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수익성 악화로 간판 품목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일양약품이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 계열 항궤양제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의 NSAIDs 유발 소화성궤양 예방 적응증 임상 3상을 마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앞서 장기간 준비했던 비미란성 식도염(NERD) 적응증 추가 전략이 수포로 돌아간 가운데, 차세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제제들의 거센 시장 잠식과 턱밑까지 다가온 후발 제네릭의 특허 도전 속에서 회사가 놀텍의 새로운 적응증 탑재에 성공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달 29일 '놀텍정' 10mg의 NSAIDs 투여 관련 소화성궤양 예방 국내 3상 임상시험의 최종 피험자 관찰을 마치고 최근 임상시험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지난 2024년 1월 18일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지 약 2년 8개월 만에 모든 투약 및 관찰 절차가 끝난 것으로, 회사는 이 기간 수집한 임상 데이터 분석 작업을 거친 뒤 적응증 추가를 위한 품목허가 변경 신청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전망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서울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 국내 18개 의료기관에서 소염진통제를 장기 투여해야 하는 환자 416명(모집 목표 피험자 수)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회사는 기존 표준 치료제인 한국다케다제약의 '란스톤캡슐(성분명 란소프라졸)' 15mg을 대조약으로 설정해 24주간 1일 1회 투여하는 방식으로 놀텍정 10mg과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했다. 1차 유효성 평가변수는 약물 투여 시작 후 24주 시점까지의 내시경적 소화성궤양 발생 비율이다.
일양약품이 이번 적응증 확보에 주력한 배경에는 과거 비미란성 식도염(NERD) 적응증 추가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일양약품은 과거 9년에 걸쳐 놀텍의 NERD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했으나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개발을 중단했다. 당시 회사는 관련 개발비 약 19억 원을 손상차손으로 회계 처리했다.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개선 보고에 의존했던 NERD 임상과 달리, 이번 임상은 내시경을 통해 점막 결손과 궤양 발생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객관적 생체 지표를 채택해 유효성 입증의 변수를 줄이고자 했다.
실적 부진 속 '놀텍' 의존도 심화 … 적응증 확대로 활로 모색
일양약품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24년 98억 원 수준에서 2025년 약 50억 원으로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4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전체 수익성이 둔화된 탓에 연간 400억 원 이상의 처방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주력 품목 놀텍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놀텍의 원외처방액은 2021년 401억 원으로 400억 원대에 진입한 이후 2024년 443억 원, 2025년 453억 원으로 매년 최대 처방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시장의 판도는 일양약품과 놀텍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의 대세가 기존 PPI에서 P-CAB 제제로 급속히 넘어가고 있어서다.
지난 2021년 8%대에 불과했던 P-CAB 제제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8%를 기록하며 30%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PPI 제제의 시장 점유율은 48.5%까지 떨어지며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PPI 제제의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쟁 구도 역시 험난하다. 소화성궤양제 시장의 차세대 표준으로 자리매김한 P-CAB 제제들의 관련 시장 선점이 이어지고 있어, 놀텍이 NSAIDs 유발 소화성궤양 예방 적응증을 확보하더라도 시작부터 P-CAB 제제들과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형국이다.
실제 대웅제약 '펙수클루'는 2024년 저용량 20mg으로 NSAIDs 예방 적응증을 확보했으며, 시장 선두인 HK이노엔 '케이캡'도 올해 25mg 용량에 해당 적응증을 추가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 역시 동일 적응증 획득을 목표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가장 큰 고비는 코앞으로 다가온 특허 만료다. 놀텍의 물질특허와 제제특허는 이미 만료됐으며, 현재 남은 방어선(식약처 의약품특허등재 목록 기준)은 오는 2027년 12월 28일 만료 예정인 결정형 특허 1건뿐이다.
현재 이연제약 등 다수 후발 제약사가 해당 결정형 특허를 깨기 위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해 놓은 상태여서, 제네릭의 조기 진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양약품은 제산제를 결합한 '놀텍플러스'에 이어 최근 알약 크기를 축소한 '놀텍플러스미니정'의 허가를 받으며 단일제 중심의 처방을 복합제로 분산시키는 방어 전략을 펴고 있다.
일양약품의 놀텍 적응증 확대 드라이브는 복합제 라인업 확대와 궤를 같이하는 방어 전략의 핵심 축이다. 신규 적응증으로 단일제 처방 명분을 강화해 캐시카우의 매출 타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복합제 중심의 시장 전환으로 제네릭 진입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임상 3상 종료로 적응증 추가의 8부 능선을 넘은 일양약품이 P-CAB의 시장 잠식과 특허 만료라는 파고 속에서 놀텍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