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해외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GLP-1 계열 원료의약품(API)에 대한 수입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FDA가 미국 공급망과 연결된 GLP-1 API 제조시설 48곳을 평가한 결과 21%에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미준수 또는 FDA 자료 제출 요구 불응 문제가 확인됐다.
FDA가 현지시간 21일 공개한 최신 수입경보 66-80(Import Alert 66-80)에 따르면, 해외에서 공급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원료의약품은 원칙적으로 미국 입항 단계에서 물리적 검사 없는 억류(Detention Without Physical Examination·DWPE) 대상이 된다. 다만 FDA가 제조·품질관리 적합성을 확인해 'Green List'에 올린 제조업체와 제품은 이 조치에서 제외된다.
이번 수입경보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 엑세나타이드(exenatide), 둘라글루타이드(dulaglutide) 등 GLP-1 계열 원료의약품을 대상으로 한다. FDA는 이번 개정에서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경구용 GLP-1 치료제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새로운 제품코드도 추가했다.
48개 제조시설 평가했더니 21% 문제
FDA가 수입관리를 강화한 배경에는 급증한 복합조제 GLP-1 제품과 해외 원료 공급망 문제가 있다.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등 FDA 승인 GLP-1 치료제의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미국에서는 한동안 이들 성분을 이용한 복합조제 의약품(compounded drugs)이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도·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제조된 GLP-1 API가 미국으로 공급됐다.
FDA는 복합조제에 사용되는 외국산 GLP-1 API의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공급망에 등록된 48개 제조시설을 현장실사 또는 원격 규제평가(remote regulatory assessment) 방식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48곳 가운데 21%가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FD&C Act)상 규제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FDA의 자료 요청에 제출된 기록에서 CGMP 위반 증거가 발견됐거나, 일부 업체가 FDA의 기록 제출 요구에 정해진 기간 안에 응답하지 않은 경우가 포함됐다.
FDA는 더 특이한 행태도 발견했다.
일부 업체가 GLP-1 API 제조시설로 FDA에 등록한 뒤 미국에 제품 수출을 시도하고, FDA가 제조·품질 관련 자료를 요구하면 답변을 거부한 다음 짧은 기간 안에 제조시설 등록을 취소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FDA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근거로 Green List에 포함되지 않은 외국산 GLP-1 API는 품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미국 입항 때 무검사 억류할 수 있도록 했다.
FDA는 "불량 의약품(adulterated drugs)은 미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해외 GLP-1 원료에 대한 수입관리 필요성을 설명했다.
Green List 업체·제품만 DWPE 예외
다만 모든 외국산 GLP-1 API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FDA가 시설 실사나 제출자료 평가 등을 통해 CGMP 준수 가능성을 확인한 제조업체와 제품은 Green List에 올려 DWPE 대상에서 제외한다. 현재 중국·인도·덴마크·아일랜드·포르투갈·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의 제조시설과 GLP-1 API가 이 목록에 포함돼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티르제파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엑세나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등이 Green List에 올라 있으며 제조시설별로 허용되는 원료가 다르다.
Green List에 새로 들어가려는 제조업체가 FDA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도 상당히 광범위하다.
FDA는 ▲최근 생산한 GLP-1 API 최대 10개 제조번호의 시험성적서(COA) ▲원료의약품 규격 및 시험방법 ▲불순물·역가·미생물 관리 기준 ▲안정성시험 자료 ▲시험법 밸리데이션 ▲공정 밸리데이션 ▲제조기록 ▲사용설비 ▲기준일탈(OOS) 조사자료 ▲위탁시험기관 정보 ▲품질조직 구성 등을 요구한다.
여기에 최근 5년간 제품 불만, 이상사례, 회수 및 반품 내역과 관련 조사보고서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오포글리프론 원료 제조사 3곳 새로 추가
이번 21일 개정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오포글리프론이다.
FDA는 오포글리프론 API 제조업체 3곳을 Green List에 추가하고, 오포글리프론 원료의약품에 새로운 FDA 제품코드 61P[][]77을 부여했다. 또 오포글리프론 고체분산체(SDD)를 생산하는 제조업체 한 곳도 Green List에 추가했다.
현재 Green List에는 아일랜드 제조시설의 오포글리프론 API와 포르투갈 제조시설의 오포글리프론 SDD 등이 표시돼 있다. 중국 일부 제조시설에도 오포글리프론이 등재돼 있다.
오포글리프론은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 저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로 개발되고 있어 향후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꿀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FDA가 개발단계 약물의 API와 중간체까지 Green List 관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GLP-1 시장 확대에 맞춰 완제의약품뿐 아니라 원료 제조단계부터 공급망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FDA는 이미 지난해 9월 GLP-1 API Green List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승인받지 않은 복합조제 GLP-1 제품과 해외산 원료의 품질 문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왔다. 올해 2월에는 승인되지 않은 GLP-1 제품을 대량 판매하는 업체와 복합조제 약국 등에 대한 규제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FDA GLP-1 Green List 도입 발표
FDA는 "Green List에 포함된 업체라도 향후 CGMP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정보가 확인되면 목록에서 다시 제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중국의 한 세마글루타이드 API 업체는 다른 제조시설에서 구매한 원료를 자사가 제조한 것처럼 표시해 미국에 수출한 사실이 적발돼 Green List에서 제외되고 별도의 수입경보 대상에 오른 바 있다.
따라서 GLP-1 API의 미국 시장 진입에서 제조시설의 CGMP 준수와 공급망 추적 가능성이 이전보다 중요한 요건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