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컨슈머 헬스케어 사업 부문의 수장을 잇달아 교체하며 대대적인 전열 정비에 나섰다. 단순한 사업 다각화 차원을 넘어 뷰티 및 생활건강 분야를 핵심 수익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전통적인 제약 산업의 틀을 깨고 철저히 소비재 시장에 특화된 전문 마케터와 영업통을 전진 배치하며 공격적인 시장 공략을 예고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최근 뷰티 및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강화를 위해 신임 생건마케팅부문장에 김지윤 이사를 선임했다. 생건마케팅부문은 생활건강본부 산하에서 뷰티마케팅팀과 건기식마케팅팀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김 이사는 LG생활건강, 셀트리온스킨큐어, 에이블씨엔씨 등을 거치며 화장품 카테고리의 브랜드 마케팅을 전담해 온 뷰티 마케팅 전문가다. 직전에는 종근당건강 화장품사업부문 이사로 합류해 제약 계열사의 화장품 사업을 이끈 경험이 있는 만큼, 동화약품의 B2C 브랜드 전략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원제약의 자회사 에스디생명공학 역시 화장품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사업총괄대표로 김혜원 전 씨엠에스랩 상무를 영입했다. 오너 3세인 백인영 대표이사가 회사 전체를 총괄하는 1인 체제 속에서, 김 신임 대표가 화장품 사업 부문의 실질적인 운영과 영업·마케팅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았다.
김 신임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네오팜 등 주요 뷰티 기업에서 26년간 기획, 마케팅, 영업, 연구소장 등을 두루 거친 더마 코스메틱 분야의 베테랑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이번 영입을 기점으로 다각적인 유통 채널 진단과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일동제약그룹은 종합 헬스케어 계열사인 일동생활건강의 수장으로 박하영 상무를 추가 선임하고, 기존 한정수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다. 일동생활건강은 '마이니', '지큐랩', '퍼스트랩' 등 건기식과 코스메슈티컬 브랜드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박 신임 대표는 약사 면허를 취득한 의학 박사로, 2001년 일동제약에 입사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아우르는 폭넓은 실무 경험을 축적했다. 특히 올해 일동생활건강에 합류해 이커머스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을 성공적으로 총괄해 온 성과를 인정받아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보령의 자회사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정웅제 전 보령 영업부문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조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일반의약품과 건기식을 주력으로 하는 자회사의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한미약품을 거쳐 2017년 보령에 합류한 정 신임 대표는 제약 영업 분야에서 기반을 다진 '영업통'으로 꼽힌다.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바탕으로 매출 확대를 견인해 온 경험을 살려 소비자 접점 확대와 신제품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외연 확장 넘어 '수익성 챙기기' … '캐시카우'로 부상한 헬스케어 사업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헬스케어 및 화장품 계열사의 수장을 잇달아 교체하는 배경에는 확실한 현금 창출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제약사들의 화장품이나 건기식 진출이 자사의 기술력을 홍보하거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수준의 외연 확장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본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제약 산업의 특성상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R&D 비용과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상쇄하고 안정적인 신약 연구개발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소비재 중심의 헬스케어 사업이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됐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이번 인사에서 전통적인 제약 R&D 인력이 아닌, 철저히 소비재 시장에 특화된 마케팅·영업 전문가들을 전면 배치했다는 사실이다.
화장품과 건기식 시장은 트렌드 변화가 극심하고 온라인 플랫폼, 홈쇼핑 등 유통 채널 장악력이 승패를 가르는 치열한 격전지다. 제약사가 가진 품질 신뢰도와 과학적 효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실제 매출과 직결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의 생리를 정확히 꿰뚫어 보는 전문가의 B2C 타기팅 능력이 절대적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정통 뷰티·유통 대기업에서 트렌드 최전선을 경험한 화장품 전문가나, 치열한 영업 현장에서 탁월한 실적을 입증한 돌파력 있는 인사를 구원투수로 등판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궁극적으로 제약사들의 이러한 헬스케어 수장 교체는 컨슈머 헬스케어 사업을 단순한 부업이 아닌 회사의 주력 수익원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반영이다. 마케팅 전문가 전진 배치라는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 제약사들이 치열한 컨슈머 헬스케어 시장에서 어떠한 성과를 도출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