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의약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생산설비 확충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자체 개발 품목의 해외 진출 가속화와 위탁생산(CMO) 물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기존 생산능력으로는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의약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생산설비 확충에 나서고 있다. 자체 개발 품목의 해외 진출 가속화와 위탁생산(CMO) 물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기존 생산능력으로는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케이캡·바이오시밀러 등 글로벌 수요 폭발…선제적 투자 단행
27일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충북 오송공장 내 내용고형제 생산시설 증설에 97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투자는 오는 2028년 1월 31일까지 진행되며, 오송공장 잔여 부지에 연면적 1만 2561.98㎡ 규모의 신규 생산시설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HK이노엔의 대규모 시설 투자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케이캡'의 글로벌 진출 가속화에 따른 선제적 생산능력 확보 차원이다. 케이캡은 최근 인도 시장에 출시됐으며, 미국 시장에서는 파트너사를 통해 FDA 신약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조영제 전문기업 동국생명과학도 생산력 증대를 위해 170억 원 규모의 신규 라인 증설을 추진한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13.82%에 해당하는 규모다. 생산설비 증설은 경기 안성시 미양면에 위치한 안성공장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진행한다. 투자 기간은 오는 2027년 6월 30일까지다.
동국생명과학은 이번 설비 확장 투자로 완제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기존 219만 Vial이던 최대 CAPA 기준 생산능력을 3배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성 제고는 물론, 향후 급변하는 수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수요 확대에 대응해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생산 인프라 투자를 단행한다. 회사는 약 1조 2265억 원을 투입해 인천 송도 캠퍼스에 총 18만 리터 규모의 제4공장과 제5공장을 동시에 건설할 예정이다. 신규 공장에는 자동화 시스템과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기존 미국 브랜치버그 공장의 생산 규모도 7만 5000리터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총 57만 1000리터의 원료의약품(DS) 생산 체제를 구축해 바이오시밀러 및 CMO 수요에 동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인 에스티젠바이오 또한 고역가 바이오의약품 수요 증가에 맞춰 제1공장 증설에 1100억 원을 투자한다. 2026년 1분기부터 2028년 1분기까지 27개월간 진행되는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에스티젠바이오의 연간 생산 규모는 기존 9000리터에서 1만 4000리터로 확대되며,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DP) 생산설비가 함께 확충된다.
美 생물보안법에 반사 이익 …공급망 재편 수혜 입는 국내 기업들
국내 기업들을 향한 글로벌 의약품 수요가 급증하는 핵심 배경으로는 의약품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이 꼽힌다.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입법 추진 등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이 의약품 위탁생산 파트너를 다변화하면서 품질 관리 역량이 검증된 국내 기업들로 수주가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현상과 만성질환 환자 증가 역시 수요 확대를 견인하는 주요 원인이다. 각국 정부가 의료비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은 바이오시밀러 및 복합제 처방을 장려하면서 관련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국내 제약사들의 수출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제약사들이 미국 FDA와 유럽 EMA 등 주요국 규제기관으로부터 cGMP, EU-GMP 인증을 잇달아 획득하며 제조 경쟁력을 입증한 점도 주효했다. 엄격한 무균 보증과 고수율 생산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대규모 공급 계약 체결이 수월해졌고, 이는 곧 선제적인 생산설비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잇따른 대규모 시설 투자는 단순한 생산량 증대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시장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고도화된 품질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다국적 제약사의 까다로운 위탁생산 기준을 충족하는 동시에 자체 개발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시장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향후 2~3년 내 이들 기업의 신규 생산설비가 순차적으로 상업 가동에 돌입하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수출 규모는 한 단계 도약할 전망이다. 대규모 인프라 역량이 곧 글로벌 수주 및 공급 경쟁력과 직결되는 현시점에서 기업들이 단행한 선제적 투자가 향후 성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