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유럽 의약품 규제당국이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편두통 치료제 6개 성분과 '레이노 현상(Raynaud's phenomenon)'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안전성 평가에 착수했다.
평가 대상 가운데 프레마네주맙(fremanezumab)은 한독테바의 편두통 예방 치료제 '아조비(Ajovy)' 성분이다. 아조비는 한독테바가 국내에 수입하고 있으며, 한미약품은 올해 1월 한독테바와 계약을 맺고 아조비의 국내 유통·판매에 들어갔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유럽의약품청(EMA)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PRAC)가 3일 공개한 안전성 신호 권고문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 7월 6~9일 열린 회의에서 CGRP 계열 편두통 치료제와 레이노 현상의 연관성을 새로운 안전성 신호로 검토했다.
대상 성분은 ▲아토게판트(atogepant) ▲엡티네주맙(eptinezumab) ▲에레누맙(erenumab) ▲프레마네주맙 ▲갈카네주맙(galcanezumab) ▲리메게판트(rimegepant) 등 6종이다.
유럽의약품청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PRAC)가 편두통 치료제 6개 성분과 레이노 현상의 연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품목허가권자들에게 10월 14일까지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한 내용. [자료=EMA 갈무리]레이노 현상은 추위나 스트레스 등에 반응해 손가락과 발가락의 말초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피부색 변화와 저림, 통증 등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제약사에 보충자료 요구…인과관계 확정 단계 아냐
PRAC는 해당 치료제의 품목허가권자들에게 레이노 현상과의 연관성을 추가로 평가할 수 있는 보충자료를 오는 10월 14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자료 제출 대상 회사에는 애브비, 일라이 릴리, 룬드벡, 노바티스, 화이자, 테바 등이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해당 치료제가 레이노 현상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확정한 것이 아니다. 제품 허가사항에 이상반응을 추가하거나 사용 제한을 권고한 단계도 아니다.
PRAC는 의약품 사용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된 안전성 정보를 평가한 뒤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품목허가권자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한다. 이후 제출 자료를 토대로 안전성 신호를 종결하거나 정기적 안전성 보고서에서 계속 관찰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제품정보 변경 등 후속 규제조치를 권고한다.
이번 문서에서도 CGRP 치료제 6종은 '제품정보 변경 권고'가 아니라 '보충정보 제출 요청' 항목에 포함됐다. 같은 문서에서 데소게스트렐·에토노게스트렐 함유 의약품의 수막종 위험에 대해 제품정보 변경이 권고된 것과는 규제 단계가 다르다.
성인 이어 소아·청소년까지 국내 사용 범위 확대
아조비는 CGRP 리간드에 결합해 수용체와의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인간화 단일클론항체다. 국내에서는 2021년 7월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 허가됐으며, 월 1회 또는 분기 1회 피하주사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5월 아조비의 적응증을 체중 45kg 이상인 6~17세 소아·청소년의 삽화성 편두통 예방 치료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국내 사용 대상은 성인에서 소아·청소년으로 넓어졌다.
적응증 확대는 6~17세 소아·청소년 삽화성 편두통 환자 2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 'SPACE-EM'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연구에서 프레마네주맙 투여군의 월평균 편두통 일수는 2.5일 감소해 위약군의 1.4일보다 감소 폭이 컸다. 월평균 편두통 일수가 50% 이상 줄어든 환자 비율도 프레마네주맙군 47.2%, 위약군 27.0%로 나타났다.
당시 공개된 연구 결과에서는 안전성과 내약성이 기존 성인 대상 연구와 전반적으로 일관됐으며,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유럽의 레이노 현상 평가는 특정 연령층에서 위험이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PRAC 문서에도 소아·청소년 환자를 별도로 지목하거나 연령별 위험 차이를 제시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향후 제약사들이 제출하는 임상시험과 시판 후 이상사례 자료 등을 토대로 PRAC가 레이노 현상과 해당 치료제 사이의 인과관계 및 후속 규제조치 필요성을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