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약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신건강의학계가 정부와 유관 단체의 단순화된 규제 방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학적 검토 없는 일률적인 '금지 약물' 분류가 오히려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고 공공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오는 4월 약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신건강의학계가 정부와 유관 단체의 단순화된 규제 방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학적 검토 없는 일률적인 '금지 약물' 분류가 오히려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고 공공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정신과 약물, 일률적 금지 목록으로 다룰 문제 아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김동욱)는 30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대한약사회가 배포한 '운전 금지 약물' 안내 방식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의사회는 "정신과 약물은 성분이 동일하더라도 환자의 연령, 체질, 복용 기간, 용량에 따라 운전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다르다"며 "이를 단순 목록화해 제시하면 '정신과 약을 먹으면 운전은 안 된다'는 식의 왜곡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의학적 개인차를 무시한 채 복용 사실만으로 운전 부적합 상태를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며, 이는 환자에 대한 낙인 효과와 자의적인 치료 중단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의사회의 시각이다.
# 치료 중단이 부르는 '역설적 위험' 경고
의사회는 특히 과도한 공포 조성이 부를 역설적인 결과에 주목했다. 불안장애, 우울장애, ADHD 등의 질환은 적절한 치료를 받을 때 오히려 주의집중력과 충동 조절 능력이 개선되어 운전 안전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의사회 관계자는 "생업을 위해 운전이 필요한 환자들이 단속을 우려해 약을 끊으면 불안정한 정신 상태와 수면 부족으로 사고 위험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며 "공공안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치료 비순응을 초래해 도로 위 위험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경찰청, 규제 앞서 전문가 논의 거쳐야"
의사회는 경찰청의 단속 기준 확대와 홍보 방식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법률적 규제나 행정적 단속에 앞서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약리학 등 전문가 단체와의 충분한 사전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공동으로 '정신과 약물 관련 약물운전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기관에는 정교한 제도 설계의 근거를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동욱 회장은 "정신과 약물은 금지 목록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라 개별 환자의 상태와 실제 운전 적합성을 평가해야 하는 의학적 영역"이라며 "환자의 건강권과 도로 안전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기준 마련에 책임 있게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