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Evolus)가 보툴리눔톡신 제제 '주보(Jeuveau, 국내 제품명 나보타)'의 소셜미디어 광고와 관련해 현지 규제 당국으로부터 행정 제재를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 처방의약품판촉국(OPDP)은 최근 에볼루스에 무제서한(Untitled Letter)을 발송했다. 에볼루스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된 주보 숏폼 영상(릴스)이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FD&C Act)을 위반한 부정표시(Misbranding) 판촉물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무제서한은 법적 처벌 조항이 직접 명시되는 '경고서한(Warning Letter)'과 달리 즉각적인 사법 조치를 예고하지는 않는다. 위반 사항을 공식 통보하고 자발적인 시정을 요구하는 일차적 행정 조치로, 품목 허가 취소나 제품 회수와 같은 물리적 유통 제재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위반이 지속될 경우에는 경고서한 발송이나 사법 조치로 전환될 수 있다.
FDA는 에볼루스가 제출한 의약품 판촉물 신고(Form FDA 2253)와 불법 광고 제보 창구인 '배드 애드 프로그램(Bad Ad Program)'을 통해 접수된 민원을 바탕으로 이번 무제서한 발송을 진행했다.
FDA에 따르면, 제재 대상 광고 영상은 주보의 치료 효과와 약효 발현 시점을 과장하고, 전문의약품을 일상 뷰티 제품처럼 묘사해 투약 위험을 축소했다. 아울러 원격 독소 확산 위험을 알리는 '블랙박스 경고(Boxed Warning)' 등 필수 안전 정보를 식별하기 어렵게 배치해 공정 균형 원칙을 위반했다.
에볼루스는 실제 시술 환자의 인터뷰를 통해 ▲"주름을 없애게 돼 기쁘다" ▲"미간 주름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는 표현과 함께 게시물 본문에 "환자의 약 69%가 30일 차에 완전한 결과를 얻는다"는 문구를 노출했다.
FDA는 주보의 적응증이 성인 환자의 중등도 내지 중증 미간 주름에 대한 '일시적 개선'으로 제한돼 있음에도, 이러한 표현으로 인해 소비자가 영구적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주보의 허가 임상시험에서 주름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GLS 0점)를 측정한 항목은 탐색적 평가변수에 불과하며,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받지 못했다고 짚었다. 따라서 주름이 완전히 사라진다거나 환자가 완전한 개선을 얻는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FDA는 주보의 치료 효과가 조기에 나타난다는 표방 문구도 문제 삼았다. 회사 측이 ▲'단 2일 만에 주름이 흐려짐' ▲'약 50%의 환자가 이틀 후 주름 개선을 보이기 시작함' 등의 문구를 강조했으나, 이는 임상시험을 통해 확증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보의 임상시험 1차 유효성 평가 시점은 투여 후 30일이다. 2일 차 수치는 다중성 보정이 이뤄지지 않은 탐색적 지표이며, 30일 차 평가 기준(2점 이상 개선)보다 낮은 '1점 이상 개선'만을 단일 측정한 데이터에 불과하다는 것이 FDA의 설명이다.
전문의약품을 일반 화장품과 동일시한 연출 방식도 지적을 받았다. 에볼루스는 뷰티 제품 구독 서비스인 '입시(IPSY)'와의 협업을 알리며 '뷰티 파우치 속 제품과 시술실의 경계를 허문다'는 문구와 주사기 및 립스틱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FDA는 이 표현이 의사의 전문적인 해부학 지식과 정밀한 투약 술기가 필요한 처방 주사제를 파우치 속 립스틱처럼 가벼운 소비재로 오인하게 만들어 투약 위험성을 경시하도록 유도했다고 평가했다.
안전성 정보의 가독성을 저해한 편집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영상은 38초 동안 환자의 효능 인터뷰를 노출한 뒤 검은 화면에 브랜드 문구를 약 4초간 띄워 영상이 끝난 것처럼 연출했다. 이후 부작용과 블랙박스 경고는 빠른 속도의 무음 자막으로 처리했다. 인스타그램 본문 캡션에서도 주요 안전 정보는 긴 홍보 문구 하단에 배치됐다.
FDA는 에볼루스에 서한 수령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공식 서면 답변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답변서에는 지적된 내용과 유사한 마케팅 자료 목록과 해당 자료의 전면 배포 중단 및 폐기 계획이 포함돼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주보 유통 중단 계획까지 제시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최근 미국 내에서 보툴리눔톡신 제제 무면허 시술과 온라인 직구를 통한 '자가 투여(DIY 보톡스)' 사례가 늘어나며 공중보건상 위험이 커진 상황과 맞물려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정체불명의 동결건조 분말을 스스로 주사해 호흡 마비 등 중증 보툴리누스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잇따르자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FDA 역시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무허가 톡신 판매 사이트에 경고서한을 발송하고 불법 제품을 사용한 의료시설을 단속하는 등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치명적 독소 단백질 기반 주사제의 불법 유통과 비의료적 투약으로 인한 보건학적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문의약품을 일반 화장품처럼 묘사한 에볼루스의 판촉 행위가 대중의 안전 인식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FDA는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무제서한으로 주보의 미국 내 품목 허가나 유통 자체가 즉각 중단되지는 않으나, 현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에는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에볼루스는 지난해 9월에도 제조공정 홍보 뉴스레터로 무제서한을 수령한 바 있다. 당시 에볼루스는 FDA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문제가 된 홍보 내용을 시정해 위반 사항을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