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6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브레이크스루'에서 싱가포르 국립암센터(NCCS) 티라 탄(Tira J. Tan) 박사가 p53 재활성화 신약 후보물질 레자타포트(Rezatapopt, 개발코드명: PC14586)의 중추적(Pivotal)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국임상종양학회)[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핵심 유전자가 변이되어 치료가 까다로웠던 고위험군 난소암에서,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최초의 표적 치료제가 마침내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
미국 바이오텍 PMV 바이오파마(PMV Pharmaceuticals)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ASCO Breakthrough 2026' 구연 발표 세션에서 자사의 p53 재활성화 신약 후보물질 '레자타포트(Rezatapopt, 개발코드명: PC14586)의 중추적(Pivotal)' 임상 2상인 'PYNNACLE' 연구의 초기 난소암 코호트 분석 결과(Abstract 201)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기존 표준 항암치료에 모두 실패해 대안이 없던 진행성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고장 난 종양억제 기전을 되살리는 새로운 정밀 표적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장 난 'TP53 Y220C' 단백질 구조 복원해 암세포 사멸 유도
'TP53'은 원래 몸속에서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나 암세포가 되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종양억제유전자다. 전체 암 환자의 약 50%는 이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 제어 기능이 상실되면서 암세포가 급속히 자라게 된다. 그간 수많은 기업이 이 유전자의 변이 문제를 해결하려 도전했으나, 변이된 단백질 구조가 복잡해 그동안 직접 공략하기 어려운 '약물 불가능(Undruggable)' 표적으로 평가받아 왔다.
'레자타포트'는 전체 난소암 환자의 약 3%에서 발견되는 특정 유전자 변이인 'TP53 Y220C'를 정밀 타깃으로 삼았다. 변이로 인해 형태가 변형되어 제 기능을 못 하는 단백질의 틈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구조를 정상 상태로 복원시키는 기전이다. '레자타포트'는 이를 통해 유전자가 본래 가지고 있던 암세포 사멸 유도 기능을 다시 켜는 세계 최초(First-in-class)의 경구용 소분자 화합물이다.
TP53 변이 동반 전체 암 환자 전세계 500만 명, 대부분 치료 불가능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개발사 PMV 바이오파마가 밝힌 데이터에 따르면 TP53 변이를 동반한 전체 암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500만 명, 국내에서는 약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중 '레자타포트'가 타깃하는 'TP53 Y220C' 특정 변이 환자는 전 세계에 연간 약 10만 명에서 15만 명, 국내에는 매년 2000명에서 3000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환자는 그동안 종양억제 기전 자체를 직접 치료하는 약물이 없어, 일반 암 환자와 동일하게 '파클리탁셀(paclitaxel)'과 '카보플라틴(carboplatin)' 같은 '백금 기반 화학요법'을 1차로 받아왔다. 이후 암이 재발하거나 저항성이 생기면 표적항암제인 '아바스틴(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 · bevacizumab)'이나 파프(PARP) 억제제 등을 투여받았으나, 변이 특성상 치료 반응률이 낮고 독성이 강해 예후가 극히 불량했다. 사실상 표준 치료에 실패하면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이 없는 '미충족 의료 수요' 영역이었다.
재발·난치 난소암 환자서 객관적 반응율 46%, 반응 지속기간 8.0개월 확인
이번에 공개된 PYNNACLE 임상 2상 데이터는 지난해 9월 4일 컷오프 기준으로 '레자타포트(1일 1회 2000mg 복용)'를 투여받은 TP53 Y220C 변이 고형암 환자 112명 중, 난소암 환자 51명을 집중 분석한 결과다.
대상 환자의 중앙 연령은 67세(범위 46~91세)였으며, 전체의 96%(49명)가 예후가 좋지 않은 고등급 장액성 난소암(High-grade serous ovarian cancer) 환자였다. 이들은 대부분 이미 수차례의 강력한 표준 백금 기반 화학요법 및 재발 후 후속 치료까지 모두 거친 중증 진행성 환자군이다.
독립적 중앙 검토(BICR) 및 연구자 평가로 진행된 효능 분석 결과, 효능 평가가 가능한 환자군에서 레자타포트 단독요법은 46%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는 치료가 까다로운 백금 저항성(Platinum-resistant) 환자군에서 48%, 백금 불응성(Platinum-refractory) 환자군에서 44%의 반응률을 나타냈으며, 기존에 '아바스틴' 치료 이력이 있는 환자군에서도 46%의 반응률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약물 투여 후 첫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걸린 시간(Median time to response)은 1.3개월(범위 1.2~1.4)로 빠른 초기 효과를 보였으며, 종양이 지속적으로 통제된 반응 지속 기간 중앙값(DoR)은 8.0개월(범위 3.4~추정불가)로 집계됐다. 안전성 프로파일 역시 용량 조절 및 관리가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승인 치료제 전무… PMV 파마, 3상 대신 2027년 초 신속 승인 신청
현재 전 세계적으로 TP53 Y220C 변이 암종을 타깃으로 승인된 치료제는 없다. 전형적인 미충족 의료 수요 영역인 것이다. 기업들의 관련 치료제 개발 경쟁은 치열하다.
PMV 파마는 이번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대규모 임상 3상 단계를 거치기 전, 신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경로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진행 중인 임상 2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7년 1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신청(NDA)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레자타포트'는 이미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및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허가 절차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티라 탄 박사 "예후 불량 난소암 환자에 유망한 대안"
이번 학회에서 관련 발표를 맡은 싱가포르 국립암센터(NCCS)의 티라 탄(Tira J. Tan) 박사는 "이전에 여러 차례 항암 치료를 받은 TP53 Y220C 변이 양성 진행성 난소암 환자들에게 '레자타포트'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효능과 관리 가능한 안전성을 보여주었다"며 "이번 PYNNACLE 초기 분석 데이터는 유전자 변이로 인해 예후가 극히 불량했던 난소암 환자들에게 유망한 표적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LG화학도 동일 변이 타깃 임상 1/2상 계획 FDA 승인 받아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화학이 동일한 적응증 영역에서 가장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30일 미국 FDA로부터 TP53 Y220C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항암 신약 후보물질 'LG00313112'의 임상 1/2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LG00313112'는 LG화학이 지난해 4월 미국 프런티어 메디신(Frontier Medicines)으로부터 중화권 권리를 제외한 글로벌 독점 개발권을 라이선스 인(도입)한 물질이다.
해당 물질은 TP53 Y220C 변이를 표적하는 정밀항암제로,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p53 단백질을 안정화해 종양 억제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전을 가진다. LG화학은 1·2상을 통합한 임상 설계를 통해 개발 기간 단축과 초기 유효성 확인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치료 옵션이 제한된 고형암 영역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