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치료에 사용되는 인트라리피드 주사를 형상화한 이미지. 인트라리피드는 반복착상실패·반복임신손실 환자에게 경험적으로 사용돼 왔지만, 효과와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국제학회의 비권고와 연구 근거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난임 치료를 받는 일부 여성에게 이른바 '콩주사'로 불리는 인트라리피드(Intralipid) 주사 처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트라리피드는 본래 정맥영양을 위해 개발된 지방유제다. 그러나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 cell)의 활성과 세포독성을 낮춰 배아 착상이나 임신 유지에 유리한 면역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면서 반복착상실패(Recurrent Implantation Failure, RIF)와 반복임신손실(Recurrent Pregnancy Loss, RPL) 환자에게 경험적으로 사용돼 왔다.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 ESHRE) 역시 인트라리피드가 NK세포 수준과 활성을 억제하고 일부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면역조절 가설을 소개한다.
문제는 임상현장의 사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좀처럼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무작위대조시험과 메타분석에서는 인트라리피드 투여 후 임상적 임신율이나 생아출산율이 높아졌다. 최근 여러 메타분석을 다시 평가한 umbrella review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이 반복됐다. 반면 실제 진료자료에서는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연구가 있고, 기존 연구를 한 단계 위에서 평가하면 방법론적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과거 긍정적 근거를 구성했던 일부 무작위대조시험(RCT)이 출판 이후 철회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Al-Zebeidi 등의 2020년 연구와 Dakhly 등의 2016년 연구는 현재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이 운영하는 의학·생명과학 논문 데이터베이스 PubMed에서 모두 'Retracted Publication(철회 논문)'으로 표시돼 있다.
그럼에도 국내 진료현장에서는 사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 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3%가 체외수정시술 환자에게 인트라리피드를 경험적으로 처방한다고 답했다. 보조생식술을 받는 동안 인트라리피드 주사치료를 경험한 환자 177명 가운데 63.3%는 치료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의사의 권유'를 꼽았다.
효과가 없다고 확정된 치료도 아니지만, 효과가 확립된 치료도 아니다. 그렇다면 인트라리피드는 왜 난임 진료현장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긍정적 임상신호는 분명 있다
인트라리피드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실제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21년 차의과학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은 무작위대조시험 5편, 총 840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3편은 반복착상실패, 1편은 반복 자연유산, 1편은 한 차례 이상 착상실패를 경험한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 인트라리피드 투여군의 임상적 임신율은 대조군보다 높았고 위험비(RR)는 1.48이었다. 진행 임신율은 RR 1.82, 생아출산율은 RR 1.85로 모두 인트라리피드군에 유리했다. 반면 유산율은 RR 0.75였지만 95% 신뢰구간이 0.48~1.17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마다 치료방법은 상당히 달랐다. 대부분 20% 인트라리피드를 사용했지만 첫 투여 시점은 난소자극 4~9일째, 난자 채취일, 배아이식일 등으로 나뉘었다. 두 번째 투여 역시 배아이식일, 임신검사일 또는 임신 확인 후 1주 이내 등 제각각이었다.
연구진은 인트라리피드가 체외수정(In Vitro Fertilization, IVF)을 받는 여성, 특히 반복착상실패나 반복 자연유산 경험이 있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더 크고 잘 설계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냈다.
최신 상위 근거도 '효과 가능성'은 인정
2025년 국제산부인과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Gynecology & Obstetrics)에 게재된 umbrella review는 반복착상실패 치료법을 평가한 기존 체계적 문헌고찰 47편을 다시 분석했다.
연구진은 2024년 3월까지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가운데 무작위시험을 포함하고 임상적 임신율 또는 생아출산율을 보고한 자료를 선별했다. 총 47편 가운데 32편이 면역조절 치료를 다뤘다.
인트라리피드는 임상적 임신율을 분석한 메타분석 6개 가운데 4개에서 개선 신호가 나타났고, 생아출산율을 평가한 4개 메타분석 중 3개에서도 개선 방향이 확인됐다.
그런데 연구의 질을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체계적 문헌고찰 47편 가운데 41편, 88%가 AMSTAR 2 평가에서 '낮음' 또는 '매우 낮음' 수준이었다. 중간 또는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 문헌고찰은 6편에 불과했다.
연구마다 RIF의 정의가 달랐고 동일한 무작위시험이 여러 메타분석에 반복적으로 포함되는 중복 문제도 있었다. 연구진은 인트라리피드를 포함한 일부 면역조절 치료에서 일관된 긍정 방향이 관찰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낮은 방법론적 질과 임상적 이질성 때문에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결국 '효과를 보여준 연구가 존재한다'는 것과 '효과가 확립됐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제 진료자료에서는 효과 확인 못해
메타분석과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실제 진료자료도 있다.
2024년 독일 연구진은 한 난임센터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치료받은 환자 1546명의 체외수정(IVF)·세포질내정자주입술(ICSI) 2821개 치료주기를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의 주된 목적은 자궁내막 스크래칭(endometrial scratching, ES)과 추가 인트라리피드 치료가 임신 및 생아출산과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전체 2821개 치료주기 가운데 자궁내막 스크래칭을 시행한 것은 468주기였고, 이 가운데 인트라리피드 투여 여부가 확인된 450주기를 별도로 분석했다. 113주기에서는 인트라리피드를 사용했고 337주기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임신율은 각각 30.1%와 30.6%, 생아출산율은 23.9%와 22.3%였다. 여러 치료주기가 같은 환자에게서 나온 영향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임신율은 OR 0.98, 생아출산율은 OR 1.10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흥미로운 결과도 있었다.
자궁 NK세포가 증가한 환자 79명 가운데 인트라리피드를 투여받은 67명의 임신율은 34.3%, 생아출산율은 28.4%였다. 투여하지 않은 12명에서는 각각 8.3%, 0%였다. 수치상 차이는 컸지만 표본이 작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인트라리피드 투여 여부를 비교한 450개 치료주기 전체에서도 이득이 확인되지 않았다. 자궁 NK세포가 증가한 하위집단에서는 수치상 차이가 나타났지만, 특정 면역학적 특징을 가진 환자에서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연구는 무작위대조시험이 아니라 후향적 연구이고, 인트라리피드 비교 역시 자궁내막 스크래칭을 시행한 치료주기에서 이뤄졌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결과 역시 치료효과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거나 부정하는 자료로 볼 수는 없다.
긍정 근거 구성했던 무작위시험 일부는 철회
기존 메타분석을 현재 시점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할 이유는 또 있다.
2021년 메타분석에 포함된 5개 RCT 가운데 Al-Zebeidi 등의 2020년 연구와 Dakhly 등의 2016년 연구가 현재 철회된 논문이기 때문이다. 당시 메타분석에는 두 연구가 모두 정식 출판 논문으로 포함됐다.
Al-Zebeidi 연구는 원인불명 반복착상실패 여성 142명을 인트라리피드군과 대조군에 각각 71명씩 배정했다. 당시 임상적 임신율은 36.6% 대 28.2%, 생아출산율은 18.3% 대 14.1%로 인트라리피드군에서 수치상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현재 PubMed는 해당 논문을 철회 출판물로 표시한다.
Dakhly 연구는 반복 자연유산과 높은 NK세포 수준을 가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시험이다. 2021년 메타분석에서 생아출산율을 유의하게 높인 것으로 평가된 3개 RCT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 연구 역시 현재 PubMed에서 철회 출판물로 분류돼 있다.
이 사실이 2021년 메타분석 전체가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석 당시에는 두 논문 모두 학술문헌으로 존재했고 연구진은 당시 이용 가능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인트라리피드 효과의 크기를 판단하려면 철회된 연구를 제외한 뒤에도 긍정적인 효과 추정치가 유지되는지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2025년 umbrella review 역시 검색기간이 2024년 3월까지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후 발생한 철회 사실까지 모두 반영해 기존 효과 크기를 새로 계산한 분석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학회, 긍정적 메타분석 보고도 "RIF에 권고 안 해"
ESHRE는 반복착상실패에서 인트라리피드 관련 긍정적 연구결과를 직접 검토했다.
ESHRE가 2023년 발표한 RIF 권고문은 5개 무작위시험을 묶은 메타분석에서 임상적 임신율이 인트라리피드군에서 높았다고 설명했다. 임상적 임신율은 인트라리피드군 172명/417명, 대조군 119명/426명으로 RR 1.55였다. 생아출산도 각각 132명/417명과 73명/426명으로 RR 1.83이었다.
그럼에도 ESHRE의 최종 판단은 명확했다.
"정맥 인트라리피드 주입은 권고하지 않는다."
ESHRE는 관련 RCT 수가 적고, 대부분의 연구에서 특정한 원인이나 병태를 확인한 환자를 치료한 것이 아니라 인트라리피드를 경험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부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관찰됐지만 더 큰 규모의 대조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안전성도 고려됐다. ESHRE는 정맥 지방유제와 관련해 간비대, 황달, 담즙정체, 비장비대, 혈소판감소증, 백혈구감소증, 지방과부하증후군 등이 보고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효과 가능성과 함께 고려한 뒤 최종적으로 정맥 인트라리피드 주입을 RIF 치료로 권고하지 않았다.
이는 긍정적 메타분석 결과가 존재하더라도 임상 권고에 필요한 근거수준까지 확보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반복임신손실에서도 "생아출산 개선 근거 불충분"
반복착상실패(RIF)와 반복임신손실(RPL)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ESHRE는 RPL을 두 번 이상의 임신손실로 정의한다. 임신이 성립되기 전에 착상 자체가 실패하는 경우는 RPL 정의에서 제외한다.
ESHRE의 반복임신손실 지침에서도 인트라리피드에 대한 판단은 신중하다.
지침에 따르면 인트라리피드는 본래 수술 후 환자와 미숙아 등의 영양공급을 위해 개발된 정맥 지방유제다. 이후 반복착상실패 환자에서 인트라리피드 투여 후 NK세포의 세포독성이 감소했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RPL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ESHRE가 지침을 작성할 당시 원인불명 RPL 여성에서 인트라리피드를 무치료 또는 위약과 직접 비교한 무작위대조시험은 없었다. 인트라리피드와 정맥용 면역글로불린(IVIG)을 비교한 한 연구에서는 생아출산율이 각각 92%와 88%로 비슷했지만 무치료 대조군과의 비교는 아니었다.
ESHRE는 결국 원인불명 RPL 여성에서 생아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인트라리피드를 권고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냈다. 권고 강도는 'Strong', 근거수준은 매우 낮게 평가됐다.
미국 학회도 올해 "RIF에서 권고 근거 부족"
미국생식의학회(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ASRM)도 올해 반복착상실패에 대한 최신 위원회 의견을 냈다.
ASRM은 정맥 지방유제가 NK세포 세포독성을 억제해 반복착상실패 환자의 착상률을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돼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근거는 RIF 환자에게 정맥 지방유제를 권고하기에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인트라리피드뿐 아니라 면역조절 치료 전반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이다. ASRM은 일부 면역조절제가 잠재적 효과와 연관됐지만 어떤 치료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RIF 환자에게 면역치료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지지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ASRM이 지적한 더 근본적인 문제는 RIF 연구 자체가 서로 다른 정의를 사용해 왔다는 점이다.
연구마다 실패한 배아이식 횟수와 배아의 질, 염색체 정상 여부 등을 서로 다르게 적용했다. ASRM은 2026년 위원회 의견에서 좋은 품질의 배아를 충분히 이식해 양성 임신검사를 얻을 누적 가능성이 95%에 이르렀는데도 착상되지 않은 경우를 RIF로 정의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현재 문헌에 따르면 염색체 수가 정상인 배아를 기준으로 약 3~6회의 실패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동일한 질환명 아래 서로 다른 환자군이 포함됐다면 기존 임상시험을 한데 묶은 메타분석에서도 임상적 이질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NK세포를 낮추면 임신 성공률도 높아질까
인트라리피드가 난임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핵심 논리는 면역조절이다.
2021년 메타분석 연구진은 정확한 기전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인트라리피드에 포함된 지방산과 대사산물이 NK세포에 발현된 수용체에 작용해 세포독성을 감소시킬 가능성을 제시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 억제 가능성도 보고돼 있다.
하지만 NK세포의 활성이 낮아지는 것과 실제 아기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같은 임상적 결과가 아니다.
ESHRE는 반복임신손실 환자에서 말초혈액이나 자궁내막 NK세포 검사를 면역치료 대상 선정에 사용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NK세포와 RPL 사이에 약한 연관성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의 NK세포 검사만으로 어떤 환자가 면역치료의 혜택을 받을지 선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4년 독일 연구에서도 자궁 NK세포가 증가한 하위집단에서 인트라리피드군의 임신·생아출산율이 수치상 높게 나타났지만 환자수가 각각 67명과 12명에 불과해 확정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따라서 앞으로 풀어야 할 질문은 단순히 "인트라리피드가 난임에 효과가 있는가"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특정 환자군이 존재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국제학회는 신중한데 국내 전문의 절반 이상 처방
국제적인 근거 수준과 국내 진료현장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NECA가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 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3%가 체외수정시술 환자에게 인트라리피드를 경험적으로 처방한다고 답했다.
처방 이유로는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와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판단 등이 제시됐다.
반면 인트라리피드를 사용하지 않는 전문의 32명은 주된 이유로 '치료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었다.
같은 불확실한 근거를 놓고 한쪽에서는 치료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쪽에서는 효과에 대한 기대와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판단 아래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환자의 치료 결정에서도 의료진의 영향은 컸다.
이들 환자의 63.3%는 치료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의사의 권유'를 꼽았다.
NECA가 파악한 국내 인트라리피드 등 지방유제 전체 공급 규모 역시 최근 5년간 증가했다. 다만 이 통계에는 여러 지방유제와 다양한 적응증의 사용량이 포함돼 있어 전체 공급량을 난임 치료에 사용된 물량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효과 없다"도, "효과 입증"도 아니다
인트라리피드 논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연구 결과를 어느 한쪽으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현재 자료만으로 "인트라리피드는 난임에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무작위시험을 합친 과거 메타분석에서 임상적 임신율과 생아출산율 개선 신호가 나타났고, 최신 umbrella review에서도 여러 메타분석의 결과가 긍정적인 방향을 보였다. ESHRE의 RIF 권고 역시 이러한 긍정적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치료로 입증됐다"고 말할 수도 없다.
RIF와 RPL이라는 서로 다른 임상상태가 연구에 혼재했고, 같은 RIF조차 연구마다 정의가 달랐다. 인트라리피드의 투여량과 투여시기, 횟수도 통일돼 있지 않았다. 기존 체계적 문헌고찰 상당수의 방법론적 질이 낮았으며, 과거 효과추정치에 들어간 일부 RCT가 출판 후 철회됐다는 문제도 생겼다.
따라서 국제학회의 현재 판단은 '효과가 없다는 확정판정'이라기보다 '효과를 확신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가깝다.
이 차이는 난임 진료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한 번의 배아이식 실패나 유산도 환자에게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치료를 반복할수록 시간과 비용, 심리적 부담이 누적된다.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치료가 제시되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 이를 선택하고 싶은 유인이 커질 수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기대효과뿐 아니라 근거의 불확실성, 잠재적인 위해, 비용까지 함께 설명하는 공유의사결정이 중요하다.
NECA 역시 이번 연구에서 불확실한 근거 수준과 잠재적 위해 가능성, 치료비용 등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치료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연구'보다 '더 좋은 연구'
인트라리피드에 관한 연구 자체는 이미 상당히 많다.
그런데도 ESHRE와 ASRM이 여전히 비슷한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단순히 논문의 숫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같은 환자군을 동일한 기준으로 정의하고, 표준화된 용량과 일정으로 치료한 뒤, 충분한 규모의 환자를 무작위 배정해 최종적으로 생아출산과 안전성을 확인한 고품질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ASRM은 올해 RIF 관리의 어려움으로 일관되지 않은 정의와 제한된 무작위시험을 직접 지적했다. 현재 상당수 근거가 관찰자료와 전문가 합의에 의존하고 있다며 통일된 RIF 정의를 적용한 고품질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인트라리피드의 임상적 위치를 규명하려면 특정 면역학적 특성을 가진 환자군을 사전에 정의하고 용량과 투여일정을 표준화한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이 필요하다. 평가변수 역시 임신 여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생아출산율을 중심으로 유산, 임신 합병증, 신생아 결과와 안전성까지 충분히 추적해야 한다.
그 전까지 인트라리피드는 '효과가 입증된 난임 치료'와 '효과가 없는 치료' 사이의 불확실한 영역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과학이 최종 결론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진료실에서는 매일 치료 선택이 이뤄진다.
유럽과 미국의 생식의학 전문가단체가 인트라리피드에 대해 비권고 또는 근거 불충분 판단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 절반 이상이 이를 경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현실은 근거와 진료현장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그대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