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이 개발한 대한민국 30호 신약 케이캡(K-CAB Tab. 성분명 : 테고프라잔·tegoprazan).[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HK이노엔이 위식도역류질환(GERD)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위식도역류질환 진단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임상 4상에 착수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HK이노엔은 만 19~75세 GERD 의심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테고프라잔 50mg'이 GERD 진단 지표가 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임상 4상을 이달 1일부터 오는 2028년 7월 31일까지 진행한다. 가슴쓰림·산 역류 등 증상을 겪는 환자에게 케이캡을 일정 기간 써보고 증상이 좋아지면 GERD로 판단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임상은 무작위배정·사중눈가림·위약대조 방식이며, 테고프라잔 50mg 또는 위약을 1일 1회 7일간 경구 투여한다. 1차 평가변수는 투여 7일 시점 총 증상점수 기준 진단 민감도·특이도·양성예측도·음성예측도다.
약 써보고 판단하는 'PPI 테스트'…정확도는 한계
이번 시험은 수십 년간 임상 현장에서 쓰여온 이른바 'PPI 테스트'와 같은 치료적 진단 방식을 P-CAB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임상이다.
PPI(프로톤펌프억제제) 테스트는 일정 기간 PPI를 투여해 증상이 나아지는지를 보고 GERD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간편하고 별도의 검사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임상 현장에서 널리 활용돼 왔다.
미국소화기학회(ACG)는 2022년 GERD 진료지침에서 가슴쓰림·역류 증상이 있으면서 삼킴장애·체중감소·출혈 등 경고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 1일 1회 8주간 PPI를 투여하도록 권고했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가 펴낸 '2020 서울 진료지침'도 GERD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표준 용량 PPI를 2주간 투여하는 방법을 권고했다.
다만 진단 정확도에는 한계가 있다. 2023년 'Journal of Clinical Gastroenterology'에 실린 메타분석에 따르면 PPI 테스트의 민감도는 79%, 특이도는 45%였다. 민감도는 실제 환자를 놓치지 않는 비율을 말하고, 특이도는 환자가 아닌 사람을 아니라고 걸러내는 비율을 가리킨다.
GERD 환자 100명 중 79명은 잡아내지만, GERD가 아닌 사람 100명 중 제대로 걸러내는 건 45명뿐이고, 나머지 55명은 GERD로 잘못 분류한다는 뜻이다. 특이도가 낮은 배경으로는 높은 위약 반응이 지목된다.
국내 지침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20 서울 진료지침'이 17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PPI 테스트의 민감도는 78%, 특이도는 40%였다.
지침은 특히 비전형적 증상에서는 PPI에 대한 반응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진단적 활용 대상을 전형적인 GERD 증상이 있는 환자로 한정했다.
약효 빠른 P-CAB은 다를까
P-CAB 계열이 진단 도구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빠른 약효 발현이다. PPI는 최대 효과에 도달하기까지 통상 3~5일이 걸리는 반면, P-CAB은 산 활성화 과정이 필요 없어 첫 투여부터 강력한 위산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실 P-CAB을 진단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BMC Gastroenterology'에 실린 연구에서는 GERD 의심 환자 약 100명을 내시경과 24시간 식도 pH 검사로 먼저 분류한 뒤, 테고프라잔 50mg을 2주간 투여해 증상 호전 정도가 실제 진단 결과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평가했다.
그 결과 증상이 75% 이상 좋아진 환자를 GERD로 판정했을 때, 투여 1주째 민감도는 77.5%, 특이도는 51.9%였다. 투여를 2주까지 늘리면 민감도는 87.9%로 높아졌지만 특이도는 26.1%로 떨어졌다. GERD 환자를 놓치는 비율은 줄었지만, GERD가 아닌 사람을 GERD로 잘못 분류할 가능성은 오히려 커진 셈이다.
다만 이 연구는 단일맹검·단일군으로 진행돼 위약군이 없었다. 따라서 증상 호전이 테고프라잔의 약효 때문인지 위약 효과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위약군 포함 4상으로 GERD 여부 진단
HK이노엔의 이번 임상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했다. 위약군을 두고 사중눈가림을 적용해, 증상 호전이 테고프라잔의 실제 약효에 따른 것인지 위약 효과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테고프라잔은 HK이노엔이 개발한 국산 30호 신약으로 2019년 3월 출시됐다. 회사는 올해 NSAIDs 관련 소화성궤양 예방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국내 P-CAB 제제 가운데 가장 많은 6개 적응증을 확보했다.
이번 임상에서 7일간 테고프라잔 투여에 따른 증상 반응이 GERD 진단과 높은 일치도를 보일 경우, 기존 PPI 테스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P-CAB을 활용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짧은 투여기간 안에 질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GERD 진료 과정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될지 주목된다.
다만 이번 임상 역시 PPI와의 직접 비교는 포함하지 않아, 기존 PPI 테스트보다 진단 성능이 나은지 확인할 수 없다는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