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 사옥 [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단일 품목으로 전 세계 매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리딩 기업인 셀트리온이 3상 임상시험의 가장 큰 허들을 넘어서며 선두권 경쟁에 쐐기를 박았다.
셀트리온은 최근 자사가 개발 중인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51'의 3상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을 완료했다. 이번 3상 임상시험은 국내를 포함해 여러 국가에서 진행하는 다국가 임상시험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다국가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 제약사들이 전 세계 임상 현장에서 환자 모집을 모두 마친 뒤 식약처에 이를 보고하는 것을 고려할 때, 셀트리온의 이번 피험자 모집 완료는 글로벌 최종 피험자 등록(LPI)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T-P51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은 치료 경험이 없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오리지널 의약품 키트루다를 대조약으로 11주기 종료 시점까지의 객관적 반응률(ORR) 등 유효성과 안전성을 엄격하게 직접 비교하는 설계다.
해당 임상시험의 목표 모집 피험자 수는 약 600명에 달한다. 기존 항암 치료를 받지 않은 미치료 전이성 암 환자를 대규모로 단기간에 모집하는 것은 수많은 신약 임상 경쟁 속에서 극도의 임상 운영 역량을 요구하는 과정으로, 이번 피험자 모집 완료는 전체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 타임라인에서 가장 예측하기 힘들고 통제하기 어려운 시간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었음을 시사한다.
피험자 모집 지연이나 이탈 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셀트리온은 이제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른 기계적인 투약 주기 소화와 정밀한 환자 예후 관찰, 그리고 최종 데이터 분석에만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 안에는 CT-P51 3상 임상시험의 핵심 1차 지표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키트루다의 미국 핵심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2028년 시점에 맞춰 차질 없는 글로벌 허가 신청(BLA)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46조 시장 열린다 … 규제 완화 틈타 '우회·속도전' 택한 경쟁자들
셀트리온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키트루다 시장이 지닌 천문학적인 가치 때문이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317억 달러(한화 약 46조 원)라는 경이적인 매출을 기록한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이 거대한 독점 시장을 보호하는 특허 장벽이 허물어지는 2028년은 제약 산업의 지형을 뒤흔들 최대 이벤트로 꼽힌다.
천문학적 규모의 시장 개방을 앞두고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참전한 가운데, 최근 글로벌 규제 당국의 유연한 정책 가이드라인 변화는 관련 기업들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FDA가 1상 약동학(PK) 데이터와 고도화된 정밀 분석 데이터만 확실하다면 대규모 3상 비교 효능 임상시험을 일상적으로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우회로를 택하는 기업들이 급증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 포미콘과 중국 바이오테라 등 글로벌 경쟁사들은 자체 개발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의 3상 임상시험을 전격 중단하거나 조기 종료하고, 규제 유연성을 활용해 1상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미국 허가 신청에 직행하는 전략으로 전면 선회했다. 전통의 강자인 산도스 역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되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등 철저하게 효율성과 속도전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경쟁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맹렬한 추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개발 기간을 극한으로 압축하기 위해 1상 임상시험과 3상 임상시험을 순차적이 아닌 동시에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자사가 개발 중인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의 1상 임상시험에서 약동학적 동등성 입증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선두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뚝심의 대규모 3상 '정공법' … PBM·의료진 뚫을 '신뢰 데이터' 정조준
대다수 경쟁사가 규제 허들을 낮춰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상업화 타임라인을 단축하는 전략을 취하는 가운데, 셀트리온은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뚝심 있게 완주하는 길을 택했다. 이는 시장 트렌드에 역행하는 비효율적인 행보로 비칠 수 있으나, 상업화 단계에서의 득실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종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처방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사보험사(PBM)의 처방집 심사 위원회와 의료 일선에서 환자를 대면하는 전문의들이다. 특히 항암제 처방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이들 PBM과 전문의들은 극도로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규제 당국이 1상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승인하더라도,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오리지널과 동등한 효능과 안전성을 철저히 입증한 '직접 비교 데이터'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셀트리온이 확보하게 될 대규모 3상 임상시험 데이터는 향후 미국 등 주요 국가의 대형 입찰 경쟁이나 사보험사 등재 과정에서 CT-P51을 최우선 처방 옵션으로 각인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2028년 본격적인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시대가 열리면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을 둘러싼 전 세계 제약사들의 극심한 시장 경쟁이 예상된다.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통한 확실한 데이터 검증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셀트리온이 이러한 특허 절벽 정국에서 얼마나 압도적인 파급력을 뽐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