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최신 항암 기술의 결정체로 꼽히는 이중특이성 T세포 인게이저(BiTE, Bispecific T-cell Engager) 항체 약물이 자가면역질환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BiTE는 항체의 표적 결합 기능을 이중으로 설계해 유효성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T세포와 암세포(B세포)의 수용체에 강력하게 결합한 뒤, 두 세포를 물리적으로 밀착시켜 T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기전이다.
이 기술은 최근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 치료제의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 중이다. CAR-T는 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유전자를 조작한 뒤 재주입하는 개인 맞춤형 방식이라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이론적으로는 T세포의 암세포 표적 능력을 반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나, 상용화 측면에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셈이다.
반면 BiTE는 인위적인 세포 개조 없이 체내 면역 세포인 T세포와 암세포를 직접 연결한다. 단회 투여로 영구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CAR-T 세포와 달리, 주기적인 투여가 필요하지만, CAR-T에 필적하는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기성품 형태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의료 현장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제약업계가 BiTE를 자가면역질환 치료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AR-T가 자가면역질환 임상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BiTE가 고스란히 이어받아 실질적인 '치료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B세포 박멸 기전, 난치성 면역 질환 뿌리 뽑나
이러한 흐름은 루푸스나 다발성 경화증 등 일부 자가면역질환이 혈액암의 타깃인 B세포의 과발현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B세포는 항체와 관련된 체액 매개 면역에 관여하는 면역 세포다. B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면 림프절 비대로 인해 혈액암인 림프종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항체를 만들어내며 고질적인 면역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앞서 CAR-T가 자가면역질환 영역에서 먼저 탐색된 이유는 혈액암에서 입증한 'B세포 박멸 수준의 화력'이 난치성 면역 질환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제 그 성공 바통을 BiTE가 이어받는 형국이다. 동일한 기술적 토양에서 탄생한 BiTE는 CAR-T가 입증한 치료 기전을 계승하되, 상용화 문턱은 대폭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결국 CAR-T가 난치성 면역 질환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면, BiTE는 그 성과를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암젠 '블린사이토' 필두로 임상 가속도
BiTE 약물들의 자가면역질환 공략은 기존 항암제 시장의 허가 순서를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선두주자는 지난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통해 세계 최초의 BiTE로 등극한 암젠(Amgen)의 '블린사이토(Blincyto, 성분명 : 블리나투모맙·blinatumomab)'다.
암젠은 지난 2025년 7월 루푸스 환자를 대상으로 '블린사이토'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2상에 전격 착수했다. 항암 시장을 평정했던 BiTE 기술이 고통받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