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유럽 제품명 : '온투즈리', 성분명 : 세노바메이트) [사진=SK바이오팜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성인 난치성 뇌전증 시장에서 압도적인 발작 완전 소실률을 기록하며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 유럽 제품명: 온투즈리·ONTOZRY)'가 소아·청소년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데 필요한 핵심 데이터 확보에 성공했다.
청소년 환자의 약물 노출도가 성인과 대등한 수준이라는 것을 입증하며 고정 용량 투여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것인데, 이는 복잡한 체중 기반 용량 조절 단계를 생략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향후 적응증 확대 허가 심사에서도 결정적인 열쇠가 될 전망이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SK바이오팜의 미국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는 청소년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약물동태학(PK) 모델링 분석 연구를 진행, 12세 이상 청소년의 약물 노출도가 성인과 유사한 범위에서 정렬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2건의 소아 개방형 임상시험(C039 및 C040)에 참여한 12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 환자 데이터와 기존 성인 환자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소아·청소년 환자는 성인과 대사 속도가 달라 체중에 비례한 용량 설정이 필요한데, 이번 연구에서 엑스코프리는 이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성인과 유사한 청소년 약물 노출도 확인 … '고정 용량' 투여 근거 마련
연구진이 집단 약물동태학 모델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청소년 환자에게 성인 권장 용량인 200mg을 투여했을 때의 평균 정상 상태 노출도(AUC)는 546㎍·h/㎖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 용량을 복용한 성인 환자의 노출도인 434㎍·h/㎖와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90% 예측 구간(PI) 역시 성인의 안전 영역 내에 머물렀다.
또한 100mg에서 400mg 사이의 모든 용량 범위에서 청소년과 성인의 노출도가 일관된 상관관계를 유지했다. 이를 통해 청소년기 환자의 약물 대사 메커니즘이 성인과 동일하게 1차 흡수 및 소실을 특징으로 하는 '2구획 모델(Two-compartment model)'을 따른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이는 임상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청소년 환자 치료 시 복잡한 계산 없이 성인과 동일한 '고정 용량'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약 오류의 위험을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가 성장함에 따라 용량을 지속적으로 재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진다.
또한 소아·청소년기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가 성인 클리닉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도 같은 투약 스케줄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일관성은 약물 순응도를 높여 장기적인 발작 조절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난치성 전신발작서 완전 소실률 43% … 치료 가치 한 단계 격상
연령 확대와 더불어 발작 유형 확대에 대한 근거도 더욱 탄탄해졌다. 연구팀이 수행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환자를 포함한 전신 발작(PGTC) 환자군에서 엑스코프리는 위약 대비 압도적인 치료 효능을 발휘했다.
난치성 전신 발작 환자 1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에서 엑스코프리 투여군은 28일 기준 발작 빈도가 71.9% 감소했다. 이는 위약군 39.6%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로, 통계적 유의성(p=0.003)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약물 유지 기간 중 '발작 완전 소실(Seizure-free)'을 달성한 환자 비율은 43.4%에 달했다. 이는 위약군의 20.5%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전신 발작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고 위험이 높은 만큼, 이번 데이터는 엑스코프리의 임상적 가치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됐다.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 환자군에서 약물 유발성 간 손상이나 '호산구 증가 및 전신 증상을 동반한 약물반응(DRESS)'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졸음이나 피로 등으로 경미한 수준이었다.
신규 '현탁액' 제형 FDA 승인 신청 … 전 연령대 아우르는 '복용 편의성' 확보
SK바이오팜은 이러한 임상적 성과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형 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회사는 지난 1일 미국 FDA에 엑스코프리의 신규 제형인 '경구 현탁액'에 대한 승인 신청을 완료했다.
현탁액 제형은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소아·청소년이나 고령 환자에게 필수적이다. 이미 기존 정제와 동등성이 입증된 만큼, 향후 소아·청소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엑스코프리의 연령 적응증 확대는 단순히 매출 증대를 넘어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발작 억제 효과가 강력한 엑스코프리로 소아기부터 발작 조절을 시도하면, 환자의 인지 발달 저해를 막고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리얼월드데이터(RWD) 분석 결과 엑스코프리는 기존 약물 대비 사망 위험을 92%나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생명 연장의 가치가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서도 확인될 경우, 엑스코프리는 난치성 뇌전증의 '표준 치료제'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엑스코프리가 새로운 연구 데이터를 토대 삼아 전 연령대와 모든 발작 유형을 아우르는 '토털 에필렙시 솔루션(Total Epilepsy Solution)'으로 진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2026 미국신경과학회(AAN) 연례 학술대회'에서 각각 포스터 10.003(청소년 약물동태학 분석)과 포스터 3.003(PGTC 효능 및 안전성) 세션을 통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