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주사제로 투여되던 바이오의약품을 알약 형태로 구현하려는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비만치료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질환 영역에서 경구용 바이오의약품 개발이 확대되면서, 관련 플랫폼 기술이 차세대 약물 전달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바이오 의약품은 생물학적 원료를 기반으로 제조되는 의약품으로, 항체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펩타이드 의약품 역시 생물 유래 세포를 기반으로 개발되기에 광의의 바이오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바이오 의약품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 구조의 특성상 물리·화학적 안정성이 낮다. 특히 경구 투여 시 위산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한계가 있어, 그간 정맥주사나 피하주사와 같은 비경구 투여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아 왔다.
경구용 바이오의약품 개발 경쟁 본격화
그러나 주사제는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돼 왔다. 이에 제약업계는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순응도를 개선하기 위해 경구용 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다. 펩타이드 기반의 GLP-1 작용제가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지난해부터 경구용 제형 개발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대표적이다.
관건은 경구제 개발에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바이오 의약품은 분자 구조가 불안정해 위장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쉽게 분해되는데,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며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경구제 개발의 과제로 꼽힌다.
생체 이용률 높이는 차세대 플랫폼 기술 주목
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크게는 약물 분자 구조 자체를 경구 투여에 적합하도록 설계하는 방식과, 기존 약물 구조를 유지하면서 흡수율을 높이는 보조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미국 바이오 벤처 기업 피나클(Pinnacle)의 '디자인 퍼스트(Design First)' 기술은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가 구체화한 기술은 기존의 순차적 개발 방식을 뒤집어, 약물의 생체 이용률(Bioavailability)을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는 역발상 접근법이다.
그간 약물 개발은 신약 후보 물질의 효능을 우선 확보한 뒤, 경구 투여 시 발생하는 낮은 흡수율이나 위장관 내 분해 문제를 사후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해 왔다. 반면 '디자인 퍼스트 접근법'은 약물 분자를 설계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경구 투여에 최적화된 생체 이용률 확보를 목표로 한다. 약물의 분자 구조 자체가 위장관 환경을 통과하고 세포막을 효율적으로 투과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약물 구조는 유지한 채 흡수 촉진 기술을 활용해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GLP-1 작용제에 적용된 SNAC(Sodium N-salicylatamide) 기술이다.
SNAC은 위산에 의한 약물 분해를 줄이는 동시에 위 점막 투과성을 일시적으로 높여 약물의 체내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펩타이드 계열 약물의 경구 투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경구용 바이오의약품 개발은 여전히 낮은 생체 이용률과 제조 공정의 복잡성, 비용 부담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확보될 경우, 경구용 바이오의약품의 적용 범위가 비만 치료제를 넘어 항체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