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산을 탑재한 실리카 나노운반체가 자궁경부암 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세포 내로 전달되고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과정을 형상화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엽산(folic acid)을 탑재한 다공성 실리카 나노운반체가 자궁경부암 세포에 선택적으로 흡수돼 세포사멸을 촉진하고, 암세포 생존에 관여하는 PI3K/AKT 신호를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디메틸설폭사이드(DMSO)를 이용해 엽산을 탑재한 제형에서 암세포 흡수와 세포독성, 세포자멸사 효과가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정상 세포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독성을 보여 표적 약물전달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집트 국립연구센터(National Research Centre) 연구진은 엽산을 탑재한 아미노기 기능화 MCM-41 메조다공성 실리카 나노운반체의 자궁경부암 세포 표적 전달 및 항암 활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13일자에 발표했다.
엽산을 탑재한 아미노기 기능화 MCM-41 실리카 나노운반체의 자궁경부암 표적 전달과 세포자멸사 기전을 분석한 연구가 13일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공개됐다. [자료=Scientific Reports 눈문 갈무리]MCM-41은 내부에 균일한 미세공을 갖는 메조다공성 실리카 소재다. 연구진은 MCM-41 표면에 아미노기를 도입한 뒤 엽산을 탑재해 두 종류의 제형을 만들었다. 물을 이용한 제형은 FAMW, DMSO를 이용한 제형은 FAMD로 구분했다.
연구진은 엽산수용체 알파(FRα)를 발현하는 자궁경부암 HeLa 세포와 FRα 음성 정상 폐 섬유아세포 WI-38을 이용해 세포 흡수, 세포독성, 세포자멸사와 관련 신호전달 변화를 비교했다.
암세포 흡수 최대 95.3%…정상세포보다 큰 차이
먼저 나노운반체가 엽산을 안정적으로 담았다가 방출할 수 있는지 평가했다.
강한 산성 환경인 pH 1.5에서는 엽산 방출이 억제됐지만 생리적 환경에 가까운 pH 7.4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방출량이 크게 증가했다. pH 7.4에서 24시간 뒤 누적 방출률은 FAMW 40.8%, FAMD 60.8%였고, 72시간에는 두 제형 모두 99.8%에 도달했다.
암세포 흡수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HeLa 세포에서 FAMD의 세포 내 흡수율은 4시간 21.4%, 8시간 35.5%, 12시간 94.0%, 24시간 95.3%로 증가했다. FAMW 역시 24시간 뒤 91.3%의 흡수율을 보였다.
반면 정상 WI-38 세포에서 24시간 후 흡수율은 FAMW 17.6%, FAMD 20.1%에 그쳤다. 연구진은 엽산수용체가 많이 발현된 암세포에서 엽산을 이용한 표적화가 세포 내 유입을 높인 것으로 해석했다.
MCM-41(M), AM, FAMW·FAMD의 질소 흡착·탈착 등온선. 아미노기 기능화와 엽산 탑재 이후 비표면적과 기공 부피가 감소해 나노운반체 내부 구조가 변화한 것을 보여준다. [자료=Scientific Reports]DMSO 제형서 암세포 사멸 63.1%
세포독성 실험에서도 FAMD의 효과가 가장 컸다.
순수 MCM-41은 HeLa 세포에서 뚜렷한 세포독성을 보이지 않았고, 엽산만 처리했을 때도 최대 세포사멸률은 약 26.5%였다.
순수 MCM-41(M), 아미노기 기능화 MCM-41(AM), 엽산 탑재 제형 FAMW·FAMD의 푸리에변환적외선분광(FT-IR) 스펙트럼. 아미노기 도입과 엽산 탑재에 따라 특성 흡수 피크가 변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료=Scientific Reports]반면 엽산 탑재 나노운반체는 농도가 높아질수록 세포사멸률이 증가했다. 480㎍/mL에서 FAMW는 HeLa 세포의 55.7%, FAMD는 63.1%를 사멸시켰다. 반수억제농도(IC50)는 FAMW 82.99㎍/mL, FAMD 77.73㎍/mL였다. 양성대조군으로 사용된 독소루비신은 IC50 64.02㎍/mL, 같은 최고농도에서 세포사멸률 약 73.8%를 기록했다.
여기서 독소루비신과의 비교는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연구진은 직접 비교를 위해 나노운반체와 동일한 농도 범위의 독소루비신을 사용했으며, 이 농도는 일반적인 시험관 세포독성 연구에서 사용하는 농도보다 높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실제 치료 농도나 임상 효능을 비교한 것이 아니다.
정상 WI-38 세포에서는 FAMD가 120㎍/mL까지 유의한 세포독성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가장 높은 480㎍/mL에서 세포사멸률이 32.6%로 증가했다. 같은 농도의 독소루비신에서는 정상세포 사멸률이 약 56.6%였다.
미토콘드리아 세포자멸사 촉진…PI3K/AKT 생존신호 억제
유세포분석에서도 FAMD의 세포자멸사 유도 효과가 확인됐다.
80㎍/mL에서 24시간 처리했을 때 HeLa 세포의 생존율은 무처리 대조군 96.2%에서 FAMW 78.8%, FAMD 45.9%로 떨어졌다. 독소루비신군은 33.6%였다.
정상 WI-38 세포에서는 같은 조건에서 FAMW 92.2%, FAMD 82.3%가 살아 있었다. 연구진은 암세포에서 세포자멸사가 훨씬 강하게 유도됐다고 분석했다.
세포자멸사 기전을 분석한 결과 FAMD는 세포사멸을 촉진하는 Bax를 증가시키고 이를 억제하는 Bcl-2를 낮췄다.
고농도 조건에서 Bax/Bcl-2 비율은 FAMD가 6.77로, 자유 엽산 2.73과 FAMW 4.53보다 높았다. 독소루비신은 9.00이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미토콘드리아를 통한 내인성 세포자멸사 경로의 활성화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암세포 생존 신호인 포스파티딜이노시톨-3-키나아제(PI3K)/단백질키나아제 B(AKT) 경로도 억제됐다.
FAMD를 처리했을 때 활성형 AKT인 인산화 AKT(p-AKT)는 농도가 증가할수록 감소했다. 저·중·고농도에서 상대적인 p-AKT 수준은 각각 0.55, 0.25, 0.12로 떨어졌다. PI3K 역시 감소했다.
동시에 산화스트레스 지표인 산화질소(NO)와 말론디알데히드(MDA)가 증가하고, 항산화 방어에 관여하는 초과산화물불균등화효소(SOD)와 글루타티온(GSH)은 감소했다.
연구진은 산화스트레스 증가와 PI3K/AKT 생존신호 억제, Bax/Bcl-2 균형 변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미토콘드리아성 세포자멸사를 촉진한 것으로 분석했다.
아직 세포실험…실제 치료 가능성은 추가 검증 필요
이번 연구는 엽산수용체를 이용한 표적화와 메조다공성 실리카의 약물전달 기능을 결합해 자궁경부암 세포에 선택적으로 물질을 전달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FAMD는 암세포에서 높은 흡수와 세포자멸사를 나타내면서 정상 섬유아세포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영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자궁경부암을 위한 표적 나노전달 플랫폼 후보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HeLa 자궁경부암 세포와 WI-38 정상 섬유아세포를 대상으로 한 시험관 실험이다. 동물에서 종양 표적성이 재현되는지, 체내에서 나노입자가 어디에 분포하고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독성과 약동학은 어떤지 등은 이번 연구에서 확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자궁경부암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동물모델과 후속 전임상 연구를 거쳐 검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