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보령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메실산염)'의 용도특허 분쟁에서 오리지널사인 에자이를 상대로 다시 한번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자사의 렌비마 제네릭이 안고 있던 잠재적 리스크를 차단하고 조기 출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1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부는 에자이가 보령을 상대로 제기한 '갑상선암에 대한 항종양제' 특허 무효 심결 취소 소송에서 15일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이번 항소심의 쟁점이 된 용도특허는 렌비마가 보유한 주요 적응증 중 하나인 분화형 갑상선암 치료에 관한 것으로, 존속기간 만료일은 2028년 3월 4일이다. 앞서 보령은 지난 2022년 11월 해당 특허에 대해 무효 심판을 청구해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청구 인용 심결을 받아낸 바 있다.
에자이는 이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2차전에 돌입했으나, 재판부는 특허심판원과 마찬가지로 보령의 손을 들어줬다.
렌비마는 에자이가 개발한 다중 표적항암제로, 종양의 혈관 신생과 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수용체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출시됐으며, 갑상선암을 비롯해 간세포성암, 자궁내막암, 신세포암 등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보령은 렌비마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시점(2025년 4월)에 맞춰 제네릭을 조기 출시하기 위해 에버그리닝 특허망을 정조준해 왔다. 2028년 3월 4일 만료 예정이던 이번 갑상선암 용도특허는 보령이 자사의 렌비마 제네릭인 '렌바닙'을 온전히 처방 영역에 안착시키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이번 특허법원의 판결로 보령은 렌바닙이 갑상선암 환자에게 처방될 때 불거질 수 있는 특허 침해 리스크를 덜어내며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보령은 이번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 전 이미 렌바닙을 조기 출시하는 강수를 둔 상태다. 회사는 지난해 물질특허 만료 직후 렌바닙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마치고, 7월부터 공격적으로 시장 진입에 나섰다.
상급심 판결 전 제네릭을 판매할 경우, 패소 시 막대한 배상 책임을 지는 리스크를 안게 되지만, 보령은 자사의 특허 무효 논리에 대한 강한 확신을 바탕으로 조기 발매를 밀어붙였다.
이런 가운데 특허법원이 보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회사가 감수했던 이러한 리스크는 이제 시장 선점을 가능케 하는 완벽한 승부수로 전환됐다.
미등재 특허까지 선제 타격 … 단독요법 '특허 지뢰밭' 싹쓸이
보령의 렌비마 특허 격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령과 에자이는 렌비마의 시장 가치를 두고 다방면에서 특허 공방을 이어왔다.
보령은 렌비마의 제제 및 결정형특허를 일찌감치 무너뜨린 데 이어, 가장 까다로웠던 조성물특허도 대법원까지 가는 끝에 무효화에 성공하며 최종 승소를 따냈다. 이를 통해 오리지널의 독점 기간을 10년 가까이 단축시키며 제네릭 조기 등판의 활로를 개척했다.
보령의 치밀한 리스크 관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식약처 의약품 특허목록(그린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에자이의 '고미(쓴맛) 억제 방법' 특허까지 찾아내 선제 타격을 가했다.
현행 허가특허연계제도 아래에서 미등재 특허는 제네릭 품목 허가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나, 제품 발매 이후 오리지널사가 이를 근거로 특허 침해를 묻는 후속 소송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령은 이러한 특허 침해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해당 특허에 별도의 무효 심판을 청구했고, '일부 인용 및 일부 각하' 심결을 이끌어내며 시장 안착의 잠재적 위험 요소를 걷어냈다.
이런 가운데 마지막 뇌관으로 여겨지던 갑상선암 용도특허마저 이번 항소심 승소로 무력화하면서 단독요법 처방 영역에서의 특허 지뢰밭을 대부분 제거하게 됐다.
이제 남은 최대 격전지는 MSD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의 병용요법 특허다.
앞서 보령은 렌비마 단독요법과 관련한 특허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나, 키트루다 병용요법 특허 공방에서는 첫 패배의 쓴잔을 마신 바 있다. 특허심판원에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과 무효심판이 모두 기각된 것인데, 보령은 MSD의 손을 들어준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해 최근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2차전에 나섰다.
렌비마와 키트루다 병용 투여는 최근 신세포암과 자궁내막암 등 주요 암종에서 핵심 옵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병용요법 특허 소송의 성적표가 향후 렌비마 제네릭 시장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갑상선암 용도특허 항소심 승소로 렌바닙 단독요법에 깔려있던 특허 지뢰밭을 사실상 모두 걷어낸 보령이 향후 렌비마 제네릭 시장 경쟁의 새로운 패권 관문이 될 키트루다 병용요법 특허 소송에서도 반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