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에스오메프라졸'보다 간 독성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다는 대규모 리얼월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 P-CAB 계열 약물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간 독성 우려가 이번 데이터로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케이캡은 국내 처방 시장 장악은 물론, 내년으로 다가온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강력한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이번 간 독성 안전성 입증은 소화기용제 시장에서 불고 있는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에서 차세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으로의 처방 전환 추세를 더욱 가속하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연구팀은 2019년 3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테고프라잔 또는 에스오메프라졸을 14일 이상 처방받은 성인 신규 사용자를 대상으로 코호트 분석을 진행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그동안 케이캡 등 P-CAB 제제는 빠른 약효 발현과 강력한 위산 억제력으로 호평받았으나, 과거 1세대 P-CAB 약물들이 간 독성 문제로 신약 개발이 중단된 사례가 있어 안전성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 방식이 적용됐다.
이에 연구팀은 90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가장 대표적인 PPI 제제인 에스오메프라졸과 케이캡의 간 독성 위험을 직접 비교하는 방식의 코호트 연구에 나섰다. 성향점수 매칭 기법을 적용해 교란 변수를 통제한 결과, 최종적으로 테고프라잔 투여군 3444명과 에스오메프라졸 투여군 5571명이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간 독성의 기준은 약물 투여 시작 후 120일 이내에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 빌리루빈, 또는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GT) 수치가 정상 상한치를 초과하면서 동시에 투약 전 기저치 대비 1.5배 이상 상승한 경우로 정의했다.
에스오메프라졸 대비 간 독성 위험 34%↓ … 중증 간 손상도 '절반 이하'
연구팀이 콕스 비례위험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케이캡 투여군은 에스오메프라졸 투여군 대비 전반적인 간 독성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캡의 에스오메프라졸 대비 조정 위험비(aHR)는 0.66으로 집계됐다. 이는 케이캡을 복용한 환자가 간 기능 이상을 겪을 확률이 에스오메프라졸과 비교해 34% 낮다는 의미다.
특히 약물 복용 전 ALT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었던 환자군에서는 케이캡의 조정 위험비(aHR)가 0.63으로 더욱 낮아져 예방적 안전성이 두드러졌다.
임상적으로 급성 간염 등을 시사하는 중증 간 손상 지표(추적 관찰 기간 내 ALT 100U/L 초과) 발생률도 케이캡은 1.3%로, 에스오메프라졸(2.9%)의 절반 이하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리얼월드 데이터는 전북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종승 교수팀이 지난 2022년 발표한 전 국민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 기반의 대규모 역학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김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5000만 명을 분석한 결과, 케이캡은 시판 중인 6종의 PPI 제제 통합군보다 간 독성 누적 발생률이 명확히 낮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케이캡의 간 독성 위험비(RR)는 0.73이었으며, 에스오메프라졸과의 직접 비교에서도 0.81의 우수한 상대적 안전성을 입증했다.
1세대 P-CAB 한계 극복 … 확고한 안전성 데이터에 처방 패러다임 '선회'
이처럼 케이캡이 과거 P-CAB의 태생적 한계로 지적되던 간 독성 우려를 완벽하게 불식시키면서 의료 현장의 처방 패러다임 변화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케이캡 출시 초기만 해도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장기간 처방에 대한 안전성 우려로 1차 치료제에 PPI를 우선 처방한 뒤 치료가 실패할 때 P-CAB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케이캡의 강력한 초기 점막 치유 효과에 더해 간 및 신장 독성이 기존 PPI보다 오히려 낮다는 확고한 실증 데이터가 쌓이면서, 처음부터 P-CAB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선회하고 있다.
실제로 케이캡은 간 대사 효소 중 유전자 다형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 CYP2C19를 우회하고 CYP3A4를 주로 활용해 약동학적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간 조직에 미치는 부하를 줄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임상적 신뢰는 폭발적인 처방 실적으로 직결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케이캡은 지난 4월 월간 원외처방실적 208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전체 처방 의약품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처방 1위 저력 美 대륙으로 … 경쟁약 '보퀘즈나'와 진검승부
이처럼 국내에서 완벽하게 검증된 안전성 및 효능 임상 데이터는 케이캡의 거대 미국 시장 공략에도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HK이노엔의 미국 파트너사인 세벨라 파마슈티컬스는 2000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 3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케이캡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으며, 내년 시판 승인을 획득해 제품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해 있는 유일한 P-CAB 경쟁 약물인 패썸 파마슈티컬스의 '보퀘즈나(성분명 보노프라잔)'와 향후 팽팽한 시장 점유율 쟁탈전에서도 국내에서 확보한 탁월한 간 안전성 데이터는 케이캡이 현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P-CAB 제제의 간 독성 족쇄를 끊어내며 완벽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입증한 케이캡이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항궤양제 시장에서도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약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파마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