기능 개선 정도가 비슷했다.
집중형과 방사형 충격파를 비교한 비무작위 연구에서도 두 방식 사이의 뚜렷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방사형 충격파치료는 위약과 비교한 연구에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이지 않았고, 일부 결과에서는 오히려 위약군의 임상적 개선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집중형과 방사형 치료가 에너지 전달 방식부터 다르므로 동일한 치료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집중형은 에너지를 특정 지점에 모으는 반면, 방사형은 표면에서 넓게 퍼뜨리는 방식이다.
무작위시험 절반 이상, 설계상 문제로 신뢰성 우려
연구의 질도 문제였다.
무작위대조시험 30건 가운데 연구의 신뢰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 연구는 3건뿐이었다. 16건은 연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설계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고, 11건은 판단이 어려웠다.
집중형 저강도 체외충격파치료와 위약을 비교한 무작위시험 17건 중에서도 연구의 신뢰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 것은 4건에 그쳤다.
위약 시술을 얼마나 실제 치료처럼 설계했는지도 연구마다 달랐다. 일부 시험은 충격파가 전달되지 않도록 만든 전용 장치를 사용했지만, 다른 연구는 기기를 켜 놓고 에너지만 전달하지 않거나 강도를 거의 느낄 수 없도록 낮췄다.
체외충격파치료는 소리와 진동, 피부 감각이 발생할 수 있다. 위약 시술이 실제 치료와 충분히 비슷하지 않으면 참가자가 자신이 어느 군에 배정됐는지 알아차릴 수 있고, 기대효과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위약군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인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발기부전 임상시험에서는 위약만으로도 일정한 개선이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인 만큼,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위약 설계나 눈가림, 자료 처리 방식의 문제를 시사할 수 있다고 봤다.
통계적 유의성과 환자가 체감하는 개선을 구분하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포함 연구의 78%는 최소임상중요차이를 보고하거나 두 군 사이에서 비교하지 않았다.
일부 연구는 최소임상중요차이가 검증되지 않은 IIEF-5 척도에 임의의 기준을 적용했다. 중증도가 다른 환자를 한데 묶어 동일한 개선 기준을 사용한 연구도 있어 실제 치료효과가 과대 또는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연구마다 장비와 에너지 밀도, 치료 부위, 충격파 횟수, 치료 기간이 달랐고 비뚤림 위험도 높아 메타분석을 통한 통합 효과 추정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PRP·줄기세포도 근거 제한…장기 안전성 불분명
혈소판풍부혈장 주사 연구도 결과가 엇갈렸다.
위약과 비교한 무작위시험 네 건 가운데 일부는 발기기능 점수와 임상적 개선 비율이 높아졌다고 보고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위약과 차이가 없었다.
혈소판풍부혈장은 환자의 혈액에서 혈소판을 분리·농축한 뒤 음경해면체에 주사하는 치료다. 혈소판에 포함된 성장인자가 조직 회복과 신생혈관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이론에 기반한다.
연구마다 혈소판을 농축하는 방법과 주사량, 주사 횟수가 달랐고 표본 규모도 작았다. 주사 부위 통증과 혈종, 새로운 섬유성 병변 등이 보고됐지만 대부분 경미했다.
줄기세포 치료는 근거가 더 제한적이었다. 무작위시험 한 건과 비무작위 연구 두 건이 포함됐으며, 전체 참가자 수는 연구별로 10~26명에 불과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줄기세포 주사 후 발기기능 점수가 좋아졌지만, 적절한 위약군이 없거나 과거 환자를 대조군으로 사용한 연구가 포함됐다. 세포의 체내 생존과 조직 정착, 장기적인 안전성도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저강도 펄스초음파는 위약보다 발기기능 점수를 개선한 무작위시험이 한 건 있었지만, 표준치료로 판단하기에는 연구가 지나치게 적었다.
이상반응은 전반적으로 드물고 경미했다. 체외충격파치료에서는 국소 자극과 가벼운 통증, 작열감, 두통, 피로, 배뇨불편 등이 보고됐다. 그러나 연구마다 이상반응을 기록하는 기준이 달라 안전성을 확정하기도 어려웠다.
"통계적으로 좋아져도 환자 체감은 별개"
연구팀은 발기부전 복원치료 연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점수 차이가 나타났더라도 환자가 실제 성생활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경험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균 점수가 몇 점 좋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경증·중등도·중증 환자별로 검증된 최소임상중요차이를 적용해 실제 반응 환자의 비율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임상시험에서는 집중형과 방사형 충격파를 명확히 구분하고, 장비와 에너지 밀도, 치료 횟수, 충격파 수, 치료 부위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약 장치가 실제 치료와 비슷한 소리와 진동, 감각을 구현했는지도 확인하고, 참가자에게 자신이 어느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해 눈가림의 적절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환자의 발기부전 중증도와 원인, 당뇨병·심혈관질환 등 동반질환, 기존 발기부전 치료제 반응 여부도 구분해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축적된 근거만으로는 집중형 저강도 체외충격파치료를 포함한 복원치료의 임상적 효과를 확정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들 치료는 모두 시험적 치료로 간주해야 하며, 임상시험 밖에서 시행할 경우에는 효과의 불확실성과 대체 치료법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공동 의사결정을 거쳐야 한다는 결론이다.
연구는 별도 연구비를 지원받지 않았다. 저자 가운데 한 명은 체외충격파 관련 기업의 과학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공개했으며, 나머지 저자들은 이해충돌이 없다고 밝혔다.
[연구 출처] Taylor Kohn 외, "Systematic review on the safety and effectiveness of restorative therapies for erectile dysfunction," The Journal of Sexual Medicine, 2026년 6월 7일 온라인 게재. DOI: 10.1093/jsxmed/qdag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