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종근당의 국산 20호 당뇨병 치료 신약 '듀비에(성분명 로베글리타존)'가 미국에서 소아 신증후군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며 현지 임상 2상 시험에 추가로 돌입한다.
종근당의 글로벌 파트너사인 미국 아클립스 테라퓨틱스(Aclipse Therapeutics)는 최근 희귀 소아 신장질환 치료제 개발사인 사이프레스 바이오파마(Cypress BioPharma)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Option to Acquire) 계약을 체결했다.
아클립스는 사이프레스의 소아 신장질환 연구 자산과 개발 전문성을 확보하고, 종근당에서 기술이전받은 로베글리타존의 소아 신증후군 임상 2상 시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내년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베글리타존의 글로벌 개발 프로젝트명은 'M107'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임상 체계는 기존 소화기계 질환 개발군인 'M107G'와 신장질환 개발군인 'M107R'의 병행 체제로 전환된다.
신규 추진되는 신장 질환 프로그램은 'LOKID'로 명명된 임상 2상 시험으로, 소아 신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질환 관해 유도 및 유지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기존 위장관 프로그램인 'LOGAST' 임상 2상 시험은 특발성 위마비증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등에서 올해 시작할 예정이다.
위마비증 이어 소아 신장질환까지 … 美 2상 2건 동시 가동
이번 계약에 따라 종근당은 자체 개발한 신약 물질인 로베글리타존을 통해 미국 현지에서 서로 다른 중증 질환 두 건의 임상 2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종근당은 지난 2023년 9월 아클립스와 로베글리타존에 대한 전 세계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의 신약 재창출을 도모해 왔다.
로베글리타존은 종근당이 약 10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2013년 허가받은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다. PPAR-γ(퍼옥시좀 증식체 활성화 수용체 감마) 활성화를 통해 지방조직과 간 등 주요 대사 장기에서 인슐린 민감도를 개선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완화해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기전적 특징이다. 국내 임상과 처방 현장에서 장기 투약 안전성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아클립스는 종근당이 축적한 기존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협의해 임상 1상을 생략하고 위마비증 2상에 직행한 데 이어, 이번에 신장 질환까지 보폭을 넓혔다.
아클립스가 인수를 추진하는 사이프레스는 미국 상위권 소아 연구 기관인 네이션와이드 아동병원(Nationwide Children's Hospital)에서 스핀오프한 신장질환 전문 바이오벤처다.
사이프레스 설립자인 윌리엄 E. 스모이어(William E. Smoyer) 박사는 PPAR-γ 작용제가 사구체 족세포(Podocyte)에 직접 작용해 세포 구조 붕괴를 막고 단백뇨를 줄인다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자다.
아클립스는 사이프레스가 확보한 족세포 보호 원천 기술과 현지 주요 소아 병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M107의 소아 신증후군 적응증 개발을 구체화한다는 구상이다.
소아 신증후군은 신장의 여과 장벽 손상으로 다량의 단백질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질환이다. 면역억제제 외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환에 해당한다. 그러나 면역억제제 장기 복용 시 성장 지연과 감염, 만성 신독성을 유발해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큰 분야로 꼽힌다.
아클립스가 소아 신증후군 적응증 개발에 성공할 경우, 로베글리타존은 전신 면역을 억제하지 않고 족세포 손상을 직접 복구하는 비면역억제성 치료제로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근당, 비용 부담 덜고 가치 극대화 … '듀비에' 글로벌 LCM 전략 탄력
로베글리타존의 소아 신증후군 적응증 개발은 임상 규제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 미국 FDA가 주요 사구체 질환에서 '단백뇨 감소'를 유효성 평가의 타당한 대리지표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일반 만성질환에 비해 신속한 검증과 조기 승인 추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소아 신증후군은 미국 내 약 3만 명 규모의 환자가 분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희귀질환이어서 향후 희귀의약품 지정(ODD)과 희귀소아질환 우선심사권(PRV) 확보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번 적응증 확장은 국내에서 물질특허 만료를 앞둔 종근당의 '라이프사이클 관리(LCM)' 전략에도 실질적인 방어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듀비에는 오는 2027년 3월 국내 주성분 물질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다수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 조기 진입을 위해 특허 심판과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복제약 등재 시 약가 인하가 불가피하지만, 종근당은 해외에서 신규 용도특허와 희귀의약품 시장 독점권을 확보해 중장기 수익 원천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아클립스는 메이요 클리닉의 위마비증 2상(LOGAST)과 이번 소아 신증후군 신규 2상(LOKID)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시리즈 B 우선주 펀딩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종근당은 자체적인 R&D 비용 지출 없이 파트너사의 자본 조달을 통해 미국 내 임상 2상 개념증명(PoC) 데이터를 일거에 확보하는 '지렛대 효과'를 누리게 됐다.
특히 로베글리타존의 개발 적응증이 단일 질환에서 2개 질환으로 늘어나면서 향후 개발 진척에 맞춰 종근당이 수령하게 될 단계별 임상·허가 마일스톤과 상업화 이후 로열티 규모도 상향 조정될지 주목된다.
국내 시장의 특허 만료와 약가 인하라는 구조적 한계를 앞둔 시점에서, 해외 파트너사를 지렛대 삼아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희귀질환 영역으로 파이프라인 가치 재창출을 시도하는 종근당의 승부수가 향후 어떤 상업적 결실로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