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HK이노엔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과 제일약품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가 불을 지핀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구강붕해정 시장에 대웅제약이 출사표를 던졌다.
자사 신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의 단점으로 꼽히는 쓴맛을 차폐하고 복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독자적인 제형 기술을 확보하며 상용화 채비에 나선 것이다. 고령 환자 처방 확대와 글로벌 시장 공략의 핵심 무기가 될 구강붕해정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블록버스터 P-CAB 신약 3인방의 점유율 확보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7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펙수클루 구강붕해정 제조와 관련한 2건의 제제 기술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얻기 위해 특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당 기술의 핵심은 '약물-이온 교환 수지 복합체' 플랫폼과 '다중 코팅 펠렛' 기반의 다중입자시스템(MUPS)이다.
구강붕해정(ODT)은 물을 마시지 않고도 입안에서 타액만으로 빠르게 녹여 삼킬 수 있는 편의성 높은 제형이다.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고령 환자나 다제 병용 투여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옵션으로 꼽힌다.
펙수프라잔과 같은 P-CAB 계열 약물은 고유의 쓴맛이 매우 강해 이를 완벽히 차폐하면서도 위장관에서 빠르게 녹게 만드는 제제 기술이 구강붕해정 상용화의 최대 난관으로 작용했다.
대웅제약은 이 같은 제제학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화학적 결합과 물리적 장벽이라는 투트랙(Two-track) 방식을 고안했다.
이온수지·다중코팅 '투트랙' … P-CAB 난제 '쓴맛' 원천 봉쇄
첫 번째 기술인 이온 교환 수지 복합체는 약물과 양이온 교환 수지 간의 정전기적 인력을 활용한 가역적 화학 결합 방식이다. 펙수프라잔과 약산성 양이온 교환 수지인 폴라크릴린 포타슘을 반응시켜 분자 단위에서 쓴맛을 봉쇄했다.
타액이 분비되는 구강 내에서는 약물이 급격히 방출되지 않아 불쾌한 맛을 감추고, 위산(pH 1.2) 환경에서는 신속하게 약물이 방출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전자 혀 시스템을 이용한 측정 결과, 이 복합체 기술이 적용된 정제는 무미(Taste-less)에 가까운 완벽한 쓴맛 차폐 능력을 입증했다. 또한 평균 입경 100마이크로미터(µm) 이하로 입자 크기를 정밀하게 제어해 구강붕해정 특유의 모래를 씹는 듯한 거친 식감을 차단했다.
두 번째 기술인 다중 코팅 펠렛 시스템은 미세한 비활성 입자 코어 표면에 약물 층과 맛 차폐층을 분리해 겹겹이 적층하는 물리적 코팅 공법이다.
코팅 과정에서 약물 입자가 뭉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원료의약품을 제트 밀(Jet-mill)과 비드 밀(Bead-mill) 공정을 통해 평균 20µm 이하 크기로 초미세화했다. 이어 구강 내 중성 환경에서는 녹지 않고 강산성인 위액에서만 즉각 녹아내리는 pH 의존성 고분자 피막을 입혀 2중 차폐벽을 구축했다.
특히 타정 과정에서 가해지는 강한 압력에 의해 펠렛 코팅막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제 중량의 최대 90%에 달하는 혼합제 완충 매트릭스를 도입해 기계적 파괴를 억제했다.
두 가지 제제 기술 모두 미국약전(USP) 기준인 30초 이내 붕해 조건을 무난히 충족했으며, 위장관 조건에서 15분 내 85% 이상 방출되는 강력한 속방성을 달성했다.
불붙은 P-CAB 3파전 … 제형 다변화로 처방 경쟁 '제2막'
현재 국내 위장관 치료제 시장은 선두 주자인 HK이노엔의 케이캡과 대웅제약 펙수클루의 양강 구도 속에서 제일약품의 자큐보가 가세한 3파전으로 재편됐다.
그중 케이캡은 일찌감치 구강붕해정을 발매해 처방 파이를 크게 확대했고, 자큐보 역시 올해 초 구강붕해정을 출시하며 케이캡 추격에 나섰다.
국산 P-CAB 신약 중 아직 구강붕해정이 등장하지 않은 제품은 펙수클루가 유일하다. 특히 펙수클루는 최근 자큐보에 P-CAB 제제 월별 원외처방액 순위 2위 자리를 내준 만큼, 이를 만회할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
대웅제약 입장에서 펙수클루 구강붕해정 개발은 단순한 제형 추가를 넘어 처방 현장에서의 입찰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령 환자 처방 스위칭을 이끌어내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평가다.
철저한 쓴맛 차폐와 부드러운 목 넘김이라는 품질 경쟁력을 앞세운 펙수클루 구강붕해정이 본격 등판할 경우, P-CAB 제제 간 처방 경쟁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케이캡'의 견고한 선점 효과와 '자큐보'의 맹추격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독보적 기술력으로 벼려낸 대웅제약의 승부수가 향후 처방 현장의 판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