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항우울제를 복용한 전이성 신장세포암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이 복용하지 않은 환자보다 약 18개월 길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항우울제가 생존기간을 직접 연장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정신건강 관리와 지지치료의 영향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는 1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도쿠즈에일륄대학교 의학종양학과 옥타이 할리트 악테페(Oktay Halit Aktepe) 연구원과 우를라주립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베툴 악테페(Betul Aktepe)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두 사람은 이번 논문의 공동 제1저자다.
항우울제 복용과 전이성 신장암 환자의 생존기간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가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자료=Scientific Reports 홈페이지 갈무리]연구진은 2015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튀르키예 하제테페대학교 암연구소와 도쿠즈에일륄대학교에서 1차 표적치료를 받은 전이성 신장세포암 환자 328명의 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환자들은 혈관내피성장인자수용체(VEGFR)를 억제하는 파조파닙·수니티닙·카보잔티닙 가운데 하나를 1차 치료제로 투여받았다. 이 가운데 81명(24.7%)은 치료 기간 항우울제를 3개월 이상 연속 복용했고, 247명은 복용하지 않았다.
항우울제 복용군에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57명으로 가장 많았다. 세르트랄린 23명, 에스시탈로프람 17명, 플루옥세틴 9명 등이었다. 나머지는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삼환계 항우울제 등을 사용했다.
무진행생존기간도 약 5개월 연장
중앙 추적기간 56.3개월 동안 전체 환자의 61.6%인 202명이 사망했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항우울제 복용군 51.2개월, 비복용군 33.0개월로 18.2개월 차이가 났다.
질병이 진행하지 않고 생존한 기간을 뜻하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도 복용군이 15.2개월로 비복용군의 10.3개월보다 4.9개월 길었다.
연령과 성별, 종양 조직형·등급, 폐·간·뼈·뇌 전이 여부, 국제전이성신장세포암데이터베이스컨소시엄(IMDC) 위험군 등을 보정한 분석에서 항우울제 복용군의 사망 위험은 비복용군보다 37% 낮았다(HR 0.63).
환자군의 임상적 차이를 줄이기 위해 성향점수 역확률가중치(IPTW)를 적용한 추가 분석에서는 사망 위험이 42% 낮았다(HR 0.58). 치료 시작 후 6개월 이상 생존한 환자만 별도로 분석해도 항우울제 복용과 생존기간 사이의 연관성은 유지됐다(HR 0.66).
연구진은 세로토닌 신호와 염증·면역반응 조절이 암의 진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울과 불안 증상이 완화되면서 치료 순응도와 영양 상태, 수면, 의료진과의 소통이 개선됐을 가능성도 있다.
"생존 연장 목적으로 처방해서는 안 돼"
이번 연구는 무작위 임상시험이 아닌 의무기록 기반 관찰연구다. 항우울제 복용 여부와 생존기간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했지만, 항우울제가 직접 생존기간을 늘렸다는 인과관계는 입증하지 못했다.
환자의 활동수행능력(ECOG), 우울증과 불안의 중증도, 통증 수준, 사회경제적 상태, 복약 순응도와 정신종양학적 지지치료 정도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항우울제가 우울증뿐 아니라 불안·불면증·신경병증성 통증 등에 처방됐지만, 환자별 처방 목적을 일관되게 확인하지 못한 것도 한계다.
연구대상이 최소 3개월 동안 표적치료를 받은 환자로 제한됐다는 점에서 생존자 편향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항우울제를 3개월 이상 복용하려면 일정 기간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6개월 시점 분석에서도 연관성이 유지됐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시간 관련 편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파조파닙·수니티닙 등을 단독 투여한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면역관문억제제와 표적치료제 또는 면역관문억제제 2종을 병용하는 현재의 전이성 신장세포암 1차 치료 환경에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후속 연구의 가설을 제시하는 수준"이라며 "생존기간을 늘릴 목적으로 항우울제 투여를 시작하거나 처방해야 한다는 근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