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후테크 기후가치평가와 선금융 메커니즘' 공동포럼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패널들은 기후기술의 개발과 실증, 상용화 과정에서 자본이 실제로 흐르기 위해 필요한 평가·투자·정책·산업적 조건을 논의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 제공)[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탄소를 줄일 혁신적인 기술이 있어도 실증과 상용화에 필요한 돈을 제때 구하지 못하면 시장에 나오기 어렵다는 기후테크의 고질적인 자금 문제를 풀기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미래에 창출될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성과를 미리 평가하고 그 가치를 현재의 투자·금융과 연결해 기후기술에 필요한 자금을 앞당겨 공급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SK가 설립한 사회적가치연구원과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기후테크 기후가치평가와 선금융 메커니즘'을 주제로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기후테크가 기술개발에 머물지 않고 실증과 상용화를 거쳐 실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만들어낼 기후성과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선(先)금융 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기후테크는 탄소중립과 기후적응을 위한 핵심 기술로 평가받지만 개발에 성공한 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실증하고 상용화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초기 단계에서 환경적 효과가 확인되더라도 충분한 성과를 쌓기 전에 추가 투자가 필요한 만큼 기술개발과 시장 진입 사이의 자금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미래 기후성과 '오늘의 자금'으로
포럼에서는 이러한 자금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성과를 현재 시점에서 평가해 자금조달과 연결하는 선금융 메커니즘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정부 정책지원과 민간 투자·금융이 기후테크의 성장단계에 맞춰 투입되려면 기술이 만들어낼 기후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수종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후가치평가가 단순히 기술의 환경적 우수성을 확인하는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성장단계에 적합한 정책지원과 투자수단을 선택하고 이후 실제 성과까지 검증할 수 있는 기준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제발표에서는 정책과 연구, 가치평가, 금융 등 다양한 관점에서 기후테크 자금조달 문제가 다뤄졌다. 김범수 기후에너지환경부 과장은 '기후테크육성특별법의 방향과 의미'를 주제로 기후테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은 '기후테크 미래 잠재성과 기반 사전 자금조달 메커니즘, EPC'를 주제로 미래 기후성과와 현재의 자금을 연결하는 연구 사례를 공유했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후성과를 투자로 연결하는 금융계약의 조건'을 주제로 기후가치평가가 실제 금융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제시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정수종 센터장이 좌장을 맡고 국가녹색기술연구소, NICE평가정보, 현대차정몽구재단, NH아문디자산운용, SK하이닉스 등 연구·평가·창업지원·금융·산업 현장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후기술의 개발과 실증, 상용화 과정에서 실제 자본이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평가와 투자, 정책적 조건 등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는 관련 기업과 연구·금융·투자·공공기관 및 산업계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성과 뒤 보상' 넘어 '성과 전에 금융'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연구해 온 'EPC(Environmental Progress Credit)'는 미래 기후성과를 현재 자본과 연결하는 구상이다. 기후기술의 성과가 모두 현실화된 뒤 이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래에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성과의 가치를 사전에 평가하고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다.
기후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과 실증, 상용화를 위해 자금이 가장 절실한 시점과 실제 자금을 확보하는 시점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미래 기후성과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평가와 검증 체계가 갖춰진다면 정책자금뿐 아니라 민간 금융과 투자자금의 참여를 유도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여지도 커진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기업이 사회·환경 문제 해결 과정에서 창출한 성과를 측정하고 성과에 비례한 보상을 제공해 시장과 자본의 참여를 끌어내는 구조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최태원 사회적가치연구원 이사장도 지난 4월 한국형 자발적 탄소시장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새로운 기후기술의 성과를 보상해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연결하는 인센티브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평가·금융 연결해 기술의 시장 진입 돕는다
사회적가치연구원과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는 향후 기후테크 관련 제도 논의와 연계해 미래 기후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정책지원과 투자·금융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기후가치평가의 핵심 기준과 데이터·검증체계를 고도화하고 미래 기후성과에 대한 선금융 지급·정산 구조, 공공·민간 자금의 연계 방안,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적용 조건 등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는 "오늘의 투자 결정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면, 그 미래에 창출될 가치 역시 투자 전에 측정되어야 한다"며 "특히 기후테크는 사전 기후가치평가를 통해 미래의 기후성과를 현재의 자금과 연결하고, 기술에 자금이 필요한 시점과 실제 자금이 공급되는 시점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수종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장은 "기후가치평가는 유망한 기술을 선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만들어낼 기후성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정책과 금융의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평가·지원·투자·성과검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구체화해 기후테크의 시장 진입과 확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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