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치료제가 없었던 희귀 유전성 신경퇴행질환인 모세혈관확장성 운동실조증(ataxia-telangiectasia, A-T) 환자에게 처음으로 승인된 치료제가 생겼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일(현지시간) 인트라바이오(IntraBio)의 경구용 치료제 '아크누르사(Aqneursa, 레바세틸류신·levacetylleucine)'를 체중 15 kg 이상인 소아·성인 A-T 환자의 운동실조 치료제로 승인했다. A-T 환자의 운동실조를 치료하도록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약물이다.
아크누르사는 완전히 새로운 약은 아니다. FDA는 2024년 이 약을 체중 15 kg 이상인 성인과 소아 니만-피크병 C형(Niemann-Pick disease type C, NPC) 환자의 신경학적 증상 치료제로 처음 승인했다. 이번에는 A-T로 적응증을 확대한 것이다.
A-T는 ATM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희귀 유전성 신경퇴행질환이다. 신경계가 점차 손상되면서 근육 조절과 운동 협응 능력을 잃는 운동실조가 주로 어린 시절부터 나타난다.
눈과 피부 등에 작은 혈관이 확장되는 모세혈관확장증과 면역결핍이 동반될 수 있으며 암 발생 위험도 높다.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고, 지금까지 신경학적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도 제한적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트라바이오의 '아크누르사'를 모세혈관확장성 운동실조증(A-T) 치료제로 승인했다. A-T 환자의 운동실조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생성 이미지]73명 교차시험서 신경기능 개선
이번 승인은 유전적으로 A-T가 확인된 4세 이상 환자 73명이 참여한 무작위배정·이중맹검·위약대조 3상 임상시험 'IB1001-303'을 근거로 이뤄졌다.
시험은 환자들을 아크누르사 투여 후 위약을 투여하는 군과 위약 투여 후 아크누르사를 투여하는 군으로 무작위 배정한 교차시험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각의 치료기간은 12주였다.
참여자 가운데 성인은 26명, 소아는 47명이었고 치료 시작 당시 연령 중앙값은 13세였다. 가장 어린 환자는 4세, 가장 나이가 많은 환자는 50세였다. 전체 73명 가운데 70명(96%)이 시험을 완료했다.
효과는 보행과 앉기, 서기, 언어장애 등을 평가하는 기능적 운동실조 평가척도(functional Scale for the Assessment and Rating of Ataxia, fSARA)를 이용해 측정했다. 점수가 낮을수록 신경학적 기능이 좋은 것을 의미한다.
FDA에 따르면 환자들은 위약을 투여받았을 때보다 아크누르사를 투여받았을 때 fSARA 점수가 더 낮았으며 신경학적 기능이 유의하게 개선됐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낙상, 피부 열상, 요로감염이었다. FDA가 명시한 금기사항은 없지만 동물시험 자료를 근거로 태아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
N-아세틸-DL-류신(N-acetyl-DL-leucine)과 병용하면 안 되며, P-당단백질(P-glycoprotein, P-gp) 기질 약물을 함께 사용하는 환자는 관련 이상반응을 더 자주 관찰해야 한다. FDA는 이번 적응증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과 우선심사를 적용했다.
미국 이어 유럽서도 A-T 적응증 확대 추진
인트라바이오는 유럽에서도 아크누르사의 A-T 적응증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유럽의약품청(EMA)에 아크누르사를 A-T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 확대 신청을 제출했다. 승인될 경우 유럽경제지역(EEA)에서도 A-T에 승인된 첫 치료제가 된다.
아크누르사는 유럽에서도 이미 NPC 치료제로 허가된 약이다. 따라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존 승인 의약품의 사용 범위를 A-T로 넓히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레바세틸류신은 변형된 아미노산인 N-아세틸-L-류신(N-acetyl-L-leucine)이다. 정확한 치료 기전이 완전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인트라바이오는 세포 대사와 리소좀-미토콘드리아 기능 등에 작용해 신경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 개발해 왔다.
인트라바이오는 A-T 외에도 레바세틸류신의 적용 범위를 다른 희귀 신경질환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CACNA1A 유전자 관련 신경질환을 대상으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A-T는 질환 자체를 완치하는 치료법이 없는 데다 신경학적 증상이 점차 악화되는 질환이다. 이번 승인으로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A-T 환자의 운동실조를 직접 치료할 수 있는 승인 의약품이 마련됐다. 유럽에서도 적응증 확대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 아크누르사의 A-T 치료제 시장 진입이 미국에 이어 유럽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