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의약품 제조 규제체계 현대화에 나섰다. 분산형 제조시설을 하나의 제조시설(establishment)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을 열고, 해외 원료의약품(API) 생산시설의 등록 및 품목신고 의무를 명확히 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FDA는 10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분산형 제조시설 및 일부 해외 제조시설의 의약품 제조시설 등록·의약품 목록 등록 요건(Drug Establishment Registration and Drug Listing Requirements for Establishments Engaged in Distributed Manufacturing and Certain Foreign Establishments)' 개정안을 공개하고 오는 9월 11일까지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안은 첨단 의약품 제조기술 확산에 맞춰 기존 등록제도를 현대화하고, 해외 공급망 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여 안전하고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분산형 제조시설도 하나의 제조시설로 등록
개정안의 핵심은 분산형 제조(Distributed Manufacturing) 제도를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분산형 제조는 중앙 품질관리시설(Hub)이 여러 생산거점(Spoke)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동일한 제조공정과 품질관리체계를 유지하면서 여러 지역에서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델이다.
현행 규정에서는 동일한 네트워크 안에 있는 생산거점도 각각 별도의 제조시설로 등록해야 해 행정 부담이 적지 않았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이러한 생산거점을 하나의 제조시설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
또 제조 유닛을 추가하거나 이전·폐쇄할 경우 간소화된 절차를 적용받을 수 있으며, 제조 유닛 이전 시에는 FDA에 사전 통보하도록 해 규제당국이 생산시설 변화를 보다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마이클 데이비스(Michael Davis) 임시 소장은 "분산형 제조는 실제로 하나의 제조시설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이번 개정은 혁신적인 제조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FDA도 의약품이 언제 어디에서 생산되는지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원료의약품 공급망도 추적 강화
FDA는 해외 제조시설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일부 해외 제조시설은 원료의약품(API)이나 의약품 구성성분을 생산하더라도 다른 해외 제조시설에만 공급하는 경우 FDA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관련 법률인 PREVENT Pandemics Act에 맞춰 이들 시설 역시 FDA에 제조시설 등록과 의약품 품목신고를 하도록 의무를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FDA는 미국으로 공급되는 의약품의 원료가 어느 제조시설에서 생산됐는지 공급망의 상류 단계까지 보다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데이비스 임시 소장은 "미국 환자에게 전달되는 의약품의 원료가 어디에서 생산됐는지 FDA가 정확히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해외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는 중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국내 CDMO·원료의약품 업계도 영향 미칠 듯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미국의 첨단 제조기술 확산과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정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CDMO 산업에서는 생산거점을 분산 운영하면서 중앙에서 품질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번 제도 개선은 분산형 제조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생산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에 원료의약품(API)이나 중간체를 공급하는 해외 제조기업들은 제조시설 등록과 품목신고, 공급망 정보 관리에 대한 규제 대응이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사와 CDMO, 원료의약품 생산기업들도 미국 공급망 내 제조시설 정보와 품질관리 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국 의약품 제조기반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FDA는 분산형 제조기업의 등록 비용을 줄이고 산업계와 규제당국 모두의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규정은 최종 확정 전 단계인 '제안 규칙(Proposed Rule)'으로, FDA는 오는 9월 11일까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반영해 최종 규정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