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유한양행의 국산 항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이전 표적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뇌수막 전이 동반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 강력한 중추신경계(CNS) 종양 억제 효과를 나타낸다는 새로운 통합 분석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료가 까다로운 뇌수막 전이 환자군을 대상으로 유의미한 생존 기간 연장을 입증한 만큼 글로벌 상업화 파급력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 주도로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 고려대 안암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렉라자의 임상 2상 2건(KCSG-LU20-15, LU21-01)의 통합 분석을 진행해 레이저티닙의 뛰어난 중추신경계 활성을 확인했다.
이번 분석은 1세대 또는 2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치료 이후 중추신경계로 암이 진행된 환자 7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 코호트에 포함된 환자의 62.5%(45명)는 예후가 극도로 불량한 뇌수막 전이(LM)를 동반하고 있었다.
이들의 연령 중앙값은 63세였으며, 가장 흔한 EGFR 획득 내성인 T790M 변이 음성 환자가 전체의 61.1%를 차지했다.
연구팀이 두개강 내 병변 평가가 가능한 46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렉라자 투여군의 두개강 내 객관적 반응률(iORR)은 50.0%를 기록했다. 종양의 크기가 일정 수준 이상 커지지 않도록 억제하는 두개강 내 질병 통제율(iDCR)은 97.8%에 달했다.
뇌전이 및 뇌수막 전이 악화를 억제한 기간을 의미하는 두개강 내 무진행 생존 기간(iPFS) 중앙값은 15.2개월로 나타났다. 전신 평가가 가능한 6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체 생존 기간(OS) 중앙값은 17.8개월로 집계됐다.
63명의 환자 중 49명(77.8%)에서 전체 종양 부담이 감소했으며, 9명은 50% 이상 감소했다. 두개강 내 종양 크기 감소는 대다수 환자(83.7%)에게서 관찰됐다. 두개강 내 종양 크기 증가는 단 한 명의 환자(2.3%)에게서만 확인됐다.
투여 약물 절반이 뇌척수액으로 … 높은 BBB 투과율이 압도적 효능 비결
이러한 압도적 효능은 렉라자 특유의 높은 혈액뇌장벽(BBB) 투과율에서 기인한다.
뇌수막 전이는 암세포가 뇌척수액을 타고 뇌와 척수 전체로 광범위하게 퍼지는 상태로, 과거에는 생존 기간이 3~6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치료가 무척 까다로웠다. 1세대 및 2세대 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약물들은 BBB 투과율이 낮아 뇌전이를 억제하는 데 명확한 한계를 노출해 왔다.
그러나 연구팀의 이번 약동학적 분석에 따르면, 렉라자의 뇌척수액(CSF) 투과율은 46.2%로 측정됐다. 이는 투여된 약물의 절반가량이 뇌척수액으로 침투해 뇌수막에 파종된 암세포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렉라자의 뇌전이 통제 효과가 T790M 변이 양성 여부와 무관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 T790M 양성 그룹과 음성 그룹 간의 객관적 반응률 및 생존 기간 지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렉라자가 특정한 유전자 표적에만 얽매이지 않고, 고농도로 뇌척수액에 침투해 물리적·화학적으로 암세포를 타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임상 과정에서 나타난 이상반응 역시 대부분 1~2등급 수준으로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다.
입증된 뇌전이 억제력 십분 발휘 … '리브리반트' SC 가세로 처방 확대 날개
이 같은 뇌전이 통제력은 렉라자가 글로벌 1차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렉라자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이중항체 신약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 요법인 MARIPOSA 3상 임상에서도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대비 우월한 중추신경계 보호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해당 임상의 3년 추적 관찰 결과, 렉라자 병용군의 두개강 내 무진행 생존율은 38%로 타그리소 단독군(18%)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렉라자는 의약품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기준 2024년 2분기 국내 3세대 EGFR-TKI 시장에서 렉라자의 점유율은 약 31%까지 상승하며 매서운 시장 침투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렉라자의 병용 약물인 리브리반트의 피하주사(SC) 제형 등장도 렉라자의 처방 확대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리브리반트 피하주사 제형은 투여 시간을 5분 이내로 대폭 단축한 동시에 주입 관련 이상반응을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다. 신제형 추가로 리브리반트의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렉라자의 처방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지금까지 글로벌 상업화 진행에 따라 유한양행이 수령한 누적 기술료(마일스톤) 수익은 이미 3억 달러(약 4200억 원)를 돌파했다. 향후 본격적인 글로벌 처방이 이뤄질 경우 순매출에 비례한 경상기술료(로열티)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발맞춰 원료의약품(API) 글로벌 수요도 동반 상승하면서 유한화학을 통한 위탁개발생산(CDMO) 수출 실적 역시 유한양행의 견고한 성장세를 이중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뇌수막 전이라는 미충족 의료 수요를 정면으로 뚫어낸 렉라자가 앞으로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새로운 치료 표준을 어떻게 재편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폐암 흉부 암종 전문 국제 학술지 '흉부 종양학(Thoracic Cancer)'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