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일동제약그룹의 신약 개발 전문 자회사 아이디언스가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베나다파립(venadaparib, 개발 과제명 IDX-1197)'이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복제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항바이러스제의 내성 한계를 극복하고 변이 바이러스에 폭넓게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3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일본 고베대학교 의과대학원 감염병센터와 니가타대학교 의과대학원 바이러스학과,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병리학과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세포 내 DNA 손상 복구 과정에 관여하는 인간 효소인 'PARP3'가 SARS-CoV-2 증식에 필수적인 숙주 인자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PARP 억제제 가운데 일동제약의 베나다파립이 PARP3를 통한 바이러스의 증식을 부작용 없이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 폐상피세포(Calu-3) 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대조군 대비 PARP3 유전자 발현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의 핵심 구조 단백질인 뉴클레오캡시드(N) 단백질을 세포에 발현시켰을 때도 PARP1이나 PARP2와 달리 PARP3의 전사체와 단백질 발현량만이 특이적으로 상승했다.
비감염성 바이러스 복제 세포주(VeroE6/Rep3)를 이용한 유전자 결손 실험 결과도 이와 같았다. PARP1이나 PARP2가 아닌 PARP3를 억제했을 때 바이러스의 활성(reporter activity)과 바이러스가 자신의 몸통을 만들기 위해 합성하는 조각난 형태의 mRNA인 sgRNA의 수치가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반대로 PARP3를 과발현시켰을 때는 바이러스 복제가 촉진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숙주 단백질인 PARP3가 바이러스 증식을 돕는 인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38종 PARP 억제제 중 최고 효능 … N 단백질 결합 70% 차단
연구진이 면역침전 및 세포 형광 염색 분석을 수행한 결과, 정상 상태에서 세포핵에 머무르던 PARP3는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N 단백질을 발현하면 바이러스 복제가 일어나는 세포질로 이동해 N 단백질과 결합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이미 상용화됐거나 개발이 진행 중인 38종의 PARP 억제제 라이브러리를 비교 스크리닝했다. 그 결과 베나다파립, 니라파립, 벨리파립 등 3개 물질만이 세포 독성 없이 바이러스의 활성과 sgRNA를 유의미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물질은 세포 독성을 보이거나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 중 베나다파립은 0.1μM의 저농도에서도 바이러스의 활성과 sgRNA 수치를 억제하며 가장 안정적인 활성을 나타냈다.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확인하는 공동 면역침강(Co-IP) 분석에서도 베나다파립은 1μM 농도에서 PARP3와 바이러스 N 단백질 간 결합을 약 70% 차단했다. 이는 니라파립(30%)의 2.3배, 벨리파립(10%)의 7배에 달하는 결합 억제 능력이다.
숙주 표적 기전으로 내성·변이 대응 … 개발 기간 단축 가능성도 '주목'
이번 연구는 베나다파립이 기존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AA, Direct-Acting Antiviral)'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숙주 표적 항바이러스제(HDA, Host-Directed Antiviral)'로 개발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 등 기존 DAA 제제는 바이러스 자체 단백질을 공격하는 만큼, 돌연변이가 나타나면 내성이 생길 우려가 있고, 대사 억제제인 리토나비르 병용에 따른 약물 상호작용(DDI) 제약이 뒤따른다.
이와 달리 베나다파립처럼 숙주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방식은 바이러스 유전체 변이에 영향을 받지 않아 내성 장벽이 높고, 변이주에 대해서도 일정한 효능을 유지할 수 있다.
베나다파립이 항암제 임상을 통해 인체 안전성과 약동학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것도 개발상 이점이다. 항바이러스제로 개발 시 초기 안전성 평가를 건너뛰고 감염 환자 대상 임상시험으로 직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세포 수준의 비임상 시험에 머무른 만큼, 실제 임상시험 등 상용화 개발 단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감염 동물 모델 평가와 호흡기 조직 내 약물 분포 검증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에서 베나다파립이 PARP3-N 단백질 결합을 감소시키는 정확한 기전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베나다파립이 적어도 부분적으로 PARP3 관련 기전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 억제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베나다파립이) 숙주 표적 항바이러스 후보 물질로서 추가적인 평가를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 발굴 항암 물질 … 임상 1상서 안전성 확인
베나다파립은 일동제약이 발굴해 지난 2019년 신약 개발 계열사인 아이디언스로 기술이전한 차세대 PARP 억제제다. PARP1과 PARP2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약물로, 과도한 효소 트래핑 활성을 조절해 기존 치료제 대비 넓은 안전역을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위암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으며, 유방암 임상 2a상을 마치고 위암 병용요법과 고형암 바스켓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에서 진행한 임상 1상 시험 결과는 지난해 국제 학술지 '캔서 메디슨(Cancer Medicine)'에 게재된 바 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임상 1상 시험에서는 한국인과 백인, 중국인 간 약동학적 차이가 없었고 식전 및 식후 복용에 따른 체내 흡수 변동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고베 의학 저널(The Kobe Journal of Medical Science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