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품의약처(FDA) <출처: FDA 공식 페이스북>[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리플리뮨(Replimune)의 종양용바이러스 치료제 '터드리큐브(TUDRIQEV, vusolimogene oderparepvec-wtpg, RP1)'의 유효성 근거에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허가신청의 핵심 근거인 단일군 임상시험에서 종양 반응을 평가한 방법이 신뢰하기 어렵고, 병용한 면역항암제 니볼루맙과 비교해 RP1이 어느 정도 치료 효과에 기여했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FDA 세포·조직·유전자치료제 자문위원회는 현지시간 30일 리플리뮨이 제출한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 125827)을 심의한다.
심사 대상 적응증은 항-PD-1 기반 치료를 받은 뒤 질환이 진행된 절제 불가능 진행성 피부 흑색종 성인 환자에서 RP1과 니볼루맙을 병용하는 치료다. 자문위원들은 IGNYTE 임상시험의 유효성 결과가 평가 가능하고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표결한다.
RP1은 유전자 변형 단순포진바이러스 1형(HSV-1)을 종양에 직접 주입하는 종양용바이러스 치료제다. 종양세포 안에서 증식해 암세포를 파괴하고, 과립구·대식세포 집락자극인자(GM-CSF)와 융합 단백질을 발현해 전신 항종양 면역반응을 유도하도록 설계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공개한 리플리뮨의 흑색종 종양용바이러스 치료제 '터드리큐브' 자문위원회 브리핑 문서. FDA는 단일군 임상과 반응평가 방식, RP1의 치료 기여도 등을 핵심 심사 쟁점으로 제시했다. [사진=FDA 홈페이지 갈무리]FDA "종양 반응 평가가 치료효과 부풀렸을 가능성"
허가신청의 주된 근거는 항-PD-1 치료 이후 질환이 진행된 흑색종 환자 140명을 대상으로 한 공개형 단일군 임상 2상시험 IGNYTE다.
리플리뮨이 제출한 독립평가 결과에 따르면 객관적반응률(ORR)은 33.6%였다. 완전반응은 23명(16.4%), 부분반응은 24명(17.1%)에서 확인됐으며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24.8개월이었다.
FDA는 이 수치를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RP1은 종양에 직접 주입하는 국소 치료제지만, 회사는 전신 항암제의 치료반응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고형암 반응평가기준(RECIST 1.1)을 적용했다. FDA는 RP1을 주입한 종양의 축소가 바이러스의 국소 작용이나 반복 주입에 따른 변화인지, 전신 면역반응의 결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FDA 분석에서는 회사가 반응자로 분류한 환자의 49%가 모든 표적 병변에 RP1을 주입받았다. 기저 시점에 측정 가능한 표적 병변이 없었던 환자도 2명 포함됐다.
FDA가 모든 표적 병변에 RP1을 주입한 환자와 기저 표적 병변이 없던 환자를 반응자에서 제외하자 객관적반응률은 회사가 제시한 33.6%에서 15.7%로 낮아졌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도 24.8개월에서 14.1개월로 줄었다.
FDA는 "관찰된 반응이 RP1의 국소 종양용해 효과인지, 전신 질환을 변화시키는 면역효과인지 확정할 수 없다"며 회사가 제시한 반응률을 임상적 편익을 예측하는 지표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단일군 설계로 RP1 기여도 확인 어려워
니볼루맙과 병용한 RP1의 독립적인 치료 기여도를 확인할 대조군이 없다는 점도 핵심 쟁점이다.
IGNYTE는 RP1·니볼루맙 병용군만 둔 단일군 시험으로 진행됐다. FDA는 개발 초기부터 니볼루맙 대조군을 포함한 무작위 임상시험을 실시해 각 약물의 치료 기여도를 입증하라고 권고했다.
회사는 과거 연구에서 항-PD-1 치료 실패 환자에게 니볼루맙을 다시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률을 역사적 대조군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FDA는 환자의 이전 치료 종류와 치료기간, 질병 단계, 종양 부담이 연구마다 달라 신뢰할 만한 역사적 비교 기준을 설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FDA는 "IGNYTE에서 관찰된 반응이 RP1 추가에 따른 것인지, 니볼루맙 재투여만으로 발생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일군 시험에서 산출한 전체생존기간 분석도 자연적인 질환 경과나 환자 특성의 영향을 분리할 수 없어 치료효과를 입증하는 자료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봤다.
두 차례 CRL 뒤 세 번째 허가 도전
리플리뮨은 2024년 11월 IGNYTE 결과를 토대로 터드리큐브의 가속승인을 신청했다.
FDA는 2025년 7월 환자군의 이질성과 RP1의 치료 기여도 불확실성을 이유로 보완요구서한(CRL)을 발부했다. 회사는 같은 해 10월 초기 단계의 무작위 임상 3상 자료와 추가 분석을 제출했지만, FDA는 기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올해 4월 두 번째 CRL을 보냈다.
리플리뮨은 지난 6월 IGNYTE의 3년 생존 추적자료를 포함해 허가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FDA는 이를 클래스 1 재제출로 접수해 재심사 기회를 열었지만, 이번 자문위 자료에서는 새 자료가 제한적이고 초기 신청과 사실상 비슷한 자료 패키지라며 단일군 임상과 반응평가 방식의 한계를 다시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리플리뮨 "재투여 반응률보다 월등…전신효과 확인"
리플리뮨은 IGNYTE가 항-PD-1 불응성 환자에서 RP1의 치료효과를 평가하기에 적절한 임상시험이라고 반박했다.
회사는 이전 항-PD-1 치료에서 질환 진행이 확인된 환자에게 니볼루맙 단독요법을 다시 투여하는 것은 임상적 편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대조군으로 설정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적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리플리뮨이 FDA 자문위원회에 제출한 브리핑 문서에 정리한 주요 규제 협의 내용. [사진=리플리뮨 자문위 브리핑 문서 갈무리]문헌에 따르면 항-PD-1 치료 실패 후 같은 계열 약물을 재투여했을 때 기대되는 반응률은 5~7% 이하지만, IGNYTE에서는 객관적반응률 33.6%와 완전반응률 16.4%를 기록했다는 것이 회사 주장이다. 반응자의 절반 이상은 24개월까지 반응을 유지했고 일부 환자는 4년 이상 치료반응이 이어졌다.
리플리뮨은 RP1을 주입하지 않은 병변에서도 종양 축소가 나타나 전신 항종양 효과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회사 분석에 따르면 주입 병변의 57.7%와 비주입 병변의 41.3%가 완전히 소실됐으며, 비주입 병변에서도 주입 병변과 유사한 비율로 30% 이상의 감소가 나타났다.
회사는 진행 중인 무작위 임상 3상 IGNYTE-3에서 RP1·니볼루맙 병용요법을 의사가 선택한 치료와 비교하고 있다. 리플리뮨은 이 연구를 가속승인 이후 임상적 편익을 확증하는 시험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FDA 자문위원회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지만, FDA는 통상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자문위 의견을 참고한다. 이번 표결 결과는 두 차례 승인 거절을 받은 터드리큐브의 세 번째 허가 도전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