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일명 '대사 항암제'가 면역 항암제의 뒤를 이을 차세대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일명 '대사 항암제'가 면역 항암제의 뒤를 이을 차세대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대사 항암제는 암세포의 대사 과정에 개입하는 신개념 항암제 유형이다. 암세포는 건강한 세포보다 빠르게 성장 및 증식하기에 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대사 항암제는 이를 억제하여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특히 이 약물 계열은 현재 각광받고 있는 면역 항암제보다 유효성 및 안전성을 더 개선한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다.
면역 항암제는 체내 면역 세포를 이용하는 기전이다. 1세대 세포독성·화학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덜하고, 2세대 표적 항암제보다 폭넓게 쓸 수 있는 것이 특장점이다. 다만 종양미세환경(TME)의 복잡한 구조로 인해 면역 세포의 접근이 제한되거나 반응률이 낮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대사 항암제는 이러한 TME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암세포 특유의 에너지 대사 경로를 직접 차단한다는 점에서 모든 암종에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IDH 억제제 등 상용화됐으나 '표적 항암제 변주' 지적도
현재 상용화된 대표적인 대사 항암제는 이소시트르산 탈수소 효소(IDH) 억제제 계열이 있다. 지난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프랑스 세르비에(Servier)의 '팁소보(Tibsovo, 성분명 : 이보시데닙·Ivosidenib)'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지난 2014년 미국 MSD(Merck & Co.)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가 등장했을 당시에 비하면 다소 차분한 모습이다. 이는 현재 대사 항암제가 기능적으로 2세대 표적 항암제의 변주에 머물러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실제로 IDH 억제제는 뇌종양, 담관암, 백혈병 등 특정 변이가 확인된 암종에서만 유효할 뿐, 유방암이나 폐암 같은 메이저 고형암에서는 유의미한 대사 조절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특정 면역관문 단백질을 억제해 광범위한 면역 세포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면역 항암제와 비교하면 범용성 측면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 셈이다.
결국 대사 항암제가 진정한 차세대 치료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특정 암종을 넘어 모든 암세포에 공통으로 작용하는 대사 기전을 확보해야 한다. 포도당이나 글루타민 억제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이는 건강한 세포의 생존 대사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약물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MTHFD 억제 기전 주목 ··· 'TH9619' 임상 결과에 쏠린 눈
이에 따라 업계는 건강한 세포의 대사는 그대로 두면서 암세포의 아킬레스건만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 탐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경로는 DNA 복제의 핵심 부품인 뉴클레오타이드를 공급하는 MTHFD 억제 기전이다.
급격한 세포 분열을 반복하는 암세포는 건강한 세포와 달리 MTHFD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특히 암세포 주변에 집중 발현되는 MTHFD를 억제하여 건강한 세포의 피해는 최소화하고 암세포의 사멸만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구상의 일환 중 하나가 미국 바이오 벤처 기업 원 카본(One-carbon)의 MTHFD 억제제 후보물질 'TH9619'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25년 8월 'TH9619'를 평가하는 임상 1/2상 시험에 착수한 바 있다.
해당 시험은 올해 12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만약 'TH9619'가 다수의 암 유형에서 범용적인 유효성을 입증해낸다면, 대사 항암제는 표적 항암제의 변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차세대 항암 트렌드의 주역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