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아직 승인된 치료제가 없는 희귀 유전성 망막질환인 X연관 망막색소변성증(XLRP)에서 유전자치료제가 허가용 임상시험의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미국 비컨 테라퓨틱스(Beacon Therapeutics)는 21일(현지시간) XLRP 유전자치료제 '라루-조바(laru-zova, laruparetigene zovaparvovec)'의 글로벌 2/3상 'VISTA'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합의한 1차 평가지표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충족했다고 밝혔다.
VISTA는 RPGR(망막색소변성증 GTPase 조절 유전자) 변이로 발생한 XLRP 남성 환자 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대조 임상이다. 환자는 12~48세였으며 고용량군, 저용량군, 무치료 대조군으로 나눠 12개월 동안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1차 평가지표는 저조도 시력(low luminance visual acuity, LLVA)이었다. 어두운 환경에서 시력표를 읽게 한 뒤 치료 전보다 15자 이상 더 읽을 수 있게 된 환자의 비율을 비교했다.
12개월 시점에서 LLVA가 15자 이상 개선된 환자는 고용량군 31.0%(p=0.0019), 저용량군 24.1%(p=0.0106)였다. 무치료 대조군에서는 이 정도 개선을 보인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두 용량군 모두 대조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비컨은 이번 결과를 XLRP에서 1차 평가지표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충족한 첫 허가용 임상으로 설명했다.
유전자치료제 '라루-조바'가 치료제가 없는 X연관 망막색소변성증(XLRP) 환자를 대상으로 한 허가용 2/3상에서 저조도 시력 개선 효과를 입증하며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RPGR 유전자치료제 개발은 앞서 대형 제약사들도 고전했던 분야인 터라, FDA 허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AI 생성이미지]저조도 시력 개선을 핵심 지표로
XLRP는 주로 남성에게 발생하는 유전성 망막질환이다. 대부분 RPGR(retinitis pigmentosa GTPase regulator) 유전자 변이로 생기며, 어린 시절부터 야맹증과 시야 축소가 나타난 뒤 광수용체가 지속적으로 소실되면서 심한 시력 저하와 실명으로 진행할 수 있다. 현재 승인된 치료제는 없다.
라루-조바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를 이용해 정상 기능의 RPGR ORF15 유전자를 망막에 전달하는 1회 투여 유전자치료제다. 정상 길이의 RPGR 단백질이 생성되도록 해 간상세포와 원추세포의 기능을 보존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임상에서 비컨이 저조도 시력을 핵심 평가지표로 택한 것도 XLRP 환자의 실제 증상과 관련이 있다. XLRP는 초기부터 어두운 곳에서 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조 평가지표에서도 치료 효과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 LLVA가 10자 이상 개선된 비율은 고용량군 48.3%, 저용량군 58.6%였으며 무치료군은 3.7%였다. 망막 민감도를 측정하는 미세시야검사에서도 치료군에서 개선 경향이 확인됐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안구 관련 치료 후 이상반응 대부분이 경증 또는 중등도였고, 주로 망막하 투여를 위한 수술 과정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됐다. 라루-조바와 관련된 이상반응은 고용량군 25%, 저용량군 38%에서 발생했다. 저용량군에서 안구 중대한 이상반응 2건이 있었지만 두 건 모두 수술 과정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됐다.
바이오젠·J&J도 넘지 못한 1차 지표
RPGR 유전자치료제 개발은 앞서 대형 제약사들도 고전했던 분야다.
바이오젠(Biogen)은 XLRP 유전자치료제 '코토레티진 톨리파르보벡(cotoretigene toliparvovec, BIIB112)'의 2/3상 XIRIUS에서 2021년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일부 저조도 시력 등 사전 지정 보조 평가지표에서는 긍정적인 경향을 확인했다.
존슨앤드존슨(J&J) 역시 RPGR 유전자치료제 '보타레티진 스파로파르보벡(botaretigene sparoparvovec, bota-vec)'의 3상 LUMEOS에서 환자가 어두운 환경에서 미로를 통과하는 시각 유도 이동능력 개선을 1차 평가지표로 평가했지만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일부 보조 평가지표에서는 개선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비컨은 환자가 실제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저조도 시력 개선을 허가용 임상의 핵심 지표로 설정해 1차 목표를 충족했다.
연내 미국 BLA 순차 제출 추진
비컨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FDA를 비롯한 글로벌 규제기관과 허가 전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안에 순차 제출 방식의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라루-조바는 FDA로부터 재생의학첨단치료제(RMAT)와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고, 유럽의약품청(EMA)에서는 우선의약품(PRIME)으로 지정됐다. FDA와 EMA의 희귀의약품 지정도 받은 상태다.
비컨은 10월 미국안과학회(AAO) 연례학술대회에서 VISTA의 추가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XLRP에서는 아직 승인된 치료제가 없는 만큼, 라루-조바가 이번 허가용 임상 결과를 실제 품목허가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