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일동제약그룹 신약 개발 전문 자회사 아이디언스가 차세대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베나다파립(Venadaparib, IDX-1197)'의 상업화 비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1b/2a상 시험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후기 임상 진입과 상업화 일정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아이디언스는 베나다파립 글로벌 임상 1b/2a상 시험의 환자 모집을 완료하고, 현재 환자 추적 관찰과 데이터 정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임상시험에 착수한 지 5년여 만의 성과다.
모집 환자 수는 당초 목표로 했던 100명보다 13명 줄어든 87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회사가 제시한 일정대로라면 이들 환자에 대한 1차 평가변수 데이터 수집이 이미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이디언스는 이르면 내년 1분기 안에 이번 임상시험의 모든 데이터 수집을 마치고 시험을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임상시험은 이전 표준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및 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베나다파립과 '이리노테칸(Irinotecan)' 또는 '젤록스(XELOX)'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기획됐다. 젤록스는 젤로다(Xeloda, 성분명 카페시타빈)라는 경구제를 처방받고 엘록사틴(Eloxatin, 성분명 옥살리플라틴) 주사제를 3주에 한 번씩 투여하는 항암 치료 방식이다.
베나다파립은 세포의 DNA 손상을 복구하는 효소인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전의 표적항암제다. 표적 효소인 PARP-1과 PARP-2만을 정밀하게 억제하며, 강력한 결합을 통해 암세포의 DNA 복구 과정을 원천 차단하는 고도화된 차세대 화합물로 평가받는다.
기존에 상용화된 1세대 PARP 저해제들은 PARP-3과 PARP-5까지 무분별하게 억제해 심각한 혈액학적 부작용 및 위장관 독성을 유발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 베나다파립은 독성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PARP-3 및 PARP-5 동형 단백질에 대한 억제 활성이 거의 없어 전신 안전성 범위를 대폭 넓히는 데 성공했다.
1세대 한계 극복한 전신 안전성 … 병용요법으로 '합성 치사' 유도
베나다파립의 이러한 안전성은 독성 중첩 문제로 인해 기존 약물들이 번번이 실패했던 다른 세포독성 화학항암제와의 병용요법 투여를 가능하게 했다.
특히 이번 임상에서 활용된 화학항암제 이리노테칸은 제1형 토포이소머라아제(TOP1)를 억제하여 DNA 손상을 유발한다. 이리노테칸에 의해 유발된 DNA 손상을 복구하는 과정은 PARP 효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베나다파립과의 병용요법은 암세포에 치명적인 '합성 치사(Synthetic Lethality)'를 유도하게 된다.
실제로 아이디언스가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베나다파립 임상 1b/2a상 시험의 중간 결과에 따르면, 베나다파립과 이리노테칸 병용요법으로 치료받은 난치성 위암 환자 43명 중 상동재조합결핍(HRD)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한 14명의 환자군은 35.7%의 높은 객관적 반응률(ORR)을 나타냈다.
해당 HRD 양성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5.6개월이었으며,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0.1개월로 집계됐다.
더욱 주목할 만한 대목은 PARP 저해제의 민감한 반응 마커인 ATM 및 BRCA1/2 돌연변이를 지닌 11명의 환자군만을 별도로 분석했을 때, mPFS가 무려 8.4개월까지 대폭 연장됐다는 점이다.
현재 위암 3차 또는 4차 표준 치료제로 처방되는 기존 항암제들의 mPFS가 2개월 내외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베나다파립과 이리노테칸 병용요법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4배 이상 늘린 셈이다.
미 FDA 패스트트랙 등 규제 혜택 '날개' … 든든한 실탄 확보로 후기 임상 탄력
이 같은 임상 성과를 앞세워 베나다파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폭적인 규제적 혜택을 연이어 확보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위암 관련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동일 적응증에 대해 FDA 패스트트랙(Fast Track) 개발 품목으로 지정됐다.
패스트트랙 품목으로 지정되면 신약 개발 과정에서 FDA와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으며, 향후 롤링 리뷰(단계별 심사) 및 우선 심사 혜택을 통해 상업화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임상적 입지가 다져지면서 베나다파립을 향한 대규모 전략적 파트너십과 자본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아이디언스에 250억 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 회사의 2대 주주로 올랐다. 이와 함께 베나다파립 병용투여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한 공동개발 권리도 획득했다.
앞서 아이디언스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및 중동 지역 제약사들과 약 700억 원 규모의 상업화 판권 이전(L/O) 계약을 체결해 후기 임상 진행을 위한 재무적 안정성도 한층 강화했다.
현재 진행 중인 1b/2a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아이디언스는 베나다파립의 다국가 글로벌 확증 임상(2b/3상) 시험 준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초기 임상 데이터에 FDA 패스트트랙 혜택, 대규모 전략적 투자까지 맞물리면서 베나다파립의 글로벌 상업화 시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그룹이 신약 R&D 전문 자회사를 통해 추진해 온 차세대 표적항암제 개발 전략이 가시적인 결실을 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