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관련 질환 치료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혈액뇌장벽(BBB)을 극복하기 위해 제약 업계가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뇌 관련 질환 치료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혈액뇌장벽(BBB)을 극복하기 위해 제약 업계가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시도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오시머티닙·Osimertinib)를 활용한 연구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교 메디컬 센터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일(현지 시간)부터 통풍 치료제 '페북소스타트'(Febuxostat)를 병용해 '타그리소'의 BBB 투과율을 높이는 연구자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이번 임상은 '타그리소'의 기존 설계로 해결되지 않는 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최대 40%가 뇌전이를 겪고 있는데, '타그리소'를 투약해도 환자의 10~20%에서 여전히 뇌전이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ABCG2' 수송체를 '타그리소'의 BBB 통과를 저해하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이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는 '페북소스타트'를 병용 요법으로 채택했다.
일본 제이 파마(J-Pharma)가 개발 중인 'LAT1' 억제제 '난부란라트(Nanvuranlat, 코드명 JPH203)'도 BBB 통과율을 높이는 유망 후보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초 '난부란라트'는 암세포에 영양소를 전달하는 'LAT1(Large Neutral Amino Acid Transporter 1)' 수송체를 저해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항암제로 설계됐다. 그러나 지난 2020년 'LAT1' 수송체가 BBB에도 고농도로 분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현재는 BBB 전달체로서의 가능성을 집중 탐색하고 있다. 'LAT1(대형 중성 아미노산 수송체 1)'은 암세포 성장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세포 내로 운반하는 단백질이다.
226조 원 규모 CNS 시장, 표준화된 전달 기술은 부재
업계가 이토록 BBB 통과 기술에 매달리는 이유는 뇌 질환 치료제 시장의 막대한 잠재력에 비해 기술적 완성도는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시장은 약 1500억 달러(한화 약 223조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약물 전달법은 아직 표준화되지 않았다. 현재 뇌 질환의 표준 치료법은 두개골을 개방해 환부에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침습적 방식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TfR 통해 BBB 통과 시도
특히 치매의 주요 원인인 알츠하이머병 치료 분야에서 BBB 통과 기술에 대한 관심은 독보적이다.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서는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을 막아야 하는데, 이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는 분자 구조가 커서 BBB를 통과하기 매우 어렵다. 실제로 정맥 주사(IV)를 통해 항체 치료제를 투여하면 BBB를 통과해 뇌에 도달하는 비율은 0.1% 미만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최근 각광받는 방식이 '트랜스페린 수용체'(TfR)를 이용하는 것이다. 'TfR'은 철분을 운반하는 단백질인 트랜스페린과 결합해 BBB를 통과하는데, 이 'TfR'을 항체 치료제의 수송기로 삼아 함께 통과시킨다는 구상이다.
스위스 로슈(Roche)가 개발 중인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트론테네맙(Trontinemab)'이 대표적이다. 로슈에 따르면 'TfR' 결합 방식으로 설계된 이 약물은 기존 약물 대비 BBB 통과율이 50배나 높다.
로슈는 지난 2025년 9월 '트론테네맙'의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시험은 2028년 6월 종료 예정이며, 상용화 시점은 2029년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