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형 수막종에서 수술 직후 방사선치료와 정기 관찰 전략을 처음으로 직접 비교한 무작위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비정형 수막종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뒤에도 치료 방침이 명확하지 않았다. 일부 환자는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정기 추적하다 재발하면 방사선치료를 받았고, 일부는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술 직후 보조 방사선치료를 시행했다. 2021년 유럽신경종양학회(EANO) 가이드라인도 완전 절제된 WHO 2등급 수막종에서 수술 후 방사선치료를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반면 종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경우에는 방사선치료를 권고했다.
이처럼 치료 방침이 엇갈려 온 비정형 수막종에서 수술 직후 방사선치료와 정기 관찰 전략을 처음으로 직접 비교한 무작위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재발률이 관찰군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유럽암연구치료기구(EORTC)와 영국 리버풀대학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이런 내용을 담은 'ROAM/EORTC-1308' 3상 결과를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럽신경종양학회(EANO 2026)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에도 게재됐다.
비정형 수막종, 수술로 다 제거해도 재발 위험
수막종은 뇌와 척수를 둘러싼 막에서 발생하는 종양이다. 상당수는 비교적 천천히 자라지만, 세계보건기구(WHO) 2등급으로 분류되는 비정형 수막종은 1등급 수막종보다 재발 위험이 높다.
문제는 종양을 수술로 완전히 제거한 뒤의 치료 방식이다. 눈에 보이는 종양을 모두 떼어내더라도 미세한 종양세포가 남아 다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 수술 직후 방사선치료를 시행할 수도 없다. 방사선 치료시 정상 뇌조직의 신경인지기능 저하 등 치료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 직후 방사선치료를 시행하는 방법과 정기적인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추적하다 재발이 확인됐을 때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는 방법이 함께 사용돼 왔다.
'ROAM/EORTC-1308'은 이 문제를 직접 비교한 첫 무작위 3상 임상시험이다.
157명 무작위 배정…방사선치료 60Gy 30회
연구에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비정형 수막종을 완전히 절제한 환자 157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환자를 방사선치료군 78명과 관찰군 79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방사선치료군은 총 60Gy를 30회로 나눠 약 6주 동안 치료받았고, 관찰군은 별도의 보조치료 없이 정기적으로 영상검사를 받았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종양 재발 또는 사망 없이 지낸 기간이었다.
연구 결과 약 5년간 추적했을 때 종양이 재발한 환자는 방사선치료군에서 11명(14%), 관찰군에서 24명(30%)이었다. 방사선치료군의 재발 위험은 관찰군보다 약 절반 낮았다(HR 0.51). 5년 무질병생존율도 방사선치료군이 79.9%로 관찰군의 64.3%보다 높았다. 두 군 간 차이는 15.6%포인트였다.
재발 억제 효과 뚜렷…5년 전체생존율은 유사
5년 무질병생존율은 방사선치료군에서 더 높았지만, 5년 전체생존율은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추적기간 동안 사망자는 방사선치료군에서 7명(9%), 관찰군에서 6명(8%)이었다. 건강 관련 삶의 질과 신경인지기능 역시 두 군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방사선 치료군의 경우 중증 방사선 독성도 많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분명하게 확인된 차이는 재발 여부였다. 완전 절제 뒤 관찰만 한 환자의 재발률은 30%였지만, 수술 후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는 14%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향후 비정형 수막종의 수술 후 치료 가이드라인과 실제 진료에서 방사선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