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가 '특허 절벽'과 'AI 신약개발' 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인공지능(AI)이 신약 개발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과 단백질 구조 분석에 소요되던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면서,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진보 이면에는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담도 공존한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제약바이오산업과 특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는 주요 특허가 대거 만료되는 이른바 '특허 절벽'과 'AI 신약개발 경쟁'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 2030년까지 물질특허 만료 집중... 수익 기반 위협
특허는 일정 기간 특정 기술이나 성분을 독점 보호하는 핵심 장치다. 특히 신약의 핵심 성분을 보호하는 '물질특허'는 가장 강력한 법적 권리를 부여한다. 보고서 분석 결과, 1989년부터 2022년까지 등록된 국내 의약품 특허 294건 중 물질특허는 57건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중 52.6%인 30건의 특허가 2021년부터 2030년 사이에 만료된다는 점이다. 특허 만료는 곧 동일 성분 의약품(복제약)의 시장 진입과 경쟁 심화를 의미한다. 기업들이 새로운 원천 특허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기존의 수익 기반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제약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29조 9000억 원대를 형성할 만큼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무엇보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분야에서 글로벌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주로 개량·복제 의약품에 편중되어 있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AI 도입 초기 단계... 전문인력 부재가 최대 걸림돌
AI 기술은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법적 쟁점을 야기한다. AI가 설계한 물질의 발명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 대규모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핵심 과제다. 현재 주요 국가들은 실제 창작에 기여한 사람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 현장의 대응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설문조사 결과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 중 '현재 AI를 활용 중'인 곳은 15.8%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AI 전문인력 부족(54.8%)을 꼽았다. 기존 특허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급변하는 AI 환경에 대응할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보고서는 몇몇 벤처와 제약사가 AI 신약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기업체 수가 매우 적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교육과정은 물론 재직자 대상의 다각적인 AI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소외되지 않도록 공공 데이터 접근성 향상과 융합형 전문인력 공급, AI활용 컨설팅 지원, 특허권 보호 가이드라인 제공 등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참고로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2022년 약 8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최소 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