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임도이]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은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2025년 기준 수출액은 279억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의약품 수출 역시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점유율, 신약 파이프라인의 질적 성숙도, 그리고 혁신 창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여전히 선진국과의 격차가 존재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세계 1위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보스턴-케임브리지 생태계의 성공 원리는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최신 연구 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보스턴의 핵심 작동 원리와 한국형 생태계 구축 전략을 짚어보았다. <편집자 주>
병원, 치료 기관에서 R&D 플랫폼으로 대전환
보스턴 생태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병원의 기능을 치료 중심에서 R&D 플랫폼으로 재정의했다는 점이다. 보스턴 권역의 병원들은 단순한 진료 기관이 아니다. 기초 연구의 발원지이자 기술이전, 스핀오프, 공동 창업의 중추적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은 단독으로 6억 5500만 달러 규모의 NIH(미국국립보건원) 연구 자금을 확보하며 미국 최대 규모의 병원 기반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병원이 기초과학 연구와 임상 현장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기술 사업화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결과이다.
국내 의료계 역시 이러한 모델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병원들이 겪는 연구 수익 재투자 규제와 연구전담의사 부족 문제는 R&D 엔진을 가동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병원이 기술이전, 스핀오프, 공동연구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고 이를 재투자할 수 있는 인센티브 설계가 시급하다. 의료진의 창업 및 겸직을 독려하는 제도적 정비는 우수한 연구 인재들이 산업계로 유입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인재와 자본의 선순환… 보스턴이 보여준 '오픈이노베이션'
보스턴 생태계의 또 다른 성공 축은 인재의 유연한 이동과 자본의 선순환이다. 보스턴에서는 교수, 창업자, 투자자, 경영진이 학계와 산업계라는 경계 없이 이동하며 지식과 경험을 생태계에 재투입한다. 이러한 인재 파이프라인은 혁신적인 기술이 빠르게 기업화되는 기반이 된다.
실제 기업 사례는 이를 입증한다. 모더나(Moderna)의 사례는 벤처 창업 전문기업인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Flagship Pioneering, 외국 기업)'이 기초 과학 연구를 어떻게 산업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모델이다. 모더나는 설립 초기, 병원과 대학에서 발굴한 mRNA 기반 기술을 플랫폼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후 벤처 빌더(Venture Builder)인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의 전문적인 육성 전략과 과감한 기술 투자에 힘입어, 단순한 연구실 기술을 상업적 가치를 지닌 의약품으로 빠르게 전환하며 보스턴 생태계 내에서 기술 사업화의 속도를 증명해 냈다.
오스코텍(Oscotec)의 사례는 보스턴 생태계의 활용이 한국 바이오 기업에 어떤 기회가 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보스턴 현지 연구소에서 개발된 '렉라자(Leclaza, 성분명 : 레이저티닙·Lazertinib)'는 유한양행을 거쳐 글로벌 제약사 얀센으로 기술 이전되며 FDA 승인이라는 대성과를 거뒀다. 이는 한국 기업이 단순히 보스턴의 풍부한 R&D 자원과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가치를 극대화하고 성공적인 투자 회수(Exit)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한국형 클러스터의 성공 방정식 … 컨트롤타워 구축이 핵심"
다만, 보스턴의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이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보고서는 보스턴의 핵심 원리인 밀도, 공공의 위험분담, 병원 플랫폼화, 인재 순환, 정책 연속성을 한국의 환경에 맞게 재해석할 것을 주문한다.
2026년 4월 출범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이러한 과제를 수행할 컨트롤타워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국내 클러스터들이 지역별로 분산되어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정 단지의 단순 양적 팽창보다, 대학-병원-기업을 잇는 삼각 연계 모델을 제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광역 클러스터 간 분업과 연계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보스턴의 '매사추세츠 생명과학센터(MLSC, Massachusetts Life Sciences Center, 외국 기업)'와 같은 공공 위험분담 기능을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면, 컨트롤타워로서의 정책 조정과 장기 재정 기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바이오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보스턴의 외형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에 있는 선순환 구조를 제도화하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보건의료 현장의 규제 장벽을 실질적으로 제거하고, 기초 연구에서 산업화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