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각막 표면을 재생하는 줄기세포가 손상되면 각막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심한 경우 시력을 잃는다. 일명 '각막윤부 줄기세포 결핍증(LSCD)'이라고 부르는 이 질환은 아직 근본적인 병태생리를 치료하는 승인 약물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환자들은 무방부제 인공눈물과 항염증 점안제, 자가혈청 점안액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고 각막 표면의 회복을 돕는 보존적 치료를 받는다. 일종의 대증요법이다. 그런데 한 바이오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후보 물질이 LSCD 환자의 시력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끈다.
화제의 약물은 미국 바이오제약사인 클라리스 바이오테라퓨틱스(Claris Biotherapeutics)가 개발 중인 각막윤부 줄기세포 결핍증 치료 후보물질 'CSB-001'이다. 이 약물은 조직 복구에 관여하는 인체 단백질인 결실형 간세포성장인자(dHGF)를 재조합한 '오레메퍼민 알파(oremepermin alfa)' 성분의 점안제다.
회사 측이 실시한 'CSB-001'의 공개 라벨 개념 증명 연구(NCT06452316)에 따르면, 약물을 투여한 눈은 41.4%에서 20주째 최대교정시력이 시력표 기준 15글자 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교정시력은 안경 등으로 굴절 이상을 교정한 상태에서 측정한 시력으로, 이번 연구의 주요 평가변수다.
분석 대상은 환자 39명의 눈 49개였다. 각막 중심부까지 결막 조직이 침범하고 최대교정시력이 시력표 기준 65글자 이하인 환자들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23명의 눈 29개에 약물을 투여하고, 16명의 눈 20개는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투약군은 하루 4회씩 8주간 점안한 뒤 한 달간 쉬고 다시 8주간 투여했다. 그 결과 20주째 시력표 15글자 이상 개선 비율은 투약군 41.4%, 무치료군 0%였다. 10글자 이상 개선 비율도 각각 55.2%, 5%로 차이를 보였다. 투약군 전체 눈은 76%에서 읽을 수 있는 글자 수가 증가했다.
'CSB-001'은 각막 상피 재생과 세포 생존을 촉진하고 염증과 흉터 형성을 억제하도록 개발됐다. 손상된 각막 표면의 회복을 유도해 시력을 개선하는 것이 개발 목표다.
각막윤부 줄기세포는 각막과 흰자위의 경계에 자리하며 각막 상피를 지속적으로 보충한다. 이 기능이 무너지면 결막 조직과 혈관이 각막 표면으로 자라 들어와 투명성을 떨어뜨린다. 환자는 시야 흐림과 함께 통증, 눈부심, 반복적인 각막 상피 손상을 겪는다. 다른 안구 표면 질환으로 오인돼 진단이 늦어지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질환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각막윤부 줄기세포 결핍증 환자의 눈. 특수 필터를 이용한 세극등 검사에서 각막 표면으로 결막 조직이 침범한 모습이 관찰된다. [사진=클라리스 바이오테라퓨틱스]현재의 치료법은 병의 원인과 손상 범위에 따라 다르다. 보존적 치료로 회복이 부족한 환자는 양막이식이나 각막윤부 줄기세포 이식 등을 받으며, 한쪽 눈만 손상된 경우에는 본인의 건강한 눈에서 조직을 얻어 이식하는 방법도 쓰인다. 양쪽 눈이 심하게 손상돼 기증 조직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면역억제 치료가 필요하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로마린다대 메디컬센터(Loma Linda University Medical Center) 존 애펠트(John Affeldt) 박사는 "각막윤부 줄기세포 결핍증 환자에게 이 같은 시력 개선은 일상생활에서 의미가 크다"며 "확증시험으로 개발을 이어갈 중요한 임상 신호"라고 평가했다.
회사는 2027년 상반기 총 약 400명을 대상으로 확증시험 2건을 시작할 계획이다. 유효성분이 없는 점안액과 비교해 시력 개선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며, 중간 휴약기 없이 연속 투여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연구 결과를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안과학회(AAO) 연례학술대회에서 구두 발표를 통해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