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리언트가 개발 중인 HER2 표적 이중 페이로드 ADC 'QP101'의 구조를 나타낸 개념도. 항체 1개에 TOP1 저해제 2개와 자체 개발한 CDK7 저해제 2개를 함께 탑재한 '2+2' 구조로, TOP1 저해제 8개를 결합한 엔허투 대비 TOP1 저해제 탑재량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1000억 원대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큐리언트(대표 남기연)가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 경쟁에서 링커(linker)보다 페이로드(payload), 이른바 '약물 탄두'의 기전과 조합에 승부를 걸었다. 항체와 링커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약효와 독성을 좌우하는 페이로드 자체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을 구체화한 첫 후보물질이 HER2 표적 이중 페이로드 ADC 'QP101'이다. TOP1 저해제와 자체 개발한 CDK7 저해제를 하나의 항체에 함께 탑재한 '2+2' 구조로, 유방암에서 개발 가능성을 먼저 확인한 뒤 HER2가 발현되는 다른 고형암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ADC 개발사들이 항체 다양화와 링커 최적화에 집중해 온 가운데 큐리언트는 페이로드의 기전과 조합을 새로운 차별화 지점으로 택했다. 블록버스터 ADC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trastuzumab deruxtecan)가 사용하는 토포아이소머레이즈 I(topoisomerase I, TOP1) 저해제의 양을 줄이는 대신 별도의 CDK7 저해제를 함께 실어 내성과 독성을 동시에 낮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항체·링커 기술 상향 평준화… 페이로드 혁신에 승부수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임상·상용화 단계 ADC의 60~70%는 TOP1 저해제를 페이로드로 쓴다. TOP1 저해제는 살상력이 강하지만 안전역(효과를 내면서 독성은 피할 수 있는 용량 범위)이 좁다. 간질성 폐질환(ILD) 같은 중증 부작용 위험이 따르고, 반복 투여 시 암세포가 내성을 획득하는 한계도 지적돼 왔다.
큐리언트 기술 개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ADC 개발 초기에는 복수 항체 접합이, 이후에는 혈중 안정성을 좌우하는 링커 기술이 주목받았다"며 "운반체와 접합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 평준화된 만큼, 환자의 치료 예후와 독성을 가르는 열쇠는 페이로드 자체의 기전과 조합"이라고 강조했다.
'2+2' 이중 탑재 구조… TOP1 저해제 줄이고 CDK7로 암세포 민감도 증폭
큐리언트의 해법은 자체 개발해 온 CDK7(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7, cyclin-dependent kinase 7) 저해제를 TOP1 저해제와 한 항체에 함께 싣는 '2+2' 구조다. HER2 표적 리드 파이프라인 'QP101'은 항체 1개에 TOP1 저해제 2개와 CDK7 저해제 2개를 결합했다.
예컨대 항체 1개당 TOP1 저해제를 8개 싣는 엔허투의 약물항체비율(DAR, Drug-to-Antibody Ratio)은 8이다. 반면 큐리언트가 개발 중인 이중 페이로드 ADC는 TOP1 저해제를 2개만 결합해, TOP1 저해제 탑재량을 엔허투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CDK7 저해제는 암세포의 전사 조절과 DNA 손상 복구를 차단한다. 소량의 TOP1 저해제만 들어가도 세포 사멸로 이어지도록 암세포 민감도를 끌어올리는 원리라고 큐리언트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미국국립암연구소(NCI), 유럽암연구치료기구(EORTC)가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와 미국암연구학회 신약개발 학술대회(AACR D3,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 등 글로벌 학회에서 비인간 영장류 대상 반복 투여 독성 시험의 높은 안전역과 엔허투 내성 동물 모델에서의 종양 억제 우위를 확인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에셋 L/O·플랫폼 딜 병행… 비임상 단계 기술이전도 타진
사업화는 투트랙으로 진행한다. QP101 자체의 라이선스 아웃(L/O)과 함께, CDK7+TOP1 조합을 다른 암 표적 항체에 적용하는 플랫폼 기술이전을 병행한다.
회사는 차세대 페이로드가 필요한 글로벌 빅파마 수요를 감안할 때, 내년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진입 전후 비임상·초기 단계에서도 기술이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전략이 결실을 맺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고 본다.
먼저 파트너사와의 권리 조율이다. 큐리언트의 핵심 자산은 CDK7 저해제다. 함께 탑재되는 TOP1 저해제와 위치 특이적 접합 링커는 스위스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론자(Lonza)가 인수한 시나픽스(Synaffix)의 플랫폼을 활용한다. 플랫폼 단위 라이선싱을 추진할 경우 론자와의 사전 협의와 기술료 배분 구조가 딜 성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체 재현성도 검증 대상이다. 동물모델에서 확인된 '2+2' 기전의 약효 시너지와 안전역이 사람에게서도 나타나야 한다. 특히 빅파마의 기술 도입 기준이 보수화되는 추세여서 내년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초기 개념검증(PoC)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협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 역량도 변수다. 이중 페이로드 ADC는 서로 다른 두 약물을 일정 비율로 균일하게 결합해야 한다. 단일 페이로드보다 대량 생산 시 품질과 수율을 유지하기 까다로워, 화학·제조·품질관리(CMC) 역량 확립이 상업화의 주요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상증자로 확보할 자금을 내년 임상 1상 진입과 초기 인체 데이터 확보로 연결하는 것이다. 전임상에서 확인한 '2+2' 기전이 실제 환자에게서 엔허투의 한계를 넘는 효능과 안전성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