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50만 원대 소모품 리베이트 제공으로 품목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종근당이 이에 불복해 진행 중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의 '조정권고'를 이끌어냈다. 판결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법원이 양측에 합의를 권고하면서, 당초 예정됐던 선고기일도 잠정 연기됐다.
14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고등법원 제4-3행정부(나)는 종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제기한 '의약품 판매업무정지처분 등 취소 청구의 소' 항소심에서 최근 양측에 조정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 16일로 잡혔던 선고기일은 추후 다시 지정하기로 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변론을 종결한 이후 원고와 피고 양측으로부터 조정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받은 뒤 이뤄졌다. 종근당 측은 지난달 14일 재판부에 조정에 관한 의견서를 먼저 제출했다. 이어 식약처 측도 이달 1일 조정에 관한 의견서를 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서를 확인한 뒤 지난 3일 조정권고를 결정하고 당사자들에게 결정등본을 송달했다.
59만 원 소모품 제공 발단 … 1심은 종근당 청구 기각
이번 소송은 식약처와 대전식약청이 지난 2023년 12월 종근당에 내린 행정처분에서 비롯됐다.
당시 식약처는 종근당의 한외마약 성분 의약품 1개 품목에 대해 3개월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했으며, 대전식약청은 일반의약품 4개 품목에 대해 3개월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1개 품목에 대해서는 판매업무정지에 갈음해 2745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처분 사유는 종근당 영업직원이 지난 2016년 5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구 소재 한 내과의원에 4회에 걸쳐 화장지, 커피, 세제 등 약 59만 원 상당의 소모성 물품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해당 직원은 지난 2019년 10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초범인 데다 제공 액수가 비교적 적다는 점을 참작했다.
종근당은 식약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종근당의 청구를 기각했다. 리베이트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회사의 관리·감독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식약처의 내부 감경 기준상 '300만 원 미만 1회 경고 처분'은 품목이 아닌 업체 기준으로 적용되며, 종근당은 과거 타 사안으로 경고를 받아 감경 대상이 아니라는 식약처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종근당은 이러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판결정본을 송달받은 날 즉시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선고 앞두고 나온 '조정권고' … 양측 선택은?
항소심 재판부가 1년여 간의 변론 절차를 모두 마치고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조정을 권고한 것은 위반 규모와 처분의 형평성을 고려해 합의점을 찾으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적발된 리베이트 금액이 50만 원대 소액인 데다, 해당 물품을 수수한 의료기관 관계자들은 별도의 수사나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과거 300만 원 이하 리베이트 사안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린 선례가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식약처는 지난 2022년 1월 30만 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영진약품의 13개 품목에 대해 판매업무정지 대신 일괄 경고 처분을 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법원의 조정권고를 종근당과 식약처가 최종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양측이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분쟁이 종결되지만, 어느 한쪽이라도 거부할 경우 재판부는 판결선고기일을 다시 지정해 본안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식약처 입장에서는 법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처분 수위를 조정하는 것에 적잖은 부담이 따를 수 있다. 행정처분의 정당성을 스스로 꺾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는 데다, 다른 제약사들과의 처분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경우, 소액 리베이트에 대한 과도한 행정처분 부담을 던 종근당은 물론 규제당국 역시 장기화된 소송 리스크를 조기에 해소하는 절충안을 마련하게 된다.
실리를 챙겨야 하는 종근당과 명분을 지켜야 하는 식약처가 법원의 이번 중재안에 어떠한 답변을 내놓을지 그 결론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