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유럽 제품명 : '온투즈리', 성분명 : 세노바메이트) [사진=SK바이오팜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유럽 제품명: 온투즈리)'가 임상 현장 최대의 난제 중 하나였던 '복약 중단 후 재적정(Retitration, 약물 투여량 재조정)' 규제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임상적 근거를 확보했다.
그동안 임상 현장에서 명확한 지침이 없어 환자가 복약을 며칠만 누락해도 처음부터 다시 복용량을 서서히 올리는 기나긴 재적정 과정을 거쳐야 했던 전문의들의 처방 딜레마를 단숨에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 뇌전증 센터의 마리나 펠드만(Marina Feldman) 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은 2020년 1월 1일부터 2025년 10월 31일까지 클리블랜드 클리닉 뇌전증 센터에서 두 개강 내 뇌파 검사를 받은 모든 환자의 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세노바메이트를 일정 기간 중단한 환자에게 기존 유지 용량을 즉각 재투여하더라도 치명적인 피부 과민반응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라모트리진이나 카르바마제핀 등 방향족 항뇌전증약은 복용을 일시 중단했다가 기존 유지 용량으로 재개할 경우,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JS)이나 드레스(DRESS) 증후군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피부 과민반응의 위험이 급증한다. 이 때문에 철저한 재적정 스케줄이 법적 경고문으로 강제돼 왔다.
세노바메이트 역시 개발 초기에 빠른 증량 시 DRESS 증후군 발생 사례가 확인돼, 현재는 12.5mg의 극소량으로 시작해 2주 간격으로 서서히 늘려가는 'Start-low, go-slow' 스케줄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세노바메이트 복용을 중단했던 환자가 기존 유지 용량으로 복용을 재개했을 때도 이러한 위험성이 나타나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두 개강 내 뇌파(EEG) 평가를 위해 입원한 난치성 부분 발작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자연적 실험(Natural experiment)'을 진행했다. 5일 정도 진행하는 EEG 검사 기간에는 항경련제(ASM) 투여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점을 이용한 연구였다.
연구 대상 환자의 절반에 가까운 14명(44%)은 이전에 항생제나 다른 항뇌전증약으로 인해 피부 발진을 경험한 적이 있는 면역학적 고위험군이었으며, 환자들이 입원 전 복용하던 세노바메이트의 일일 용량 중앙값은 200mg이었다.
환자들은 평균 7일(IQR 5~8일, 최대 11일) 동안 세노바메이트 투약을 중단했다. 이후 의료진은 이들에게 기존 유지 용량과 동일한 중앙값 200mg/day로 약물 투여를 재개했다. 그 결과, 병동 입원 기간과 퇴원 후 2주간의 정밀 추적 조사 기간을 포함해 세노바메이트 재개 이후 약물에 의한 피부 발진이나 DRESS 증후군 등의 전신 과민 반응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우수한 안전성 결과는 세노바메이트가 가진 50~60시간의 긴 반감기에 기인한다. 약 1주일간의 복약 중단이 있더라도 체내에 남아 있는 잔류 약물이 면역 체계의 급격한 과민 반응을 억제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전에 세노바메이트를 잘 복용하던 환자가 약물 복용을 단기간 중단했다가 재개했을 때 용량 재조정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최초의 데이터로, 일상적인 이유로 수일간 약물 복용을 잊은 환자가 재적정으로 인해 일정 기간 발작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투여 재개 권장 사항을 더욱 구체화하고 과민 반응 위험이 있는 다른 항경련제로 연구 결과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더 긴 중단 기간과 체계적인 안전성 모니터링을 포함하는 대규모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임상적 가치 등에 업은 '세노바메이트' … SK바이오팜 역대급 실적 견인
이번 연구 결과로 세노바메이트가 '다루기 쉽고 복원력이 뛰어난 약물'이라는 이점이 더해지면서 폭풍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SK바이오팜의 매출 곡선도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279억 원, 영업이익 898억 원, 당기순이익 102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8%, 영업이익은 249.7% 급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 같은 실적 고공행진의 일등 공신은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되는 세노바메이트다. 엑스코프리의 미국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한 1977억 원을 기록해 전체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미국 내 월간 총 처방 수(TRx)는 4만 7000건을 상회하고 있으며, 월간 신규 환자 처방 수(NBRx)도 지난 3월 최초로 2000건을 돌파했다.
특히 SK바이오팜은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미국 현지 유통망을 직접 구축한 국내 유일의 제약사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60.13%에 달한다. 매출 성장이 고스란히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으로 환원되는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최근에는 세노바메이트의 상업적 영토가 미국과 유럽을 넘어 동북아시아와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올해 3월 파트너사 이그니스 테라퓨틱스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정식으로 출시됐으며, 일본에서는 오노약품을 통해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적응증과 제형 확장도 임박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세노바메이트의 전신 강직-간대발작(PGTC) 및 소아 환자 적응증 확대 신청을 추진할 계획이다. 물에 타서 복용할 수 있는 신규 경구용 현탁액 제형의 미국 FDA 신약 허가 신청(NDA)도 지난 3월 완료해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시장 전략이 구체화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가 환자의 불규칙한 복약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한 만큼, 글로벌 처방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로 풀어낸 '성공 방정식'이 국산 신약의 글로벌 영토 확장을 이끄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뇌전증연맹(ILAE)의 공식 학술지 '에필렙시아 오픈(Epilepsia Open)'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