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리아, 코센틱스, 키트루다(왼쪽부터)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특허 만료에 맞춰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치열한 경쟁 모드에 돌입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제미나이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규제 완화 영향 등으로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망막질환,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시장을 주도해 온 대형 제품들이 순차적으로 특허 보호막을 벗기 시작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개발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망막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 바이오시밀러 경쟁의 서막
가장 먼저 경쟁이 본격화된 분야는 망막질환 치료제 '아일리아(Eylea, 성분명 : 애플리버셉트·aflibercept)' 시장이다. 아일리아는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안과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미국에서는 2024년 5월 시장 독점권 종료 직후 바이오시밀러 허가가 시작됐고, 유럽에서도 출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 암젠 등이 잇달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앞세워 시장에 진입했다. 셀트리온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확보하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아일리아' 사례는 특허 만료 이후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얼마나 빠르게 전개되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후속 특허와 소송, 합의 조건 등에 따라 실제 시장 개방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 '코센틱스' : 차세대 블록버스터 선점전
다음 타깃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코센틱스(Cosentyx, 성분명 : 세쿠키누맙·secukinumab)' 시장이다. '코센틱스'는 연 매출 60억 달러가 넘는 자가면역 블록버스터로, '휴미라(Humira, 성분명 : 아달리무맙·adalimumab)' 이후 가장 유력한 바이오시밀러 타깃으로 꼽힌다. 본특허 기준 미국은 2029년, 유럽은 2030년 이후 만료가 예상된다.
아직 특허 만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지만 개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셀트리온은 '코센틱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속도를 내며 캐나다에서 가장 먼저 허가 신청에 나섰고 중국 바이오테라, 리브존 등도 개발에 가세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의 무게중심이 종양괴사인자(TNF-α) 억제제에서 인터루킨(IL) 계열 치료제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초기 시장 선점 여부가 향후 가격 협상과 처방 확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 특허절벽 앞 최대 격전지
가장 큰 격전지는 역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될 전망이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연 매출이 300억 달러를 웃돈 전 세계 1위 의약품이다. 본특허 기준으로 미국은 2029년 전후, 유럽은 2031년 전후 특허절벽이 예상된다.
이미 포미콘, 산도스, 암젠 등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었고,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 경쟁에 나섰다. '키트루다'는 항암제 특성상 처방 전환에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시장 규모가 압도적인 만큼 특허 만료 시점에 다수의 경쟁 제품이 동시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속도전은 기본 : 최대 승부처는 초기 시장 선점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분석적 비교, 약동학(PK), 안전성 자료가 충분할 경우 비교 유효성 임상을 축소하거나 면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비교 임상 부담이 줄어들면 개발 기간과 비용이 감소하면서 더 많은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는 국내 기업에도 기회이자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처럼 글로벌 허가 경험과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들은 주요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에 맞춰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반면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만큼 경쟁 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키트루다'처럼 시장 규모가 큰 품목은 특허 만료 직후 가격 경쟁과 처방 경쟁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초기 시장 선점에 실패할 경우 허가를 확보하더라도 상업적 성과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
결국 바이오시밀러 경쟁의 승부처는 특허 만료 시점과 규제 환경 변화에 얼마나 정교하고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아일리아'에서 시작된 바이오시밀러 경쟁은 '코센틱스'를 거쳐 '키트루다'로 확대되며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