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업계 연구개발(R&D) 부문에 외부 전문가 수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단순한 인사 교체 수준이 아니라, 글로벌 임상 경험과 사업 개발 역량을 갖춘 '실전형 리더'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 일동·메디톡스 등 '실전형 리더' 영입 가속화
일동제약은 최근 박재홍 박사를 신임 R&D 본부장(사장)으로 영입하며 연구 조직 전반의 지휘권을 맡겼다. 박 사장은 얀센(Janssen), 다케다(Takeda),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등 글로벌 빅파마를 두루 거친 인물로, 직전까지 동아ST에서 최고과학책임자(CSO)를 역임한 베테랑이다. 일동제약이 사장급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신약 R&D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파이프라인 관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메디톡스 역시 글로벌 공략을 위해 한국얀센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더를 역임한 이태상 상무를 임상 개발본부 총괄 이사로 영입했다. 회사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허가를 주도했던 이 상무의 경험을 활용해 자사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글로벌 진출과 신규 파이프라인의 해외 임상 전략을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 연구부터 규제 대응까지 '통합 관리 프로세스' 구축
SK바이오사이언스는 GC녹십자와 중외제약 등을 거친 마상호 부사장을 연구지원실장으로 영입했다. 마 부사장은 감염병 분야 연구 사업 관리(PM) 전문가로, 향후 회사의 R&D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연구개발과 사업화, 규제 대응을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이 가능한 인재로 평가되는 만큼, 회사는 이번 영입을 통해 단순 연구를 넘어 규제 대응(RA)과 비임상 지원 등 통합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전통 제약사인 유유제약과 에스테틱 전문 기업 휴메딕스도 외부 수혈 대열에 합류했다. 유유제약은 한화제약 출신의 류현기 개발본부장을 영입해 수익 중심의 차세대 개량신약 개발 등에 집중하기로 했으며, 휴메딕스는 바이오플러스 출신의 최승인 상무를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선임해 글로벌 에스테틱 시장 공략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 '성과 지연' 주주 압박에 … 관성 탈피·수익 창출 사활
제약사들이 인재 분야에서 외부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내부 승진 위주의 인사만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바이오 트렌드와 까다로운 해외 규제기관의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 대비 성과가 지연되면서, 주주와 시장으로부터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압박이 거세진 것도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외부 인사를 통해 기존 조직의 관성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하고,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 등 수익 창출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약 개발의 꿈을 좇았다면 이제는 시장성과 성공 가능성이 최우선 지표가 됐다"며 "임상 설계부터 인허가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겪어본 전문가들의 몸값은 앞으로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