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파업 돌입을 이틀 앞둔 4월 29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1바이오캠퍼스에 노동조합의 플래카드가 줄지어 내걸려 있다. (사진=서정필 기자)[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5월 1일 전면 파업을 앞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간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사측이 박재성 노조위원장의 개인 휴가 일정을 빌미로 '지도부 부재' 프레임을 씌우며 여론전에 나서자, 노조 측은 "본질을 흐리는 치졸한 언론플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극적 타결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노조 측에 따르면 박재성 위원장의 이번 개인 휴가는 노조 파업이 결정되기 훨씬 이전에 잡힌 것으로, 사전에 약속된 스케줄 때문에 미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언론, 블라인드 글 인용하며 "내부 분위기 심상찮다" 보도
그런데 언론들의 노조 때리기가 본격화되면서 노사간 대화 분위기는 더욱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29일 몇몇 언론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들을 인용하며, "파업을 앞둔 시기에 노조위원장이 해외여행을 떠난 것을 두고 노동조합 내부에서 박 위원장의 처신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된 블라인드 글에는 "다들 힘들게 고민하고 결정한 시기에 여행은 좀 아니다", "한 번쯤은 조정해볼 수 있지 않았나" 등의 내용이 담겼다. "파업 목적이 사측과의 협상이라면 본격 파업을 앞두고 (28일 시작된) 부분 파업과 휴가 일정이 겹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조합원이 무임금·무노동 상태의 파업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의 행보가 적절했느냐는 비판을 언론이 교묘히 부각한 것이다.
◇사측, "위원장 부재 관계로 노동청 중재 날짜 다시 잡자고 했다"
사측 역시 박 위원장의 해외 체류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놓으며 여론전에 가세했다. 사측 핵심 관계자는 29일 본지에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서 중재를 위한 대화를 제안했고, 회사는 박재성 위원장이 부재인 관계로 다시 날을 지정하자고 이야기했지만, 노조에서 위원장 없이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내일(30일)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노사의 만남은 오후 3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나, 박 위원장은 휴가 일정으로 해외 체류 중이라 참석하지 않는다. 사측은 이를 두고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박 위원장의 부재를 부각하는 모양새다.
전면파업 돌입을 이틀 앞둔 29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1바이오캠퍼스에 노동조합의 플래카드가 줄지어 내걸려 있다. (사진=서정필 기자)◆ 노조, "블라인드 글 작성자 수상" ... 배후로 사측 의심
노조 측은 두 가지 근거를 들어 사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복수 언론이 마치 사전에 협의한 것처럼 일제히 블라인드 글을 인용했다는 점, 그리고 30일 중재 자리가 특정 안건을 논의하는 교섭 자리가 아니라 단순히 얼굴을 보는 수준의 자리라는 것을 사측이 잘 알고 있음에도 마치 박 위원장이 없어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복귀할 때까지 전권을 위임받은 이남훈 노조 조직국장은 29일 밤 본지와의 통화에서 블라인드 글 자체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박 위원장의 부재는 조합원들에게 사전에 고지됐고, (해외에서도) 온라인 소통이 워낙 활발해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휴가 간 것조차 몰랐다는 분위기였다"며 "그런데 갑자기 같은 취지의 글이 블라인드에 한꺼번에 드르륵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글 작성자의 패턴을 보면 몇몇 아이디가 반복되는 양상"이라며 "조합원들은 이를 자가발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측이 글을 올리고 그것을 언론이 인용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특히 "노조 측은 사측의 홍보비 집행 내역과 해당 보도 매체들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는 추정도 하고 있다"며 이번 보도와 관련 언론과의 유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이남훈 조직국장 "파업 동력 오히려 커졌다 ... 노조 가입자 계속 증가"
이 국장은 사측의 언론플레이에도 파업 동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보통 파업을 선언하면 위축되는 인원이 생겨 노조원 숫자가 줄어들기 마련인데 우리는 다르다"며 "현재 조합원은 3990명으로, 지난 3월 말 파업 찬반 투표 당시보다 오히려 200명가량 늘었다. 곧 4000명이 된다"고 밝혔다. 현재 2200여 명이 파업 동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주요 공정의 경우 대체 인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노조가 강조하는 대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고객사로부터 위탁받은 세포주를 해동해 배양·정제·충전까지 이어지는 연속 공정이다. 숙련된 인력 없이는 공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측은 만약 전면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세포주 해동을 멈추고 계속 냉동 상태로 놔두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제조업 공정과 다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정 특성을 감안할 때 하루 해동을 미룰 경우 막대한 손실은 피할 수는 없다.
◆ 박 위원장 "실질 안건 없이 참석자 구성만 문제 삼는 건 책임 전가"
해외 체류 중인 박재성 위원장도 29일 밤 본지에 직접 입장을 밝히며 사측의 이중잣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사측에 대표이사 등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실질적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인원이 참석하는 것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노동조합에 대해서만 대표자 참석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당한 대화 태도로 보기 어렵다는 서한을 29일 오전 보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회사가 파업을 진정 막고 싶었다면 내가 부재한 것을 지적할 게 아니라 어떤 방식이든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노동조합을 자극할 뿐이며,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니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결정권 없는 인원을 참석시키면서 노동조합에만 대표자 참석을 요구한다면, 이는 대화를 위한 태도라기보다 파업 책임을 노동조합에 전가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전면파업 돌입을 이틀 앞둔 4월 29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1바이오캠퍼스에 노동조합의 플래카드가 줄지어 내걸려 있다. (사진=서정필 기자) ◆ 이제 남은 시간은 딱 하루 ... 오늘이 최대 고비
이처럼 노사간 협상 여지가 좁아지면서 손실 규모를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면파업 시 하루 손실액은 약 64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노조 측은 4개 공장 기준 하루 약 128억 원의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 훼손, 계약 위약금, 향후 수주 협상 불이익 등 간접 손실이 더해지면 손실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부분에는 노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한편 사측은 이번 부분 파업에 가용 인력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으며 대화 창구는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본지에 "일부 운영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지만, 현재 가능한 범위에서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 협상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기준을 반영한 6.2%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노조가 예고한 전면파업 돌입 시점까지 남은 시간은 딱 하루. 노사간 대화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협상 타결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오늘 오후 3시로 예정된 노사간 만남에서 극적 타협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럴 개연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