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의 2027 회계연도 주요 허가심사 수수료 변동.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신청료는 낮아진 반면, 복제약과 의료기기 신청료는 올랐다. [그래픽=헬스코리아뉴스][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7 회계연도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허가심사 수수료를 낮추기로 했다. 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인 제네릭의약품과 의료기기 신청 수수료는 오른다.
겉으로 보면 신약·바이오시밀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 부담은 줄고, 복제약·의료기기업체의 부담은 커지는 구조다. 그러나 FDA의 수수료 산정 원문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인하와 인상만으로는 실제 비용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본지가 FDA가 공개한 전문의약품·제네릭의약품·바이오시밀러·의료기기 이용자부담금 산정 원문을 모두 분석한 결과,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수수료 인하에는 누적 운영예비금 차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제네릭은 허가신청료가 올랐지만 해외 제조시설의 연간 수수료는 낮아졌고, 의료기기는 심사목표 달성에 따른 성과개선 조정액이 시설등록 수수료에 추가로 반영됐다.
새 수수료는 미국의 2027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2026년 10월 1일부터 2027년 9월 30일까지 적용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공개한 2027 회계연도 전문의약품·바이오시밀러·제네릭의약품·의료기기 이용자부담금 산정 원문. 본지는 4개 연방관보 공고를 분석해 수수료 변동 배경과 비용 구조를 살펴봤다. [사진=FDA 연방관보 갈무리, 헬스코리아뉴스 재구성]신약 신청료 1.7% 인하…운영예비금 1억 3569만 달러 차감
FDA가 정한 2027 회계연도 전문의약품 이용자부담금(PDUFA)에 따르면, 임상자료가 포함된 신약허가신청(NDA)과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의 수수료는 460만 753달러다.
2026 회계연도 468만 2003달러보다 8만 1250달러, 1.7% 낮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적용한 달러당 1433원 환율로 환산하면 약 66억원이다. 임상자료가 필요하지 않은 신청 수수료는 230만 376달러로 책정됐다.
이번 인하는 FDA의 심사비용이 줄어서가 아니다. FDA는 2027 회계연도 기본 수입액에 물가상승분 7154만 달러, 심사인력 채용·유지비 400만 달러 등을 추가했다. 신약 심사 업무량 증가에 따른 별도의 역량조정액은 부과하지 않았다.
최종 수수료를 끌어내린 것은 운영예비금이었다. FDA가 추산한 2026 회계연도 말 PDUFA 운영예비금은 5억 6438만 달러로, 18.43주간 심사업무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였다.
법정 상한인 14주분을 초과하자 FDA는 초과분 1억 3569만 달러를 2027 회계연도 수입 목표에서 차감했다. 이에 따라 물가와 인건비 상승에도 최종 PDUFA 수입 목표는 약 14억 9808만 달러로 조정됐다.
FDA는 임상자료가 필요한 신청 1건을 하나의 전체 신청단위로 계산해 2027 회계연도에 수수료를 낼 전체 신청이 약 65.1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허가 후에도 비용은 계속된다. FDA가 승인된 전문의약품에 매년 부과하는 프로그램 수수료는 제품당 41만 6857달러다. FDA는 희귀의약품 면제와 감면 대상 등을 제외한 2875개 제품에서 프로그램 수수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의 NDA나 BLA에 포함된 제품에는 회계연도별 최대 5건까지만 부과한다.
따라서 신약 신청료가 1.7% 낮아졌다고 해서 미국 진출비용 전반이 그만큼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허가 후 연간 프로그램 수수료와 임상·제조·품질관리 비용은 별도로 발생한다.
바이오시밀러 6.3% 인하…"다음해에도 같은 폭은 아닐 수 있어"
임상자료가 포함된 바이오시밀러 허가신청 수수료는 112만 4936달러로, 2026년 120만 794달러보다 6.3% 낮아졌다. 임상자료가 필요하지 않은 신청은 56만 2468달러다.
바이오시밀러 제품개발 프로그램(BPD)의 최초 가입비와 연간 수수료는 각각 1만 달러, 개발 프로그램 재활성화 수수료는 2만 달러다. 허가제품에 매년 부과하는 프로그램 수수료는 19만 5887달러로 정해졌다. FDA는 2027 회계연도에 프로그램 수수료 194건을 부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시밀러 신청료 인하에도 운영예비금 조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FDA가 추산한 2026 회계연도 말 바이오시밀러 심사 운영예비금은 2781만 달러였다. 이는 법정 상한인 21주분 2495만 달러를 웃돌았다. FDA는 초과분 286만 달러를 수입 목표에서 차감해 2027 회계연도 목표액을 약 5891만 달러로 낮췄다.
FDA는 연방관보에서 이번 운영예비금 차감이 이후 회계연도에는 같은 규모로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수료가 전년이나 향후 연도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FDA가 예상한 바이오시밀러 업무량은 전반적으로 늘어난다. 351(k) 바이오시밀러 허가신청은 2025년 14건에서 2027년 19건으로, FDA와 기업 간 개발 관련 회의는 189건에서 223건으로, BPD 참여 프로그램은 144개에서 178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FDA는 예상 수입으로 추가 인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별도의 역량조정액은 부과하지 않았다.
복제약 신청료 4.9% 올라…해외 제조시설 부담은 낮아져
제네릭의약품은 허가신청 단계의 수수료가 오른다.
약식신약허가신청(ANDA) 수수료는 37만 5684달러로, 전년보다 4.9% 인상됐다. 원료의약품등록자료(DMF) 수수료는 10만 9899달러로 7.1% 올랐다.
FDA는 2027 회계연도에 약 585건의 수수료 부과 대상 ANDA가 들어올 것으로 추산했다. 수수료 수입 목표의 33%를 ANDA에서 확보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어, 이를 예상 신청건수로 나눠 신청료를 산정했다.
FDA는 제네릭 심사 기본 수입액 6억 7089만 달러에 물가조정분 3125만 달러를 더했다. 예상 업무량 증가는 기존 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역량조정액은 추가하지 않았다.
운영예비금은 2026 회계연도 말 1억 9819만 달러로 추산돼 법정 상한인 12주분을 초과했다. FDA는 3616만 달러를 차감해 2027 회계연도 전체 수입 목표를 약 6억 6599만 달러로 낮췄다. 그럼에도 신청건수와 법정 수입배분 구조 등에 따라 ANDA와 DMF 수수료는 상승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제조시설 수수료다. 미국 밖에 있는 원료의약품(API) 제조시설의 연간 수수료는 5만 4680달러, 완제의약품(FDF) 제조시설은 24만 5033달러, 위탁생산시설(CMO)은 7만 208달러로 정해졌다.
미국 내 시설보다 각각 1만 5000달러가 더 비싸지만, 세 해외시설 수수료는 모두 2026 회계연도보다 낮아졌다. 2026년 해외 API 시설은 5만 8549달러, 해외 FDF 시설은 25만 3943달러, 해외 CMO 시설은 7만 2346달러였다.
ANDA를 보유한 기업은 신청료와 시설료 외에 연간 프로그램 수수료도 내야 한다. 승인된 ANDA를 20개 이상 보유한 대형 사업자는 192만 7291달러, 6~19개를 보유한 중형 사업자는 77만 916달러, 5개 이하의 소형 사업자는 19만 2729달러다.
국내 제네릭기업은 ANDA 신청료만이 아니라 DMF, 해외 제조시설, 보유 허가 수에 따른 프로그램 수수료를 모두 합산해야 실제 미국 진출비용을 계산할 수 있다.
의료기기 9.9% 인상…성과개선 조정액 6354만 달러 반영
의료기기 수수료는 주요 항목이 일제히 9.9% 오른다.
시판 전 허가(PMA) 수수료는 63만 6732달러, 510(k) 신고는 2만 8653달러, 새로운 유형의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드노보(De Novo) 신청은 19만 1020달러다. 의료기기 제조시설의 연간 등록 수수료는 1만 3785달러로 정해졌다.
의료기기 수수료 인상은 단순한 물가상승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FDA는 인건비와 소비자물가를 반영해 2027 회계연도 물가조정률을 계산했다. 계산상 조정률은 4.573%였지만, 법정 상한에 따라 기본 물가조정률은 4%로 적용됐다. 누적 물가조정을 반영한 2027 회계연도 총수입 목표는 5억 790만 달러였다.
여기에 FDA가 2025 회계연도 사전상담 서면답변 목표와 2024 회계연도 드노보 결정 목표를 달성하면서 성과개선 조정액 6354만 2885달러가 추가됐다.
이 금액은 신청 수수료가 아니라 시설등록 수수료에만 반영됐다. 이에 따라 시설등록 수수료는 물가조정과 수입 목표 충족을 위해 계산된 1만 1693달러에서 최종 1만 3785달러로 높아졌다. FDA는 채용 목표를 충족했고 운영예비금도 법정 기준을 넘지 않아 채용·운영예비금에 따른 감액은 적용하지 않았다.
중소기업 감면제도도 있다. 계열사를 포함한 직전 과세연도 총매출이 1억 달러 이하이면 대부분의 의료기기 신청료를 일반 수수료의 25%만 낸다. 30일 통지와 513(g) 분류정보 요청은 일반 수수료의 50%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PMA 수수료는 15만 9183달러, 드노보는 4만 7755달러, 510(k)는 7163달러다. 총매출 3000만 달러 이하 기업은 첫 PMA·제품개발계획(PDP)·BLA 또는 시판 전 보고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해외 기업도 자국 세무당국이 발급한 매출 확인자료를 제출하면 중소기업 자격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료는 수수료 납부기한보다 최소 60일 먼저 내야 하며, 자격은 회계연도마다 다시 받아야 한다.
국내 기업, '신청료 한 건'이 아니라 전체 비용구조 봐야
2027 회계연도 수수료만 보면 신약과 바이오시밀러는 인하, 제네릭과 의료기기는 인상으로 단순하게 나뉜다.
FDA 원문이 보여주는 실제 구조는 더 복잡하다.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신청료 인하는 물가나 심사비용 하락보다 누적 운영예비금 반환의 영향이 컸다. 향후 예비금이 줄면 수수료는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제네릭은 신청료가 올랐지만 해외 제조시설 수수료는 내려갔다. 의료기기는 신청료 인상과 별도로 심사성과에 따른 추가비용이 시설등록료에 반영됐다.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제약·바이오·의료기기업체는 허가신청 수수료만 비교해서는 실제 부담을 판단하기 어렵다. 제품별 연간 프로그램 수수료, 제조시설 수수료, 허가 보유 규모, 개발단계 비용, 중소기업 감면 가능성까지 모두 계산해야 한다.
FDA 수수료는 단순한 허가비용이 아니라 미국 시장에 진입하고 제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규제비용의 일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