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이연제약이 일양약품의 간판 제품이자 캐시카우인 항궤양제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의 마지막 남은 특허 장벽에 정면으로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단일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양약품 입장에서는 핵심 수익원 방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연제약은 최근 특허심판원에 일양약품의 '라세믹 일라프라졸의 고체상 형태' 특허(이하 결정형 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특허는 2027년 12월 28일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놀텍의 마지막 방어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특허목록에 등재된 놀텍의 특허는 모두 3건이다. 그중 물질 특허와 제제 특허 등 2건은 이미 존속기간이 만료됐고, 결정형 특허만 유일하게 남은 상태다.
이미 핵심인 물질 특허와 제제 특허가 모두 만료된 가운데, 이 결정형 특허마저 무력화되면 일양약품이 그간 누려온 독점 체제는 사실상 후발 제품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놀텍의 결정형 특허에 대해 심판을 청구한 제약사는 이연제약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특허 만료 시점이 불과 1년8개월 밖에 남지 않은 만큼 후발 제약사의 특허도전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는데, 이연제약이 이러한 예상을 깨고 일양약품의 허를 찌르는 기습적인 선제공격을 한 것이다.
이번 심판 청구가 더 눈에 띄는 이유는 이연제약이 심판을 청구한 시점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특허심판원 1심 결론이 나오기까지 1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연제약이 빠르게 제네릭 개발을 마치고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지금부터 1년 정도는 지나야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약가 등재 절차까지 거치면 출시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
우선판매품목허가 획득 시 9개월 간의 제네릭 시장 독점권이 부여되는데, 이연제약으로서는 놀텍 제네릭을 조기에 출시해도 독점 기간 도중에 특허가 자연 만료돼 우판권의 효력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연제약이 무리한 속도전을 펼치는 것은 우판권 기간을 짧게 누리더라도,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후발 제품을 출시해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특허가 풀리는 순간 다수 제네릭이 쏟아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조기 진입을 통해 시장 파이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이연제약은 심판 청구 직후 두 건의 우선심판 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하며 전체 심판 일정을 앞당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베일에 싸인 후발 제품 … 1상 마친 'RYILT2-T' 정체는?
현재까지 겉으로 드러난 이연제약의 놀텍 제네릭 개발 움직임은 뚜렷하게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연제약이 최근 3년 사이 임상시험에 돌입한 파이프라인은 총 6개다. 그중 5개 파이프라인의 주성분이 공개됐는데, 이들 후보물질은 모두 놀텍이 아닌 다른 제품의 제네릭에 해당한다.
주성분이 공개되지 않은 나머지 1개 후보물질인 'RYILT2-T'은 임상시험 정보가 대부분 비공개 상태여서 현재로서는 해당 약물이 놀텍의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대상 질환이 GI이고 임상 진행 시점이 이번 심판 청구 시점과 맞물려 있는 점, 개발 과제명에서 이연제약의 이니셜인 'RY'을 제외하면 놀텍의 주성분과 정제를 의미하는 'ILaprazole Tablet'과 닮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RYILT2-T'이 놀텍의 후발 제품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시카우 위협받는 일양약품 … P-CAB 공세 속 제네릭 방어 '사면초가'
이연제약의 이번 행보로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놀텍 단일 품목에 의존해 온 일양약품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지난해 놀텍의 원외처방액은 466억 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2724억 원)의 17% 정도를 차지한다.
장기적인 신약 개발 정체와 매출 부진 속에서 놀텍 처방액으로 버텨온 일양약품에 이번 이연제약의 도전은 단순한 제네릭 진입 그 이상의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일양약품은 앞서 지난 2021년 다산제약 등 일부 제약사가 놀텍 제네릭 개발에 돌입하며 포위망이 좁혀오자 일라프라졸 성분에 제산제(탄산수소나트륨)를 결합한 복합제 '놀텍플러스'를 상용화하며 방어망 구축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일양약품의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고 있다. 이미 소화기계 치료제 시장은 '케이캡', '펙수클루' 등 약효가 빠른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신약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기존 범용 PPI 처방풀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대체재인 P-CAB의 거센 돌풍에 맞서 벅찬 방어전을 치르는 와중에, 이연제약이라는 복병의 등장으로 후발주자 진입 리스크가 예상보다 일찍 현실화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연제약이 초단기 우판권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 선점을 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놀텍 시장의 파이가 탐난다는 의미"라며 "이연제약의 이번 심판 청구로 다른 후발 제약사들까지 놀텍 시장을 겨냥한 특허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양약품 입장에서는 P-CAB의 맹공과 제네릭의 조기 진입이라는 양면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야 하는 위기에 몰린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