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L1과 4-1BB를 동시에 겨냥하는 한·중 바이오텍의 이중항체 후보물질 두 개가 최근 병용 임상 범위를 넓혔다. [AI 제작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PD-L1과 4-1BB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 후보물질들이 최근 잇달아 병용 임상 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국 리즈바이오랩스와 한국 에이비엘바이오가 각각 개발 중인 물질로, 기존 PD-(L)1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한계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중국 리즈바이오랩스(Leads Biolabs)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전이성 대장암 병용 임상을 승인받았다. 한국 에이비엘바이오는 진행성·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1상에 PD-1 억제제 병용요법을 추가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승인을 받았다.
두 후보물질은 PD-L1 차단과 4-1BB 활성화를 한 분자에 결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임상 적응증과 개발 범위는 다르다. 리즈바이오랩스는 전이성 대장암을 임상 대상으로 명시했지만,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변경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고형암을 추가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리즈바이오, NMPA서 전이성 대장암 병용 임상 승인
헬스코리아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난징에 본사를 둔 리즈바이오랩스는 2일 NMPA 산하 의약품평가센터(CDE)로부터 PD-L1×4-1BB 이중항체 '오팜티스토미그(Opamtistomig, 개발명 LBL-024)'의 전이성 대장암 병용요법 임상 1b·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임상은 공개·다기관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이성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LBL-024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할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함께 탐색한다. 구체적인 병용 약물과 환자 등록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승인으로 LBL-024의 소화기암 개발 범위는 담도암과 위암, 식도편평세포암에 이어 전이성 대장암까지 확대됐다.
리즈바이오랩스는 폐외 신경내분비암종(EP-NEC)에서 품목허가 근거 확보를 목표로 단일군 중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LBL-024는 이 적응증에서 미국 FDA의 패스트트랙과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으며, 중국에서는 혁신치료제 지정을 획득했다.
전이성 대장암 다수는 MSS·pMMR…등록 대상 제한 여부는 미공개
LBL-024가 새로 대상으로 삼은 전이성 대장암은 환자의 분자유전학적 유형에 따라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효과가 크게 달라지는 암종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미세부수체 불안정성 고도·불일치복구 결핍형(MSI-H·dMMR) 대장암에서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이 유형은 전체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약 5%에 그친다.
나머지 다수를 차지하는 미세부수체 안정형·불일치복구 정상형(MSS·pMMR) 대장암은 종양 내부의 면역세포 침투와 면역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해 기존 PD-1 또는 PD-L1 억제제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리즈바이오랩스도 이번 임상의 개발 배경으로 MSS·pMMR 전이성 대장암의 미충족 수요를 강조했다. 그러나 공개된 임상 설명상 공식 대상은 전이성 대장암이며, 등록 환자를 MSS·pMMR 유형으로만 제한하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LBL-024가 전이성 대장암에서 기존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보완할 가능성을 시험한다고 설명할 수는 있지만, 이번 임상을 MSS·pMMR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에이비엘바이오, 한·미 IND 변경…고형암서 PD-1 병용 추가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노바브릿지 바이오사이언스(NovaBridge Biosciences)와 함께 PD-L1×4-1BB 이중항체 '라지스토미그(Ragistomig, 개발명 ABL503)'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ABL503 임상 1상은 한국과 미국에서 함께 진행하는 다국가 임상시험으로, 회사는 국가별로 IND 변경 절차를 밟았다. 6월 4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어 6월 9일 미국 FDA에 각각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FDA 승인은 7월 9일, 식약처 승인은 7월 28일이다.
공시된 임상시험 명칭은 '국소 진행성(절제 불가능)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ABL503을 단독 또는 병용요법으로 평가하는 임상시험'이다. 대상 질환 역시 진행성·전이성 고형암으로 명시됐다.
이번 변경으로 기존 단독요법의 종양 확장 파트에서 임상 대상 암종이 바뀌었고, ABL503과 기존 PD-1 억제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의 용량 증량 및 용량 확장 파트가 새로 추가됐다.
병용 파트에서는 안전성과 내약성, 예비 항종양 활성을 평가하고 제2상 권장용량(RP2D)을 결정한다. 객관적반응률(ORR), 반응지속기간(DOR), 질병통제율(DCR) 등도 평가 지표에 포함됐다.
회사는 단독요법 종양 확장 파트에 새로 추가한 암종과 PD-1 병용요법에서 중점적으로 평가할 개별 암종을 공개하지 않았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노바브릿지는 변경된 계획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8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PD-L1 차단하고 4-1BB 활성화…두 표적을 한 분자로
LBL-024와 ABL503은 하나의 항체가 PD-L1과 4-1BB라는 서로 다른 표적에 동시에 결합하도록 설계된 이중항체다.
PD-L1은 암세포뿐 아니라 종양 주변의 면역세포에서도 발현될 수 있다. PD-L1이 T세포의 PD-1 수용체와 결합하면 면역세포의 공격 기능이 억제돼 암이 면역반응을 피할 수 있다. PD-L1 차단은 이러한 면역억제 신호를 막는 역할을 한다.
4-1BB는 활성화된 T세포 표면에 나타나는 공동자극 수용체다. 4-1BB를 자극하면 T세포의 증식과 생존, 항암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두 후보는 PD-L1을 통해 종양미세환경에 결합한 뒤 주변 T세포의 4-1BB를 활성화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PD-(L)1 억제제가 면역반응을 막는 제동 신호를 해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여기에 4-1BB 자극을 더해 T세포의 항암 활성을 끌어올리려는 접근이다.
리즈바이오랩스는 자사 이중항체 플랫폼 '엑스바디(X-body)'를, 에이비엘바이오는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Grabody-T)'를 각각 적용했다.
4-1BB의 간독성 난제…종양 주변 선택적 활성화로 우회
4-1BB는 T세포의 항암 활성을 강하게 높일 수 있지만 전신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어 개발이 까다로운 표적이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4-1BB 단일항체 '우렐루맙(Urelumab)'도 임상에서 용량이 높아질수록 간 관련 이상반응이 증가하면서 투여 용량과 개발 전략에 제약을 받았다.
PD-L1×4-1BB 이중항체는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4-1BB 신호가 전신이 아니라 PD-L1이 발현된 종양 주변에서 주로 활성화되도록 설계됐다. 종양 안에서는 T세포 자극을 높이면서 정상 조직의 불필요한 면역 활성화와 간독성 위험은 낮추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조건부 활성화 설계가 실제 환자에서도 충분한 안전성과 항종양 효과로 이어질지는 임상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젠맵 후보 중단 이후 후속 후보들 임상 범위 확대
PD-L1×4-1BB 이중항체 분야에서 먼저 임상 개발을 진행한 후보 중 하나는 덴마크 젠맵(Genmab)과 독일 바이오엔텍(BioNTech)이 공동 개발했던 '아카순리맙(Acasunlimab, 개발명 GEN1046)'이다.
바이오엔텍은 2024년 8월 자사 포트폴리오 전략을 이유로 아카순리맙의 추가 개발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젠맵이 개발 권리를 모두 넘겨받아 후기 임상을 추진했지만, 2025년 12월 포트폴리오 우선순위와 경쟁 환경을 검토한 끝에 임상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아카순리맙의 중단만으로 글로벌 PD-L1×4-1BB 경쟁이 리즈바이오랩스와 에이비엘바이오의 양자 구도로 압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서구권에서 앞서가던 후보의 개발이 멈춘 가운데 LBL-024와 ABL503이 병용요법과 신규 적응증을 중심으로 임상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업계는 두 후보물질이 기존 PD-(L)1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한계를 어느 정도 보완하고, 4-1BB 계열의 안전성 문제를 통제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