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유래 조절 T세포 치료제 'CK0803'이 혈뇌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계 염증 부위로 이동한 뒤 염증성 면역반응과 미세아교세포 활성을 억제하는 과정을 담았다. CK0803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AI 제작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의 신경염증을 겨냥한 동종 조절 T세포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패스트트랙 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미국 셀렌코스(Cellenkos)는 25일(현지시간) FDA가 ALS 치료제로 개발 중인 'CK0803'을 패스트트랙(Fast Track)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산하 치료제품국(Office of Therapeutic Products)은 지난 21일 지정 사실을 통보했다.
CK0803은 건강한 기증자의 제대혈에서 얻은 조절 T세포(T regulatory cell, Treg)를 이용하는 동종 세포치료제다. 셀렌코스는 "ALS를 대상으로 FDA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은 Treg 치료제로는 CK0803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FDA 패스트트랙은 중증질환에서 충족되지 않은 의료수요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치료제의 개발과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제도다. 지정되면 개발 과정에서 FDA와 보다 자주 협의할 수 있고, 요건을 충족할 경우 허가신청 자료를 완성되는 부분부터 제출하는 순차심사(rolling review)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혈뇌장벽 넘어 염증 부위 찾아가는 Treg
ALS는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근육 약화와 마비가 진행되는 치명적인 신경퇴행성질환이다. 현재 승인된 치료제가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질병 진행을 크게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CK0803은 신경계 염증 부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대혈 유래 Treg 치료제다. 세포 표면에 CXCR3와 CD11a(LFA-1)를 높은 수준으로 발현하도록 제조해 혈뇌장벽과 혈액-척수장벽을 통과하고 염증이 발생한 중추신경계 부위로 이동하도록 했다.
ALS에서는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와 Th1·Th17 면역반응 등이 지속적인 신경염증과 운동신경세포 손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K0803은 CXCR3/CXCL10 축을 따라 염증 부위로 이동한 뒤 염증성 면역반응과 미세아교세포 활성화를 억제하고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10(IL-10)을 분비해 면역 항상성을 회복하도록 설계됐다.
환자와 조직적합항원(HLA)이나 ABO 혈액형을 맞출 필요가 없는 기성품(off-the-shelf) 방식이며, 별도의 전처치 화학요법이나 인터루킨-2(IL-2) 투여 없이 외래에서 정맥주사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초기 6명서 NfL 약 60% 감소
CK0803은 현재 'REGALS' 1/1b상 임상시험(NCT05695521)에서 평가되고 있다. 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연구는 6명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도입단계와 이후 최대 60명을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이중눈가림·위약대조 1b상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목표 환자는 66명이다.
안전성 도입단계에서는 척수형 ALS 환자 3명과 연수형 ALS 환자 3명 등 평가 가능한 6명이 CK0803을 투여받았다. 1회 투여량은 Treg 세포 1억 개로, 1주 간격으로 4회 투여한 뒤 4주 간격으로 5회 추가 투여해 최대 9회 정맥주사했다.
셀렌코스는 "이들 환자에서 ALS 기능평가척도 개정판(ALSFRS-R)의 감소 속도가 안정화되는 양상이 관찰됐으며, 혈장 신경필라멘트 경쇄(neurofilament light chain, NfL)가 약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혈장 IL-10은 약 200% 증가했다.
NfL은 신경세포 손상이 발생할 때 혈액과 뇌척수액으로 방출되는 단백질로, ALS를 비롯한 신경퇴행성질환의 신경 손상 정도를 평가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된다. 다만 이번 수치는 6명의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회사가 공개한 결과로, CK0803이 ALS의 질병 진행 자체를 60% 줄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등록된 REGALS 연구의 주요 평가변수에는 치료제한독성(TLT)과 기능·생존을 함께 평가하는 복합평가지표(CAFS)가 포함돼 있다. CAFS는 생존기간과 ALSFRS-R 변화를 함께 반영해 환자의 임상 결과를 순위화하는 방식이다.
ALSFRS-R 변화, 삶의 질, 폐활량, 근력, 혈액·뇌척수액 NfL, 무환기 생존기간과 전체생존기간 등도 함께 평가한다.
ClinicalTrials.gov에는 현재 연구 상태가 '진행 중, 환자 모집 종료(Active, not recruiting)'로 등록돼 있다.
지난해 FDA 희귀의약품 지정도 받아
CK0803은 지난해 10월 17일 FDA로부터 ALS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Orphan Drug)으로도 지정됐다.
셀렌코스는 당시 초기 임상에서 척수형과 연수형 ALS 환자 모두에서 질병 진행 속도가 느려지는 신호가 관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CK0803의 허가나 치료 효과 입증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현재 공개된 임상 데이터는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결과인 만큼, 실제 질병 진행 억제 효과와 안전성은 현재 진행 중인 무작위 위약대조 연구를 통해 추가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