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웨어러블 자동주입기(on-body injector·OBI)를 활용해 투여하는 항암제를 승인했다. 기존 병원 중심의 정맥주사 치료 방식이 환자 편의성을 높인 피하주사 및 자동주입 방식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FDA는 10일(현지시간) 사노피(Sanofi)의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MM) 치료제 '사르클리사 에세나(Sarclisa Escena, 성분명: 이사툭시맙-irfc·isatuximab-irfc)' 피하주사(subcutaneous·SC) 제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은 기존 사르클리사 정맥주사(intravenous·IV) 제형이 허가받은 모든 적응증에 대해 표준 치료요법과 병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이어 두 번째다.
사르클리사 에세나는 웨어러블 자동주입기(OBI)와 수동 피하주사 두 가지 방식으로 투여 가능한 최초의 항암 치료제로, 항암제 전달 방식 변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붙이고 누르면 자동 투여'…항암제 투여 방식 변화 예고
다발성 골수종은 골수 내 비정상적인 형질세포가 증식하는 희귀 혈액암으로, 환자 상당수가 장기간 반복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존 사르클리사 정맥주사(IV)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야 했으며, 투여 과정에는 최대 3시간이 소요됐다.
반면 사르클리사 에세나 피하주사(SC)는 피부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자동주입기를 통해 약물을 피하로 전달한다. 사노피에 따르면 해당 장치를 이용한 투여 시간 중앙값은 13분으로, 기존 정맥주사 대비 환자의 병원 체류시간을 줄일 수 있다.
웨어러블 자동주입기(OBI)는 피부에 부착하는 착용형 약물 전달 장치로, 환자가 장치를 부착한 뒤 버튼을 누르면 설정된 방식에 따라 약물이 자동으로 주입된다. 기존 주사 방식과 비교해 환자의 투여 부담을 낮추고 의료진의 업무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FDA 승인은 단순히 새로운 제형을 추가한 것을 넘어, 항암 치료가 장시간 병원 투여 중심에서 환자 경험과 의료 시스템 효율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3상서 효능 유지 확인…주입 관련 반응도 감소
FDA 승인은 재발·불응성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IRAKLIA 3상 임상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IRAKLIA 연구는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사르클리사 에세나를 웨어러블 자동주입기로 투여한 군과 기존 정맥주사 제형 투여군을 비교한 무작위·공개형 비열등성 연구다.
연구 결과, 사르클리사 에세나와 포말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군의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ORR)은 71.1%(187명/263명)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사르클리사 정맥주사 병용군의 70.5%(189명/268명)와 유사한 수준으로, 정맥주사 대비 비열등성이 입증됐다.
안전성 프로파일 역시 기존 제형과 일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신성 투여 관련 반응은 정맥주사군에서 25% 발생한 반면, 웨어러블 자동주입기 투여군에서는 1.5%로 낮았다.
웨어러블 자동주입과 관련한 주사 부위 반응(ISR)은 5145건의 투여 중 19건(0.4%)에서 발생했으며, 대부분 경증 수준이었다.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노피, J&J '다잘렉스'와 경쟁…항암제 전달 플랫폼 경쟁 본격화
사르클리사는 암세포 표면의 CD38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CD38 단클론항체 치료제로,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시장에서는 존슨앤드존슨(J&J)의 '다잘렉스(Darzalex, 성분명: 다라투무맙·daratumumab)'가 주요 경쟁 약물로 자리 잡고 있다.
사르클리사는 2025년 글로벌 매출 5억 8800만 유로(약 6억 7167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시장에서는 올해 매출이 7억 1000만 유로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FDA 승인은 최근 항암제 개발 경쟁의 방향이 단순한 효능 개선을 넘어 환자의 치료 경험과 의료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항체의약품과 같은 고분자 생물학적 제제는 우수한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정맥 투여와 병원 방문 부담이 치료 지속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피하주사(SC) 제형 개발과 함께 자동주입기 등 새로운 약물 전달 플랫폼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르클리사 에세나 승인이 향후 다발성 골수종뿐 아니라 다양한 항암제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웨어러블 약물 전달 기술 적용 확대의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EU도 사르클리사 에세나 승인…글로벌 확산 움직임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 FDA 승인에 앞서 지난 6월 8일(현지시간) 사노피의 '사르클리사' 피하주사(SC) 제형을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사르클리사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이 허가받은 모든 다발성 골수종 적응증에서 표준 치료요법과 병용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EU에서 사르클리사는 웨어러블 자동주입기(OBI)를 통해 투여되는 최초의 항암 치료제가 됐으며,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중 OBI 방식과 수동 피하주사 두 가지 투여 옵션을 제공하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사노피는 CirCLIQ OBI를 활용한 사르클리사 SC 제형이 외래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투여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해 환자의 치료 부담을 낮추고 의료 시스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 경쟁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