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빌딩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종근당이 노바티스의 블록버스터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 시장을 겨냥해 개발 중인 개량신약 후보물질 'CKD-202A'의 3상 임상시험을 마무리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특허 소송에서 잇따라 승전고를 울리면서도 제제 개발의 기술적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종근당은 대규모 임상 투자를 통한 정공법으로 시장 선점을 노리는 모양새다.
종근당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CKD-202A의 3상 임상시험을 종료를 보고했다. 지난 2022년 말 임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지 약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제 남은 절차는 본격적인 임상 데이터 분석 작업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본태성 고혈압 환자 324명을 대상으로 CKD-202A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발사르탄 단독 요법과 비교 평가하는 연구다. 엔트레스토는 심부전 치료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약물로, 종근당은 과감하게 오리지널 제품의 후속 적응증인 고혈압 시장까지 타깃으로 잡았다.
특히 이번 임상은 엔트레스토 특허 도전에 성공한 다른 제약사들이 제네릭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그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엔트레스토는 그동안 겹겹이 쌓인 특허 장벽으로 보호를 받아 왔는데, 올해 초 대법원 판결로 관련 특허 대부분이 무력화됐다. 그러나 이러한 특허분쟁 승리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허가 과정에서 또 다른 벽에 부딪힌 상태다. 엔트레스토의 원료 성분인 사쿠비트릴과 발사르탄이 결합한 공결정 구조가 워낙 복잡해서 오리지널과의 생물학적 동등성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다수 제약사가 엔트레스토 제네릭 개발에 나섰으나, 실제 품목허가 획득에 성공한 제약사는 아직까지 없다. 이들 제약사는 생물학적 동등성 입증에 실패하거나 제네릭 허가 심사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허가 획득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근당은 단순히 제네릭이 아닌, 기술적으로 차별화된 개량신약 개발로 경로를 틀어 기술적 불확실성을 정면 돌파했다. 이는 종근당의 특허 출원 기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종근당이 특허 등록을 추진 중인 '이중 작용 복합 화합물의 결정형 및 이의 제조방법', '발사르탄 및 사쿠비트릴을 포함하는 신규한 공-복합체' 등의 출원 기술은 기존 엔트레스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제 기술의 고도화를 추진해 온 흔적이 역력하다.
구체적으로 엔트레스토의 주성분 중 하나인 발사르탄의 나트륨염 대신 칼슘염을 사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나트륨염은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해 제조 및 보관 과정에서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와 달리 칼슘염은 습기에 강해 나트륨염 대비 보관 안정성이 더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종근당은 여기에 독자적인 '공복합체' 기술을 더했다. 이는 단순히 성분을 섞는 것이 아니라, 사쿠비트릴과 발사르탄 칼슘염을 특정 구조의 복합체로 형성하는 기술로, 오리지널과 기술적 차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제네릭사가 겪고 있는 제제 개발의 난항을 기술력으로 극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제네릭 개발 과정에서 제제 안정성 문제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종근당은 개량신약 개발과 임상을 통해 이러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해소했다"며 "임상 데이터를 갖춘 제품은 시장 출시 후 마케팅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허가 획득 시 엔트레스토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엔트레스토는 안지오텐신수용체(ARB) 저해제 발사르탄과 네프릴리신을 억제하는 사쿠비트릴을 최초로 복합한 이중 저해제 ARNI(안지오텐신 수용체 네프릴리신 억제제) 계열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4월 품목허가를 받아 2017년 10월 급여 출시됐다.
출시 첫해 원외처방액이 3억 원에 불과했던 이 제품은 2019년 150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반열에 이름을 올린 뒤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엔트레스토'의 지난해 원외처방액은 794억 원으로, 6년 새 5배 이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