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쓰시카 호쿠사이 작품에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입혔다. /도쿄 더브 에이전트 제공 1970년대 세계 오락실을 뒤흔든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픽셀 외계인들이 19세기 우키요에 거장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가 그린 후지산 풍경 중 하나에서 나타난다.
일본 도쿄 더브 에이전트는 자사가 운영하는 ‘아키하바라 프리미엄 컬렉션'을 통해 스페이스 인베이더 최초의 우키요에 목판화 ‘후가쿠 우주인 습격그림(富嶽宇宙人襲来之図)’를 오는 9월 4일 낮 12시 전 세계 동시 출시한다고 1일 밝혔다.
이 작품은 세계 300세트 한정으로 제작된다.
가쓰시카 호쿠사이, ‘후가쿠 36경 오백나한사 사자이도’. / 퍼블릭 도메인 이번 작품의 바탕이 된 그림은 에도시대(1603~1868) 후기 우키요에 거장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연작 ‘후가쿠 36경(여러 장소에서 바라본 후지산의 36개 풍경)’ 가운데 하나인 ‘오백나한사 사자이도’다.
1830년 무렵 제작된 이 작품은 당시 에도 후카가와에 있던 사찰인 오백나한사의 나선형 건물 ‘사자이도’에서 바라본 풍경을 담았다. '사자이도'란 나선형으로 된 소라껍데기와 비슷하게 생긴 건물 이름을 말한다.
그림 전경에서는 난간에 기대거나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에도 사람들이 보이고, 멀리 스미다강 너머에는 후지산이 작게 솟아 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 도쿄 더브 에이전트의 이번 출시 작품은 이 전통적인 구도에 1978년 비디오게임 세계에서 나온 인베이더 캐릭터들을 입혔다.
에도 사람들이 후지산을 바라보던 풍경 위에 픽셀 외계인이 내려오면서 19세기 우키요에와 20세기 후반 디지털게임의 이미지가 한 화면에 독특하게 조화된다.
픽셀 외계인을 그림 속에 하나하나 새겼다. /도쿄 더브 에이전트 제공 이번 그림의 제작방식은 실제 전통 우키요를 만드는 것처럼 각 디자인을 색상별 목판으로 나눠 조각사가 일일이 손으로 팠다. 이후 인쇄사가 수작업으로 색을 찍어내는 목판 다색인쇄를 채용했다.
또 작품은 광물 등을 잘게 부숴 만드는 일본화 안료 '석채'를 사용했다. 붉은색 계열을 비롯해 황록색·백록색·자색 계열 등의 안료를 이용해 일반 수성 물감과 다른 입자감을 드러냈다.
회사 관계자는 "디지털 이미지 픽셀인 외계인의 각진 질감을 목판 위에 새긴 셈이다. 여러 목판을 이용해 색을 수십 차례 겹쳐 찍기 때문에 1㎜ 정도의 어긋남도 작품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조각사가 목판을 일일이 손으로 파고 있다. /도쿄 더브 에이전트 제공 종이는 일본 중요무형문화재 ‘에치젠 봉서’ 보유자이자 인간국보인 9대 이와노 이치베에(岩野市兵衛)가 제작한 에치젠 기즈키 봉서(越前生漉奉書)가 사용된다.
'에치젠 키즈키 봉서'란 일본 후쿠이현 에치젠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최고급 닥나무 일본 종이(와시)를 말한다. 다시 말해 에치젠은 지역 이름이고, 키즈키는 섬유를 토대로 종이를 만드는 방식, 봉서란 일본 관청에서 사용하던 최고급 종이를 의미한다.
이 종이는 목판을 반복해서 찍는 압력을 견딜 정도로 질기면서 전통성을 가지고 있는 최고급 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품이 100년, 200년 뒤에도 남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이 종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인쇄사가 목판으로 그림을 찍어내고 있다. /도쿄 더브 에이전트 제공 이번 상품은 게임 캐릭터 굿즈를 만드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본 전통기술을 계승하는 의미도 담았다.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회사인 도쿄 더브 에이전트 관계자는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우키요에의 그림·조각·인쇄 기술을 계승하는 장인이 현재 일본 내에서 전체에서도 십수 명 규모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자국의 전통 우키요에 목판화를 세계에서 유명한 게임인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연계해 새 방식으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전했다.
‘오리지널 인베이더 대나무 부채’ 모습. /도쿄 더브 에이전트 제공 이번 목판화 크기는 가로 360×세로 240㎜이다. 전용 액자를 포함하면 가로 425×세로 540㎜다.
제품은 우키요에풍 포장지와 전통기법으로 제작됐음을 증명하는 보증서가 함께 제공된다.
또 구매자는 그림 속에서 하늘의 인베이더를 바라보는 여성이 들고 있는 부채를 실제 물건으로 만든 ‘오리지널 인베이더 대나무 부채’도 받을 수 있다.
우키요에 티셔츠. /도쿄 더브 에이전트 제공 이 디자인을 이용한 스페이스 인베이더 우키요에 티셔츠도 동시에 출시된다. 티셔츠 앞면에는 로고가 있고, 뒷면에는 이번 우키요에 작품을 크게 인쇄했다.
출시에 앞서 실제 목판화도 전시한다.
후쿠오카의 타이토 스테이션 캐널시티 하카타점. /도쿄 더브 에이전트 제공 도쿄 아키하바라의 엑스바 토쿄 플러스 아키하바라(EXBAR TOKYO plus AKIHABARA)와 후쿠오카의 타이토 스테이션 캐널시티 하카타점에서 현재 장인이 직접 제작한 샘플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