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니들패치 [출처:YTN 캡처][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항체 약물의 탁월한 질병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서, 약물 전달 시스템(DDS)을 고도화하기 위한 업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패치형 항체 약물' 개발이다.
그간 글로벌 의약품 시장을 주도해 온 항암제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들은 대부분 혈관에 직접 투여하는 정맥주사(IV) 방식의 항체 약물이었다. 타깃 질환 특성상 치료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혈중 농도의 신속한 도달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피부 조직 내 약물 전달 통로를 일시적으로 확장하는 효소인 히알루로니다제의 가치가 재발견되며 피하주사(SC) 제형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업계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구용 항체 의약품' 개발에 화력을 집중하는 추세다.
◇ 항체의 숙명 '위산 분해', 정밀 제형 설계로 극복
경구형 항체 약물의 전달 메커니즘은 매우 흥미롭다. 항체는 생물학적 제제의 특성상 일반적인 경구 투여 시 위산에 의해 단백질 구조가 쉽게 변성되거나 분해되는 치명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인 경구형 제제는 대개 위산 저항적 설계를 통해 위장을 안정적으로 통과하도록 고안되었다.
약물이 소장에 도달하면 제제 내부에 탑재된 구동 장치가 작동한다. 이 장치는 미세 바늘(마이크로니들)을 소장 점막에 수직으로 안착시키고, 이를 통해 약물을 혈류로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소화기관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기계적 장치로 정면 돌파하는 셈이다.
◇ 패치형 DDS, 'SC 제형의 축소판'으로 주목
업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형 항체 약물 전달 기술을 유망한 선택지로 거론하고 있다. 패치형 항체 약물 전달 기술은 쉽게 말해 '피하주사(SC) 제형의 축소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기존 SC 제형의 기전적 장점은 그대로 공유하면서도, 환자가 느끼는 거부감과 통증은 줄이고 편의성은 극대화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이 기술의 핵심은 피부 최외곽인 각질층을 물리적으로 관통해 약물 투과 경로를 확보하는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 기술이다. 기존 SC 방식이 거대한 바늘로 지방층까지 도달했다면, 패치형은 이를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축소했다. 미세 바늘이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진피층 상부까지만 침투해 통증을 최소화하면서도, 진피 내 모세혈관을 통해 항체 약물을 전신 순환계로 확산시키는 원리다.
특히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은 패치 부착 시 체내 수분에 의해 바늘 자체가 녹으면서 항체를 방출한다. 이는 기존 방식보다 약물의 안정성 확보에 유리할 뿐 아니라, 주입 후 폐기물이 남지 않아 생물학적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강점을 지닌다.
◇ 상용화의 문턱, '소재 공학적 혁신'이 열쇠
관건은 실질적인 상용화 가능성이다. 현재 경구용 전달 방식조차 항체의 구조적 손상 없이 체내 흡수율을 확보하기 위해 극도로 복잡한 공학적 기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패치형 역시 마이크로니들이 민감한 생물학적 제제의 활성도를 완벽히 보존하면서 유효한 수준의 생체 흡수를 구현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진입한 경구용 제제와 달리, 패치형 항체는 여전히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UNC) 의공학과 연구팀은 지난 2016년 패치형 'PD-1' 억제제를 활용해 생쥐 모델에서 유의미한 항암 효능을 입증했으나, 실제 인체 적용을 위한 임상 이행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항체 약물이 소화기관이라는 장벽을 기계적 장치로 돌파했다면, 패치형은 피부라는 물리적 방어선을 뚫기 위한 소재 공학적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현재의 전임상 성과가 실제 임상 데이터로 이어지려면 고농도 항체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제조 공정의 표준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